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메인에 내 글이 노출돼도 기분이 마냥 좋지 않은 이유
내 글이 다음 메인에 걸렸다고?!!
언제나처럼 무심코 내 서랍에서 ‘통계’를 클릭했다.
평소 30 정도에 불과하던 갑자기 조회수에 197이란 숫자가 찍혀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어!!
내 글이 다음 메인에 걸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맨 처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내 글은 일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한 경험을 쓴 ‘어느 직장인의 성공적인 이중생활’(https://brunch.co.kr/@fe560d11240045c/8) 이다. ‘아 요새 글 많이 못 썼는데’하는 생각이 들어 오랫동안 묵혀둔 글을 꺼내놓았는데 그 글이 소위 말해 ‘터진 것’이다!
갑자기 브런치앱에 접속이 안되기 시작했고, 실시간으로 조회수가 몇백 단위를 넘기 시작했다. 내 글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봐주고 공감해 준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 이 글은 누적 조회수 4천을 정점으로 메인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이번 글은(https://brunch.co.kr/@fe560d11240045c/19) 저번 글의 조회수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사실 이렇게 조회수가 폭발할 때마다 난 그 근원을 찾지 못했다. 분명 누군가가 어딘가에 내 글을 걸어준 것 같은데, 다음 포털과 브런치 메인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메인의 글은 언제 접속하느냐에 따라 새 글로 바뀌었던 것이다. 결국 나 대신 친구들이 매번 찾아냈다.
내 글이 다음 메인에 걸려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 이유
메인에 내 글이 걸린다는 건 마치 한 번도 당첨된 적 없는 로또 당첨금을 받은 기분이다! 글을 픽해준 다음과 브런치 담당자에게 절이라도 올리고 싶다! 내 글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울적하기도 하다.
첫째, 메인 노출기간은 짧기 때문이다.
노출 유효기간이 끝나면 조회수가 다시 떡락하는 것을 보며 아쉬움을 느껴야 한다. 시한부 기쁨인 것이다.
또한 보통 노출된 글의 조회수만 높고, 메인 노출 글로 유입된 독자들이 나의 다른 글을 읽어본 횟수는 손에 꼽는다.
둘째, 조회수가 높다고 해서 구독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브런치를 하기 전에는 난 내 글이 포털 메인에 오르기만 한다면 구독자가 폭발할 줄 알았다. 그런데 첫 번째 글이 메인에 걸린 후 구독자는 단 10명 늘었고, 이번에는 조회 수가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구독자는 5명 늘었을 뿐이다.(다른 작가들을 보면 조회수 몇만 단위를 찍는 경우도 있던데, 그럴 때는 구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 같긴 하다.)
아무래도 다음 포털에서 유입된 독자 중 브런치 미이용자가 대다수라 그런 듯하다. 이들은 그저 클릭할 뿐 브런치 계정이 없기에 굳이 '구독'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회수와 라이킷, 댓글수는 비례하지 않는다. 다음메인에 노출된 2개의 글 중 '어느 운동 유목민의 필라테스 정착기'가 ‘어느 직장인의 성공적인 이중생활’ 보다 조회수는 높지만 라이킷과 댓글 수는 적다.
마지막으로, 알리고 싶은 글과 알려지는 글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나의 고유한 감정과 생각을 나눈 글에 라이킷을 받을 때면,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난 사실 실용적인 글 말고 나의 감정과 생각의 정수(精髓)를 담은 글에 보다 많은 공감을 사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내가 세밀하게 정제한 단어와 문장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툭! 건드렸으면 좋겠다.
팔리는 글과 팔고 싶은 글은 다르다는 것!
이건 마치 잘하는 일과 잘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네 삶과도 닮아있다. 그래서 조금 씁쓸하다.
앞으로의 목표
나는 독자가 인지하지 못했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단순히 조회수만 높은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명'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팔리는 글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글로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을 수 있도록 내공을 쌓고 싶다.
그런 글을 쓰며 올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0명 정도의 구독자를 모았으면 좋겠다.
난 왜 구독자가 많아지기를 바라는가?
나는 더 많은 사람과 내 생각을 나누고 싶다. 누군가의 응원과 지지, 공감 속에서 내가 잘하고픈 일을 해내고 싶다. 그렇게 주인을 모르는 얼굴들과 느슨하면서도 단단한 연대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단 계속 써볼 예정이다.
“글을 쓴다는 건 쓰기 위해 한 일들이 자신을 바꾸는 거죠. 약간씩 바뀌고 바뀌다가 다른 사람이 돼버리는 거예요"
- 소설가 김연수
앞으로 내 글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