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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 전업주부 Feb 08. 2023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


폭풍같은 시간이 한차례 지나가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새벽이다.


1/17일부터 2/5일까지, 약 20일은

내인생에서 가장 큰 일을 겪고 가장 소중한 걸 얻은 시간이었다


지나간 20일이 이리도 까마득하게 느껴지다니

내 몸에선 이틀만에 아기가 빠져나갔고

부종이 심해 1키로도 빠지지 않았던 내몸은 20일 사이 10키로가 빠지며 가벼워졌다


유도분만 촉진제를 맞고도 반응이 없던 20일 전,

분만실에 입원하여 이틀간 다른 산모들의 진통소리,그 끝에 울리는 아기 울음소리를 듣는 일이

참 힘들었다

나도 기다리는 시간인데, 옆 분만실에서 들려오는 고통소리가 부럽기만 했던 그때.

수액을 오래 맞아 퉁퉁 불은 내 몸이 아프기보단

멘탈이 많이 흔들렸던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우리아기도 나오려고 애쓰는 중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우여곡절끝에 같이 입원해서 고생해준

남편이 있어 끝내 분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분명 그 시간이 너무 괴롭고 힘들었는데

내 몸도 어느정도 회복되고

내 품에서 젖을 먹고 있는 아기를 보니

그 시간이 벌써 잊혀진 것만 같다


진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던 고통이었는데

그 고통 잊어버리고 둘째 셋째 낳는다는 말을

도저히 실감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기준에 따라 다르겠다만,

그다지 평탄하지는 않았던 지난 20일

아기를 어떻게 안을지 조차 모르고 멀뚱멀뚱 구경만 했던 우리는

몇번의 고비를 겪고 경험을 터득했다


앞으로 남은 고비는 또 얼마나 많을까

이제 시작일텐데


엄마는 강해져야한다는 얘기가 사뭇 와닿는다

매일을 울면서 지냈던 20일

이렇게 약한 엄마라 미안한데

아기는 너무 평온한 표정으로 엄마를 위로한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새벽

잠을 많이 자두어야 할 것 같은데

분명 12시간 후 후회할텐데

잠 못 들고 쓸데없이 걱정만 한 가득 중이다


많이 부족하고 한없이 허약한 엄마지만

우리 아기 하나만은 꼭 지켜볼께


무사히 세상에 나와줘서 고맙구


엄마가 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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