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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Feb 20. 2024

새 식구들과 함께, 스프링캠프 출장

호주에 다녀왔습니다

약 일주일 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출장지는 호주. 한화(멜버른), KIA(캔버라), 두산(시드니) 등 프로야구 세 팀이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곳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세 개 도시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각 팀의 시즌 준비 상황을 지켜봤다. 스프링캠프는 모든 팀에게 희망적인 기간이다. 선수들도 각자의 목표를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감독은 옥석을 고르며 다가올 시즌의 밑그림을 그린다. 중계방송을 하는 우리도 캠프 취재를 하며 비시즌 동안 꺼뒀던 야구 안테나를 다시 세우고 팀워크를 다진다.


이번 시즌 우리 채널은 두 명의 새로운 해설위원을 영입했다. 구대성 위원과 이택근 위원이다. 나는 두 분과 이번 호주 출장 기간 동행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구 위원은 딱히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레전드다. 1993년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한 이래 한국 최고 왼손 투수로 이름을 떨쳤다. 1996년 투수 타이틀 4관왕과 함께 시즌 MVP를 수상했고, 한화의 1999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피날레를 장식한 마무리 투수였다. 이후 일본 NPB와 미국 MLB에도 진출했고, 한화에서 2010년 은퇴한 이후에는 호주로 건너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구 위원은 국가대표로도 많은 활약을 했고,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동메달이 걸려 있던 3·4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155구 완투승을 거뒀던 것은 아직 많은 팬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초등학생 때 그 경기를 보며 야구에 흠뻑 빠졌었는데 이제 그분과 중계 호흡을 맞추게 된다는 사실이 종종 신기하게 느껴진다.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의 승리투수였던 구대성 해설위원과 그 경기 결승타를 쳤던 이승엽 두산 감독


구 위원은 KBO 리그를 떠난 이후 줄곧 호주에서 생활해 오다가 이번에 해설을 맡으면서 1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호주의 환경이 익숙한 구 위원이 이번 출장의 여러 부분들을 도와줬고, 시드니 자택에도 초대해 나와 스태프들에게 멋진 식사도 대접했다. 오랜만에 한국 야구 현장에 복귀하는 것인 만큼 준비도 꽤 열심이다. 바뀐 리그의 환경과 선수들에 대한 정보 파악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고, 특히 투수들 영상을 꾸준히 확인하며 분석했다. 

구대성 해설위원의 자택. 트로피 전시실에 구 위원의 야구 인생이 정리되어 있었다.

이택근 위원 역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파이브 툴 플레이어 출신이다. 장타력과 선구안을 두루 갖춘 데다 준수한 주루 센스와 수비 실력까지, 여기에 지능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전천후 타자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멤버였고, 최근에는 '최강야구' 방송을 통해 야구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나와는 이미 지난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중계에서 객원 해설로 호흡을 맞췄었고, 이번 시즌부터 정식 중계진으로 합류했다. 


야구 지능이 높은 선수였던 만큼, 야구 해설로도 색다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야구 얘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나 역시 '이 사람의 야구관은 참 신선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WBC 중계 때도 느꼈지만 해설에 대한 열정도 엄청나다. 좋은 해설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강한 예감이 든다. 


캠프 기간 중에 선임된 KIA 이범호 신임 감독과 우리의 두 신입 해설위원.


멜버른에서 캔버라, 캔버라에서 시드니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숙소에서, 출장 기간 동안 두 신입 해설위원과 장시간 야구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캐스터는 파트너인 해설위원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사람이 어떤 커리어를 쌓아 왔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해설위원으로서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내린 결론은 두 분 모두 각자의 야구관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해설을 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2024 시즌 개막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채널에도 많은 변화가 있는 만큼 두려움도 있지만, 나는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일을 다하고, 새로운 해설위원들이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부디 팬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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