열심히 산책해도 살은 찝니다
요즘 일부로 노력하는 건 아니지만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단풍이 예뻐서 그런가
호르몬 때문인가
소소하게 단풍을 보면서 산책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공원이 이렇게 한가로운 곳 이었나!
한국에서 정말 바쁘게만 살아왔나보다
평일엔 이곳을 한가로이 걸을 일이 없긴 했지.
전업주부가 되서 좋은 점은 이런 한가한 시간대를 즐길 수 있는 점 아닐까.
요즘의 나는 일명 프로산책러
매일매일 나의 일과가 가을 만끽하기이다
임신한 몸으로 산까지는 갈 수 없으나
그래도 오래된 공원에 나이많은 단풍나무들이
즐비해서 열심히 단풍과 선선한 날씨를 즐긴다.
이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태어날 나의 아이.
너를 품고 매일 오던 이곳을
이제 너의 손을 잡고 오는 날이 오겠지.
그날을 기대하고 있을께
한달만에 간 병원에선
산모님 살이 너무 쪘어요. 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국에 오니 입맛이 맞아서....
많이 먹진 않은 것 같은데 적잖이 먹긴 했나보다
억울한 건
매일 5km 씩 한시간반씩 산책을 했는데!!!
지금은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때라지만
살 찌는 속도를 조절하라는데...
살 찌는 속도가 조절이 되나요?
의지의 영역인가요....
후우..한바퀴를 더 돌아봐야하나?
남편이 그리워 한동안 밤에 몰래 울면서 보내기도 했다.
출산까지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지
출산준비는 무엇을 해야하지
아기용품은 무엇을 사야하지
당근은 어떻게 하는거지...
혼자 해야하는 걱정들은 머리를 짓누르기도 했다.
혼자 생각이 많고 우울해지고 걱정을 사서하고..
자꾸만 동굴로 들어갈 뻔 하다가
우연히 운동하러 나가보자! 하고 나온 공원은
너무 좋았다.
햇빛, 날씨, 단풍 모든게 적절한 삼위일체
걷다보니 내가 한 걱정들은 무겁지 않은 것이더라
그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정말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매일 혼자 산책하는 것이
생각도 정리하고 건강해지고 소화도 되고
활력도 주는 일인 것 같다
외국에선 걸어다닐 수 가 없어서
(인도가 없었기 때문...) 누리지 못해왔던 산책.
봄이 되고 내 아이가 신생아를 졸업하면
아이에게도 선선한 바람, 새들의 소리, 여유로운 분위기가 주는 이 편안함을 알려줘야지
아이키우면서 힘들고 지칠때가 되면
지금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기억하고
이곳으로 산책을 나와야지
오늘도 덕분에 참 행복했고
내일도 행복해지러 찾아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