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022년을 살게 한 다정한 당신의 말들을 적어봅니다

부적처럼 새긴 애정 가득한 말에 대하여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시작한 2022년이었다. 연약한 나를 일으켜준 건, 몇몇 사람들이 건넨 아름다운 말들이었다.


그래서 적어본다.

내가 받은 사랑의 말들을 잊지 않기 위해,

적어도 받은 만큼은 애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 갖가지 핑계를 이겨내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가장 먼저 손에 꼽아야 할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않도록 다정한 당신들을 적어둔다"  
                                                                                     - 「일일 다정함 권장량」, 송재은 -








#1



"너에게 좋은 일이 폭설처럼 쏟아질 거야!"



근무지를 바꾼 곳에서 첫 출근하는 날이었다.

처음으로 혼자 운전을 시작한 날이기도 했는데, 하필이면 함박눈이 펄펄 내렸다.

떨리면서도 두려운 마음으로 조금씩 나아가던 그때, 나는 이 말을 떠올렸다.



눈을 보며 생각했다.

‘흩날리는 눈처럼 많은 좋은 일들이 나에게 오고 있어!’라고.

덕분에 나는 설레고 행복한 맘으로 첫 출근을 무사히 마쳤다.




#2



"그만큼 네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야"



새로 배치받은 부서에서 나는 막내였다.

'이 나이에 막내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라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하던 그때,

지인이 건넨 이 말은 묵직한 감동이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거지.
그 연차에 막내를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네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단 뜻이야."



한 조직의 인사라는 것이 일의 경중, 그리고 경력과는 종종 무관하게 흘러가는 법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용기를 북돋은 이 말은,

일에서 방향성을 잃을 때마다 나를 꼭 붙잡는 등대가 돼주었다.




#3 



“너는 하늘 위에 있는 사람이야”



스승의 날 기념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전화를 걸었지만,

생경한 업무환경과 조직문화, 줄어든 일의 책임과 권한, 그리고 철저한 정보 차단으로 이방인이 된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비관만 늘어놓은 나였다.


"선생님, 저는 불가촉천민이에요.

파견자에게 업무만 던져주고 아무도 신경 안 써요. 여기에서 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니까요?!"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자신을 불가촉천민이라고 표현하지 말렴.
 정 '천'자를 쓰고 싶다면 '천할 천(賤)'이 아닌 하늘 천(天)'자를 쓰렴.
 너는 하늘 위에 있는 사람이니까"




어떻게 한 사람에 대해 이렇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줄 수 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넌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범인이 닿을 수도 없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야’라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을까?


이 말을 듣고 다짐했다.

선생님의 이 믿음이 헛되지 않도록, 내가 더 잘 살아야겠다고.




#4



“이런 다정함 ☆☆님에게서 많이 배워요!”



회사에서 제일 믿고 따르는 선배의 생일,

느지막이 알람을 체크하고 부랴부랴 정성을 담아 메시지를 보낸 후 받은 답장.



스스로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엄격할 때가 많은 나인데,

타인에게는 다정한 사람이었구나 내가.


나란 사람이 지금도 충분히 다정하다는 사실, 이제는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좀 더 관대하고 따뜻해져야지.





#5



이외에도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말들은 많았다.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거다.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일 뿐.



"☆☆님이 차석 역할을 너무 잘해줘서 회사 다니는 20년 중 가장 마음이 편했어요. ☆☆님은 분명 파견 가는 곳에서도 빛날 거예요"라고 손 편지로 애정을 담아주신 우리 실장님,


"네가 그 회사 직원들하고 비교해서 문서작성 능력, 업무처리 속도, 문제 해결 능력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잖아. 걱정하지 말고 본부에서 하던 대로만 해!"라고 힘을 주신 옆 부서 실장님,


“그곳에서 너무 고생 많으신데, ☆☆님의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었어요!”라며 본부 부서장님들의 칭찬을 전달해 준 회사 선배


"아유, 이 건물에는 다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만 있나 보네"라는 말로 하루를 기분 좋게 열어주신 미화원 어머님,


"☆☆님은 올 한 해 저에게 가장 많은 위안을 준 사람이에요."라고 말해준, 파견지에서 새로 만난 동료,


"언니는 목소리에서부터 열정이 넘쳐서, 같이 이야기하고 나면 긍정 에너지가 전해지는 기분이야!"라고 한 회사 동기,


"앞으로 네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뭐가 될지 너무너무 궁금해!"라고 내 미래를 확신해 준 인생 선배 등







나는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애정으로 2022년을 살았다.

그리고 오늘도 다정한 당신들 덕분에 살아간다.



‘다정함’은 진통제이자 치료제, 비타민이자 영양제다.
                                              - 정재승 교수 -



내 곁에 이렇게 다정한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말자고 한 번 더 다짐한다.

그리고 나도 좋은 것에 좋다고 표현해주고, 걱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쓸 줄 알며, 주변 사람들에게 더 베풀면서,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어!'라고 느낄 수 있게, 타인의 서사를 바꾸면서 말이다.



(사랑의 눈으로 본다면) 사랑은 어디에나 있어!







사진출처 : unsplash.com




매거진의 이전글 애도일기 : 사랑이 나고, 살고, 죽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