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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Feb 27. 2024

전화상담 - 03 상담 퀄리티 높이는 법







2020년대 의료계의 주요 키워드 몇 개를 꼽자면 #비대면진료 를 빼놓을 수 없다.

비대면 진료는 원칙적으로 의료 혜택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섬이나 산간벽지에 거주하여 의원 한 번 가려면 차편 알아보기가 한세월인 분들이 주목적이다. 발달한 기술을 이용해 의료 혜택을 고르게 나누는 것이 목적인 비대면 진료. 비대면 진료의 확산을 막는 존재를 이기적 의료계 집단으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파고들면 복잡하다.



사실 비대면 진료는 의사 입장에서 아주 환영할 일만도 아니다. 우선 오진 가능성이 정말 높아진다.

예를 들어 60대 남자가 윗배 통증을 호소할 때, 언뜻 생각해도 급성 위염부터 심장 질환의 통증이 상복부로 번지는 경우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오진의 책임은 당연히 의료인의 몫이기에 조금이라도 애매하면 확언하기 쉽지 않다. 네이버 지식인에 달리는 의료상담 답변이 대부분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면 병의원을 찾으세요'로 마무리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의료인이 환자 대면 없이 전화 등으로 상담하여 내린 처방을 근본적으로 정부가 위법으로 본다.

특히 한의사라면 말이 좋아져 비대면 진료이지, 옛 한의사들의 전화처방 '썰'을 무수히 들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조부모가 내원해 짓는 손자 녹용 한약, 봄마다 한약 먹던 환자가 올해는 한의원 가기가 귀찮다며 전화하는 보약 상담 등이 흔했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비대면 진료 문제로 겪는 송사를 듣고 보아 왔다.



오히려 요즘에야 환자의 수도권 대형 병원 쏠림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한 명의 한의사로 의견을 내자면, 잡음 없이 상생할 수 있었는데 정부가 너무 손 놓고 관망한 감이 크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어서 확고한 지침을 발표하였으면 한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기간이 벌써 4년째 되어가기 때문이다.

전면 허용도, 그렇다고 전면 규제도 아닌 상황이 벌써 4년째. 세부 사항은 더 애매하다. 규제가 없으니 '일단 괜찮은' 불안한 비대면 진료를 하는 곳이 많다. 사실 면허 얻자고 공부한 시간과 비용이 얼마인데 스스로 흠집 내고 싶겠는가? (요즘 의료인은 벌금형으로 면허가 취소되기에 더욱 소중히 보존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는 측에서도 얼마 전까지 합법이었는데 갑자기 불법 업체가 되는 경우를 호소한다.

현재도 정부는 난립하는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 체계를 어떻게 통섭할지, 특정 의약품에 대한 광고 규정을 어떻게 할지, 건강보험 적용/미적용 항목에 대한 비대면 진료 기준, 가족이 대리인인 초진 처방은 합법인데 환자와 온라인 접촉한 경우 왜 초진으로 인정할 수 없는지 등에 대해 별다른 구상 없이 지켜보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대리인이 내원해 받는 혈압, 당뇨약은 합법인데 환자와 연락하여 초진으로 접수하는 것이 위법인 이유를 여전히 알 수 없다.












2023년 12월 지침. 지금까지의 최신 지침이다






오랜만에 비대면 진료 내용을 쓰니 서두가 길었다. 마지막 글이 벌써 2년 전이었는데, 차라리 코로나 기간이라 대상 환자군이 넓었던 당시와 비교해 더 혼탁한 상황이다.

아무튼 시대의 여파로 많은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였다. 반드시 진료 목적이 아니라도 한의원은 예약 확정, 재진 일정 조율, 한약 도착 여부 확인 등 환자와 연락할 건이 많다. 그런데 요즈음 더 크게 느끼는 점이 있다. 이제 선선히 연락받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대인 대부분은 의료 기관의 운영 시간에 각자의 일을 하느라 개인 통화가 편치 않다. 또 쉬더라도 편안히 보내고 싶어 하니 전화를 꺼린다. 특히 40대 이하 MZ세대는 상대방의 목소리 듣기를 더 어려워하여, 카카오톡 등 메신저 문의를 희망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렇다면 어렵게 연결된 이 전화, 짧은 시간 내 최대의 효율로 마무리해야 한다.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목적이 분명한 상담 전 두 가지를 준비하면 좋다.





전화상담 전 준비


1. 온라인 문진표




온라인 문진표를 활용해 상담의 목적, 주된 호소 증상, 부차적으로 따라온 증상, 원하는 치료 방향에 대한 정보를 얻고 답변할 대략의 내용을 확정한다. 전화를 걸기 전 대략의 내용을 확정해야 명료하게 답변할 수 있다. 요즘은 숏폼의 시대, 현대인은 3줄 요약을 지나 드라마나 영화도 고배속 재생하여 30초 내로 다시 보기 한다. 간단명료하게 진료를 숏폼으로 만들자. 간단하고 명확한 답변만이 환자의 뇌리에 진단을 각인시킬 수 있다.



2. 전화 예정 시간

전화상담 예약은 데스크에서 처음 환자의 연락을 받은 후 의료진에게 고지하여 정하거나, 공식 SNS 상담 계정으로 연락받아 답변하는 방법이 있다. 어떻게 정해도 상관없지만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다.


(1) 명확한 시간을 짚지 않는 것 : ~시 이전 / ~시 이후로 정한다.

(2) 의료진이 시간을 확정하는 것 : 답변을 데스크에서 전달하더라도 시간은 의료진이 확정한다.


명확한 시간을 짚지 않는 이유는 원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약에 없던 환자가 접수할 수도 있고, 기존 환자가 새로운 치료 추가를 원하여 길어질 수도 있다. 정확한 시간을 짚으면 시간 전후로 환자가 전화 상담을 포기하거나, 계속 기다리면서 불필요하게 감정이 상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은 점심시간, 혹은 환자가 가능하다고 한 시간 전후로 넓게 잡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의료진이 시간을 확정하는 이유는 원내 예약 현황을 점검하고, 환자에게 전화하기 전 대략의 답변을 확정할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각이 비어 상담할 수 있더라도 환자의 증상에 관한 공부가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진이 시간을 확정한다.












온라인 문진표를 질문하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그러한 경우 데스크에서 상담 목적을 묻도록 미리 담당 직원에게 안내한다.



전화 상담의 퀄리티 높이기

1. 핵심 질문

(1) 주 증상 : 통증 / 체력 저하 / 컨디션 난조 등 어떤 카테고리의 증상을 호소하는지 묻는다.


(2) 증상 발현 시점 / 증상 발현 계기 : 대체로 2-3주 미만은 급성, 그 이상은 만성 증상으로 이행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2-3일 미만 증상인데 열이나 통증이 극심할 경우 의원에서 관련 검사를 받도록 고지할 필요가 있다.


(3) 증상 이후 받은 치료 : 별다른 치료 없이 증상 그대로인지, 상비약을 썼는데도 차도가 없는지는 중요하다. 해열제를 2-4시간 간격으로 계속 먹었는데도 열이 38도를 넘긴다면 병원을 찾을 시점이다.


(4) 부가 증상 : 주 증상 하나에 따라오는 여러 가지 증상을 묻는다. 목덜미 통증을 호소하면 팔이나 손이 저리지 않는지, 급체로 배가 아프다면 두통이 없는지 등의 부가 증상 유무를 살핀다. 부가 증상이 없다면, 있는 경우보다 경미한 증상으로 간주한다. 허리 아픈 지 몇 주 지났는데 밤에 잠을 못 잔다면 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5) 전반적인 컨디션 : 소화 / 식사량 / 복부 가스 / 대변 / 소변 / 수면시간 / 꿈 / 땀(식은땀) 등을 묻는다.




2. 쿠션어

언어만으로 뉘앙스를 전달하는 상황임을 명심하자. '힘드셨죠,' '고생하셨겠습니다', '신경 써서 진료하겠습니다' 등의 말을 아낄 이유는 없다. 너무 깍듯하면 듣는 사람도 부담이겠으나 적절한 쿠션어 사용은 환자의 긴장감을 이완하고 진료를 더욱 부드럽게 한다. 별것 아니라고? 하지만 대기업에서 '사랑합니다, 고객님' / '좋은 하루 되십시오'로 전화 상담을 여닫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3. 마무리 멘트

의료진의 예상보다 환자들은 의사에게 무언가 말하기를 주저한다. 자기의 몸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가 불필요한 말로 여겨질까 봐 싫은 생각도 있다. 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지만 그러다 혹시 모를 중요 징후를 놓칠 수 있기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마무리 멘트를 반드시 전달하자.


                    "불편한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 전화주세요"

"상담하고 싶으시면 한의원 상담 계정으로 메시지 주세요"


특히 요즘은 SNS 메신저를 이용하여 증상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확인하기 좋다. 상담 마무리 후 SNS 계정 주소를 문자 메시지로 전송한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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