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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스윗 Nov 18. 2024

[공감] 어둠에 새벽을 드리우고 아침으로 나아가게 하다

#1 끝과 시작

지난날에 썼던 글을 열어봅니다.

 아픈 시간의 이야기인 만큼 이 책의 문을 여는 것이많이 어렵고 잘 열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주 조금 열고 남겨봅니다. 아직은 수면 위로 꺼내기 힘듦이지만, 트라우마 치료에서 얻은 생각들을 천천히하나씩 꺼낼 책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트라우마를 이겨 가는지 두 손 모아 응원해 주시고 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2022년 7월 1일,

 

마침내 6월이 끝났다.


나의 마음속과도 같았던 먹구름들이

어제 하루 중부지방을 침수시킬 만큼

품고 있던 비를 다 쏟아내 버리더니


정말 파아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

그리고 불타는 햇살이 7월의 시작을 알린다.


언젠가 젊은 혈액암 환우들의 밴드에서

인상 깊은 글과 그림을 본 것이 생각난다.


먹구름이 흰구름에게 말했다.

이 묵직한 마음을 다 쏟아내면

너처럼 밝고 가벼워질 수 있냐고.


흰구름은 먹구름에게 말했다.

텅 빈 마음은 더 감당하기 힘들다고.


처음 그 일러스트를 보았을 때,

떠나간 이들의 빈자리가 생각났다.

누군가는 하염없이 슬퍼했고,

누군가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고요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괜찮지 않았고,

온전히 괜찮아지지도 않았다.

그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슬픔을

또 그저 자신다운 방법으로 아파했을 뿐.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누군가 나의 6월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넌 항상 밝고 해맑아서 믿기지 않는다고.

그리고 너무 잘 이겨내고 잘 살아낸 것 같다고.


그러면 나는 생각했다.

아, 먹구름처럼 보이지 않으면 되는구나.

흰구름처럼 그저 늘  웃으며 살면 되는구나.


그래서 더 웃고 웃었다.

진심이 아닌 웃음은 없었다.

진심으로 웃고 살기 위해 애썼다.


그렇지만 진정,

이 텅 빈 공허함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6월이 끝난 오늘.

20년 만에 또 찾아왔던 6월을,

잘 견뎌냈다고 잘했다고 생각한 7월의 첫날.


하아얀 구름과 함께 뜨겁게 비추는 태양은,

끝났다고 생각했니? 하고 이제 시작이야.

하며, 또 얼마나 뜨거울지 알 수 없는 무더위를 알려온다.


내 곁에 오래 함께한 이들은.

가끔, 나의 6월 징크스를 힘들어한다.

그래서 나는 6월을 우울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더욱 애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나의 6월의 기억들을 내뱉지 않으려 한다.


점점 지나간 일이기에,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을 다했기에

더 이상 그때의 그 아픔을 떠올리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어김없이 반복되어 밀려오는 슬픔의 존재가

현재의 삶의 힘겨움에 비해서는 흐릿하기에.

이제는 조금 무뎌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굳이 끌어와서 더 힘들어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 때문에.

그 때문임을 알기에 나는 애써 웃어 낼 뿐이다.


지금에 와 점차 그럴 수 있게 된 것이지

사실 나는 늘 6월엔 먹구름이 되고

또 그 먹구름을 온통 쏟아내어

공허한 흰구름이 되고를 반복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겉으로 밝게 웃어내고 아무 일 없듯이 사는 것이

아플 때 아프다고 많이 쏟아내었기에 가능한 걸까.


트라우마가 무엇일까,

그건 그냥 구름의 존재 같은 것이 아닐까.

먹구름이든 흰구름이든, 어떠한 방식이든,

그 일로 일어난 아픔과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먹구름이 품고 무거워하는 비가 되어 짓누르든,

흰구름이 다 쏟아내었다고 보일지라도

어딘가에 또다시 모이고 그 축척되어

어느새 다시 하늘로 떠올라버릴.


나의 정리가, 절망으로 느껴지는가.

이든, 저든, 떨쳐버릴 수 없다고 느껴지는가.


그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실이 절망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이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먹구름이 끝없이 쏟아내는 비에 잠겨

큰 홍수가 나지 않도록

가끔씩 소나기를 내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흰구름이라고 끝났나 보다 하고

아무 걱정 없이 방치하지 않고

어딘가에 모이고 있을지 모르는

비구름을 찾아내고 관찰해야 한다.


누구나 삶에 아픔과 슬픔은 있다.

'트라우마'라는 말이,

꼭 어떠한 '사건'이 남긴 흉터만이 아니라 생각한다.


각자의 아픔과 슬픔을

누구의 기준과 시선에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기준을 잡고

살피고 보듬고 또 살려야 한다.

나를 살릴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이 시점에서 신기하게 떠오르는

'숲' 1회기에서 남겼던 그 마음의 소리.


"나는 나를 살리는 선택을 잘한다. 잘했다. 잘 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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