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순이~
어릴 적부터
공부하는 것보다 자기만의 세상인 소꿉놀이를 좋아하고
그리기 만들기에 진심 었던 산골 소녀~
노트 뒤에 그려진 종이인형이 너무 예뻐서
다 사용하지 않은 노트의 겉장을 오려서 엄마에게 혼나기도 하고
시도하는 것마다 엉뚱하여
엄마에게는 학교 공부와는 무관한 듯한 결과만 만드는 말썽꾸러기 소녀~
비가 내리던 어느 일요일 ~
큰언니랑 엄마가 들일을 할 때 햇볕 차단을 위해 팔에 끼는 토시를 만들었고 큰언니가 남은 팥죽 색깔 천으로 인형을 만들어 주었다.
20센티 정도의 진저브래드 맨과 꼭 닮은 인형이었고
까만색 실로 조금 길게 매듭을 하여 머리칼도 심었다.
등 뒤로 남겨놓은 구멍으로 씻은 모래를 넣고 등을 꿰매고 얼굴은 까만색 사인펜으로
귀여운 눈과 코를 그리고 빨간색 사인펜으로 예쁜 입을 그려 넣었다.
우와~~~~
노트 뒤에 그려진 종이인형을 오려서 옷을 입히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소녀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고 인형 이름은 순이로 지었다.
소녀에게는 세상 어느 인형보다 예쁜 동생이 되어준 순이를 거의 매일 안아주고 업어주고
엄마가 되어 주기도 하고 언니가 되어 주기도 하면서 말없는 순이에게 혼자 말을 걸고 혼자 답을 하면서 대화하고 밥도 먹여주고 재워주고 슬프면 달래주고 함께 자고 함께 눈뜨고 토닥거리는 그 즐거움이 얼마나 컸었는지 ~
조금 굵은 모래를 씻어서 넣었지만 오래 가지고 놀다 보니 모래가 부스러져 조금씩 가루가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늘 바쁜 엄마는 그랬었다.
알아서 공부하고 책도 보고 해야 할 일도 돕고 하면 좋으련만~
엄마가 볼 때마다 인형놀이에 빠져있는 소녀~
우짜~
공부는 안 하고 맨날 인형 옷이나 입히고 벗기고~ 그 살림살이 언제까지 그럴랑고?
커서 뭐 되려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맨날 인형만 데리고 놀고 있으니~
엄마는 원인이 순 이때 문이라고 순이를 버려버릴 거라고 몇 번을 경고하였음에도
그 소꿉놀이는 계속되었다~
엄마가 뿔났다.
어느 날 저녁때 학교 갔다 오면 책가방을 내려놓고 간식(삶은 감자 or 고구마, 옥수수)을 먹고 숙제하고 큰방, 작은방, 아랫방, 동마루까지 깨끗이 쓸고 닦는 것이 소녀의 일과인데 하라는 공부도 청소도 안된 상태에 들일을 하고 돌아오신 엄마~
해가 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때까지 소꿉놀이에 빠져있던 소녀~
서둘러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와 언니랑 달리 해야 할 청소도 안 하고 아직도 인형놀이에 빠져있는 소녀에게
로 가서 엄마는 인형을 뺏어버렸다.
그리고는 울며 따라가는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쇠죽을 끓인 아궁이에 던져버렸다.
아악~~~ 안돼~~~~
울면서 아궁이를 들여다보니 인형은 어느새 팔과 다리가 없어지고 얼굴만 조금 보이더니 이내 모래로 변해 버렸다 마술처럼 순식간에~
우우~~~~ 엄마 미워~~~~
엄마는 소녀에게 뭘 원하셨을까?
책을 많이 읽어서 좋은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이 되길 바라셨을까?
글쓰기를 많이 하여 훌륭한 작가가 되길 바라셨을까?
그때부터 엄마에 대한 약간의 배신? 불신? 이 생겼는지 모른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아주 어려서부터 큰집 큰아버지가 곰방대를 물고 소녀만 보면 하시던 농담 중에
"소녀야 네가 어데서 온 지 아나? 저 보나리 갱변 개말 똥다리 밑에서 주워왔데이 ~ 누가 버려놓은 것을 엄마가 주워온기라 ~"
실실 웃으며 하시던 말씀에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백번을 들어도 백번 모두
"에이 거짓말 거짓말인 거 다 알아요"했던 그 소녀가 그때는 그 말이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짜 엄마가 아니어서 내가 싫어서 그런 거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이지만 했었다.
~~ㅋ~~
평범하게 직장 생활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
모르긴 해도 힘들게 일을 하고 열심히 어떻게든 자식을 공부시켜서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주길 바라는 엄마의 간절함을 알지 못하는 소녀가 걱정스러우셨으리라.
그때 소녀가 조금만 엄마의 생각을 이해하고 자기 미래를 생각했더라면 그 소녀의 미래는 지금과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