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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 전업주부 Mar 14. 2023

산후조리원에 대한 생각

아기한텐 미안하고 약간 돈이 아깝고


이틀간의 유도분만, 내몸은 출산 후에도

출산 전 보다 더 무거워졌었다

몸이 안그래도 많이 부어있는데

수액으로 더 부어서, 발을 바닥에 딛기도 너무 힘이들었다.


그래서인가, 산후조리원에 대한 기대를 한 껏 품었었다

아니지, 산후조리원에 쓴 돈이 800만원 가량 된다

사실 예약하면서부터 큰 돈을 지출한 만큼 기대는 아주 컸다.


너무 작아 안기도 무서운 아기를 신생아실에 믿고 맡기라는 조리원 선생님들.

정말 몸이 아픈 나에겐 한줄기 빛과 같긴 했다


그러나, 산후조리원이 고마운 기간은 딱 일주일이었다.


다들 분만 만큼 아프다고 걱정하는 젖몸살은

조리원에 있는다고, 가슴마시지를 받는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수액으로 더 심해진 부종은, 5일 후 하루아침에 나아졌다.

마사지 선생님이 다리 붓기 빼준다고 기계로 과하게 다리와 발을 문지른 덕에.. 오히려 살갗만 더 아프고 멍이 들었을 뿐.

마사지를 안 받은 건 아니라서 전혀 효과가 없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새벽에 유축하는 데 불편했던 발이 갑자기 한번에 나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부종이 심해서 10회나 결제한 마사지.

3회만에 부종이 빠지고 나니 오히려 나머지 7회 마사지 받으러 가는 시간은 고역이었다


그 시간에 부족한 잠을 더 자거나, 모자동실을 하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결제한 돈이 너무 아까워서 꾸역꾸역 갔다


일주일 후 내 몸이 나아지니 아기의 상태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모자동실시간에 본 우리아기는 너무 건조했다

로션이랑 크림을 듬뿍 발라주면

아기 피부는 어찌나 건조했던지 금방 흡수했다

아무래도 신생아실에서는 보습까지 신경써주긴 힘든 상황인 것 같다.


사실 내가 다녀온 산후조리원은

신생아 케어를 1:2 최대 1:3 으로 한다고 홍보할 만큼 신생아 케어에 자신있는 곳이었는데

실상은 너무 달랐다


신생아 담당 선생님 한 명이 두 명의 아기만 계속 케어하는게 아니더라.

엄마들이 유축해오면 젖병소독 등 잔일이 많고

각 종 전화도 받아서 대응하셔야 하더라

우리 층에 다섯명의 신생아가 있었고

담당 선생님이 두분 계셨는데

두 분은 번갈아가면서 쉬고 있었다..


그걸 보고 여력이 되면 차라리 모자동실을 해서

아이를 우리 부부가 케어하자고.

조리원에 일주일만 있을껄 하는 후회를 날이 갈수록 했다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다

야밤에 신생아선생님의 실수로 내가 유축한 초유를 다른 아기에게 먹인거다


사실 내 아이에게 다른 엄마의 초유를 먹인 것이 아니라 나는 크게 문제삼지 않고 넘어갔지만

상대방 아기엄마는 적잖이 충격받았고 문제제기 했으며 조리원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 같았다.


그때는 그저 생각없이 넘어갔으나

조리원 퇴소 후 집에 있던 어느날.

조리원 퇴소하면서 그동안 얼려둔 유축 모유를 받아 정리하는 데, 내 모유가 아닌 옆방 엄마의 모유가 섞여있었다..


하마터면, 제대로 확인안했으면 내 아기에게 먹일뻔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아찔했다.


그봐, 1:2 케어 무슨 소용이람, 신생아실 선생님들 아기 케어 말고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오죽하면 유축한거 잘못 먹이고

퇴소할때도 제대로 챙겨주질 못할 지경이다


친정엄마는 모유 잘못 먹인 사건을

환자에게 다른 약을 복용시킨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아이는 모유를 통해서 엄마의 면역력을 흡수하는 데다른 엄마가 어떤 질환이라도 있으면 어쩌냐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리원에서 내 모유를 먹은 다른아가의 엄마가 얼마나 화가났을지 상상이 된다


조리원에 대한 후회는 퇴소 후에 더 커졌다.

우선, 카드 청구서에서 현타가 한 번 오고

더욱이 조리원을 퇴소하고 집에오니 아기의 피부가 뽀송해졌다.

아이가 그동안 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조리원에선 매일 건조하기만 하던 우리 아가.

집에 와서 집중적으로 보습하고 안아주고 했더니

건조함이 하루만에 다 사라졌다


조리원에선 소아과선생님이 주기적으로 회진을 도셨다. 조리원이 아니었다면 매주 병원을 찾을 순 없었을거다. 신생아 초반에 대부분 겪는 황달

조리원에선 황달 위험이 있으니 모유를 당분간 한방울도 먹이지 말자고 했다

그때는 우리아기 아프면 안된다는 생각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 얘기를 들으니

모유랑 황달은 상관이 없다고.

내가 의료진이 아니니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조리원의 소아과진료, 전문가들의 판단이 그리도 중요한 문제였을까 지금은 의심이 남는다

귀중한 초유를 먹이지 못해서 오히려 속상할 뿐...


그리고 사실 우리 조리원에 회진오는 선생님은 뭔가 ... 크게 신뢰가 되지 않았다...

병원 홍보하러 오신 것 같은...


조리원을 퇴소하고 20일쯤 되었을까

내 몸이 점점 나아져서, 아기를 다루는게 익숙해져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 수도 있지만


정말 남들이 이야기하는 만큼 조리원이 천국은 아닌 것 같다. 아니지 단유하고 유축하지 않는 산모에겐 천국일 수도..


하지만...

아기에겐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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