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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 전업주부 Jan 10. 2023

출산 앞두고 코로나

나와는 먼 이야기인줄


다음주에 출산하기로 정해졌다.

남편이 출산휴가를 쓰는 시점과 얼추 잘 맞았다.

출산휴가에 맞춰 어렵게 비행기표도 구했다.


다음주면 남편도 한국에 오고,

울 아기도 방을 빼주기로

나에게는 그렇게 순탄하게? 예정대로 계획된 일이 펼쳐질 줄 알았다....


바로 몇분 전 까진.


주말에 골프를 치고 온 남편은

오랜만에 힘이 잔뜩 들어갔던 건지

월요일에 유독 힘들다고 했다


근육통이 있고 피곤해서 얼른 퇴근하고 싶다고

그가 출근한 아침 7시, 한국에선 밤 10시

나는 유독 낮잠을 많이 잔 터라

늦게까지 남편과 채팅을 주고 받으며

남편을 걱정했다.


컨디션이 안좋아서 급한일만 처리해두고

후다닥 퇴근했다는 남편

얼른 씻고 자야겠다며 저녁을 거르고

일찍 잠이 든 것 같았다.


평소같으면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온 시간이

한국에서 오전 10시 11시 쯤이라

영상통화를 했는데

오늘은 영 컨디션이 안좋았는지 바로 잠들었다


남편이 잠든 시간동안 나는 한국에서

아기가 내려오길 바라며 열심히 운동했고

점심도 맛있는걸 먹고 오고

디저트까지 챙겨먹고

오후 느즈막히 병원을 찾았다


기대와 달리 우리 아기는 아직 내려오지 않았고

그러나 머리는 큰 상태라서

예정일인 다음주에는 진료보고 상황봐서 입원하자고 하신다.


그 전에 자연진통 걸리면 너무 좋겠지만

태동검사 결과는 전혀 수축의 기미가 없는 상태라고


아기가 골반으로 내려와있으면 좋은데

아직도 초음파검사에서 얼굴을 보여준다고...


그래도 난 즐거웠다

진료를 받고 운동겸 집까지 걸어오면서도

우리 아기가 아빠 올때까지 기다리나보다

행복회로를 돌리며

아무튼 다음주면 유도분만이든 재왕절개든

입원해서 아이를 낳기로 했으니

뭔가 두렵지만 기대되기도 했다


친정부모님과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우면서

다음주면 남편도 오고 아기도 만나겠다는 기대감

잔뜩 쌓인 아기용품 정리하는 일 등을 얘기했다


오늘 하루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걸 시작으로

점심은 먹고 싶었던 똠양꿍을

저녁은 심지어 삼겹살을 .....

하루종일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 먹고 엄마랑

신나게

산책도 하고 들어왔다


이틀동안 감기에 걸려 골골댔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컨디션이 회복되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우리 아기 얼굴도 보고온 행복한 날 이었다.


그러나

내가 행복한 월요일을 마무리할 시점에....

남편은 이제 월요일 아침을 시작하는 때....

남편에게서 온 카톡


어제 너무 피곤하고 컨디션이 안좋아서

타이레놀 먹고 일찍 자고 일어났다고

근데 어제와 달리 일어나니까 목이 아파서

자가진단키트를 해봤더니 양성이라고.....


법인장님께 상황보고 해 둔 상태고

지금이 새벽6시라서

9시에 문여는 검사소에 가서 pcr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아

그 얘기를 듣는데 오늘 하루 유독 행복했던 내가 참 웃겼다


타국에서 코로나걸려 혼자 아팠을, 혹시나 더 아파질 수도 있을 남편이 걱정되고


출산에 맞춰 한국 올 날이 얼마 안남았는데....

이번주에 오기로 했는데...

전염성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그래서 한국에 무사히 온다 하더라도

코로나에 걸린 적 없는 출산 앞둔 나를 만나러 올 수도 없을 일이고

더구나 출산을 위해 입원할 때 pcr 검사 받아야 하는데... 외국에서 격리 끝나고 왔다 하더라도 한국시스템엔 등록 안 된 일이니 바이러스 검출되어 출산할때 같이 입원할 수 없을테고....


결국 난 남편없이 출산하게 되겠구나


더더군다나....

일부로 비싸게? 남편도 함께 상주할 수 있는

조리원으로 예약해두었는데

검사결과가 계속 양성으로 나오면 같이 못있을테고

그러면 남편은....

태어난 아기를 제대로 한 번 못 안아보고

출산휴가 끝난 후 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ㅠ


출산휴가는 썼는데

아기가 태어났는데

만나보지도 못하고 다시 떠나게 되는

최악의 상황


더 최악인건 출산 일주일 앞두고

내가 코로나에 확진되는 거겠지만....


아무튼

심란하다. 심난하다.


남편의 코로나 증상은 어제의 근육통 증상으로 더 이상 아프지 않길

외국에서 혼자 아프면 얼마나 서러운데ㅠ


그리고 나는 결국 남편없이 출산하고 조리하겠구나

남편이 휴가내어 한국에 오더라도

제대로 얼굴 한 번 못 보겠구나


남편도 힘들게 19시간을 날아와서

아기도 나도 못 만나고 다시 돌아가야 하겠구나


우리부부가 잠시 격리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되는

평범한 상황도 아니고

무려 국제부부...

그와중에 직항도 없고 시차도 17시간이나 나는

남미....


한번 오가기도 힘든 그 거리를

기어이 왕복해가며 출산에 맞춰 오는건데

정말 너무하다


너무한데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참


심난한 맘 어디라도 써서 풀어볼까 하여

매거진까지 만들었다


글로 정리하다보니

그래. 어쩔 수 없다 싶다


나의 운명이겠거니.

내가 남 걱정할 때랴

남편 없이도 씩씩하게 출산해보자

서럽지만 어쩌겠어

그렇다고 나도 코로나에 걸릴 순 없는 일이니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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