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데 필요한 용기, 나를 드러내도 괜찮을 용기

유명해지고 싶지만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


브런치 종모양 버튼 위에 오랜만에 초록색 점이 찍혔다. 누군가가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는 반가운 알림. 댓글의 주인은 본인을 퇴사자라고 밝혔다. 작년에는 회사 노조부위원장님이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르더니 이번엔 퇴사자라니…내 정체가 탄로 났으면 어떡하지?!


회사 내에 내 브런치 계정과 글들이 알음알음 퍼지는 상황이 상상됐다. 상상이 현실이 될까 두려움에 휩싸인 난, 나에 대한 단서를 남겨놓은 글들을 황급히 감추기 시작했다.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한 경험, 일에서 그리고 삶에서 실패했던 일들을 가감 없이 글로 풀었는데, 이런 내 마음의 심연을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들켜버리다니! 마치 적당히 아는 친구들과 처음으로 목욕탕 탈의실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쉬이 터놓게 될 때가 있다.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당히 알거나, 어설프게 친한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나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제멋대로 판단해 버린 이미지로 나를 기억한다. 만약 그게 잘못된 것이라면 나서서 ‘그거 아니라고’ 말하기도 참 애매하다. 그리고 이건 나도 마찬가지다.


글로는 일에 대한 사랑 노래를 끊임없이 읊어대는 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나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일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을 제대로 안 하거나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얘 회사에서는 안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이 사람이 이런 글을 썼네, 한번 봐봐.’하고 내 글을 돌려보는 상황을 마주 한다면, 앞으로 다시는 글을 쓸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글에 관한 한, 난 내 정체를 철저히 숨겨왔다. 솔직한 글을 쓰겠다는 다짐, 글에는 진심과 정성만을 담겠다는 결심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내가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것일까?
존재가 이미 세상에 드러난 작가들은 어떠할까?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이 ‘알려질 두려움’을 극복하고 작가가 된 것일까?



“이제 숨겨진 고수는 없습니다. 지금껏 조직과 팀의 이름으로 꽁꽁 싸매고 숨겨졌기에 이름을 드러낼 수 없었던 개인들이 응원과 더불어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얻는 시대가 왔습니다. 업계의 전문가로, 다시 사회의 네임드로 확장되는 그의 이름은 그가 속한 조직을 빛나게 하기도 합니다.” - 송길영, 「호명사회 」中-



이제 숨겨진 고수는 없다지만, 나는 여전히 유명하지만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다. ‘나만 아는 노래, 나만 아는 맛집’처럼, 내 글은 알려지더라도 나 자신은 알려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고 보니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글을 쓸 용기만 필요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이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며, 글을 통해 자신이 드러나도 괜찮을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다. 이쯤 되니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인들이 무엇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만인 앞에 벌거벗고 길을 나서는 것과 같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마음속 깊은 구석을 단번에 펼쳐놓기로 결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절히 바라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더라도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판단하지 않으며, 내가 누구인지 알려는 노력 대신에 내 글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관대한 사람이 내 독자이기를 말이다.



나처럼 일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퇴사한 작가님의 북토크에 가서 질문을 했다.

“글을 쓰며 본인의 정체가 회사에 알려지는 것이 두렵지 않았나요?”


그러자 작가님이 답했다.

“어차피 다 알게 될 거예요.”


두렵지만 누가 이런 글을 쓰는지 회사 사람들이 다 알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거라면 밝혀져도 부끄럽지 않을 글들을 써야겠다. 나의 북극성인 ‘말과 글이 일치한 삶’을 지향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부터 너그러운 독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글을 잣대로 누군가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며 누군가 글을 쓸 용기를 낸 것을, 그 글을 세상 밖에 꺼내 놓은 것을, 그리고 글을 통해 자신을 드러낼 위험을 감수한 그 소중한 마음을 응원하면서.


마지막으로 해방되어야겠다. 타인의 평가로부터, 그리고 알려질 두려움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이 내 글 좀 보면 어때? 나에 대해 함부로 판단한다 해도 뭐 어때? 그게 진짜 내 모습만 아니면 되지!‘하는 맘으로.


가수 장원영이 그랬다. 남들이 뭐라 해도 '그들 말이 진짜가 아니면 그건 나랑 상관없는 말이 된다'고. 그러니까 용기를 내보자고, 다시 글을 쓸 용기를!


그러니,

두려움 없이 글을 쓰고, 자비 없이 퇴고하자.(Write without fear, Edit without mercy.

이렇게 난 작가가 되어간다.





대문 사진 출처 : unsplash.co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