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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천권 Sep 28. 2023

새로운 꿈

아직 끝나지 않은 길

내 나이가 56세란다. 깜짝이야! 이게 나의 현실이다. 거부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가 보고 싶은 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내 나이에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현실을 무시한 채로 무리한 도전을 하면 때론 망한다.


인생의 막바지 같은 골목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앞이 막혀서 안 보이는 건지, 안 보여서 막혔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좁은 길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나이가 어릴 때 좁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달려갈 힘이 넘쳤기에 무작정 달렸다. 달리다 보면 길이 나타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도 달려가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기저기 길을 달렸다. 결국은 온전한 길을 찾지 못했다.


이상주 작가의 <글쓰기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다>에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축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축사는 너무도 유명해서 많은 곳에서 듣고 읽었을 것이다. “If you haven’t found it yet, keep looking. Don’t settle. As with all matters of the heart, you’ll know when you find it”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으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모든 마음과 관련된 일들처럼 당신이 찾으면 알게 될 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절망적인 몸과 마음의 상태로 몇 년을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읽게 된 책 한 권에서 책 읽기를 도전하게 되었다. 이 도전이 어쩌면 내게 남아 있는 마지막 열정이었을지도. 그랬다. 절박함으로 바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데 여전히 방향을 모르고 일단 걷기 시작했다. 매일 한 권 이상을 책을 읽어야 1000권을 3년 안에 끝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의 직업 경험 중에 학원 강사로 몇 년 일한 적이 있었다. 시골에서 서울에서 중등부 수학 강사를 했었다. 수업 시간은 아이들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오롯이 내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식을 전해주고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사람들 앞에 서서 뭔가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다.


책을 쓰면 굉장한 부가 따라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았다. 대신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강의 요청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내 직업 경험과 연결 고리를 찾았다. 읽었던 브랜딩에 대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나라는 사람을 떠올리면 바로 생각나는 것. 혹은 어떤 주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 그게 나에겐 뭘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어떤 이의 어릴 적 꿈을 도와준 경험도 있다. 지인 중에서 이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친구가 자기가 어릴 때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 취미라고 했다. 가난해서 못했는데, 이제 해 보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냐고 해서 구입부터 촬영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알려줬다.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고 잘  사용하는 것을 봤다. 지인의 집에 갔더니 찍은 사진을 출력해서 사진벽을 만든 것을 봤다. 나는 하지 않는데 이 친구는 나보다 사진에 대해서 사랑이 더 깊었나 보다. 이 즈음의 나는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광고/상업 사진을 주로 찍었었다. 교회의 행사 사진을 담아서 사람들에게 선물하면 그렇게 좋아했다. 지금도 필요한 경우엔 카메라를 꺼낸다.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돕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살아온 경험들이 몇 가지는 도움을 주는 것을 알고 있다. 프로그램을 짤 줄 알아서 홈페이지 개발을 도와줄 수 있다. 커피를 로스팅해서 핸드드립으로 혹은 에스프레소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사진을 찍어서 그때를 기념할 수 있게 한다. 강의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최근에도 아이들 수련회에서 시간관리에 대한 강의를 했다. 이런 나의 작은 경험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준비를 해야겠다. 책을 쓰면서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나를 사용할 것이다. 책은 나의 다른 형태의 명함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꿈이 점점 자라고 있다. 처음엔 책 1000권 읽기가 꿈이었다. 그러다가 책을 쓰야지 하는 꿈이 싹텄다. 그러더니 20권을 쓰면 좋겠다는 꿈이 더해졌다. 혼자서 하는 생각이지만 10권으로 줄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아니야 20권을 목표로 달려가 보자고 혼자서 합의를 한다.


책을 읽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말을 책 읽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책 읽기가 꿈을 만들고 이룬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책에 세상의 지식이 있다는 건 사람들이 안다. 그런데 그걸 꺼내려고 하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나도 3개월 전만 해도 그냥 책을 읽었던 사람이다. 그래도 한 달에 몇 권은 읽었었다. 지금처럼 작정하고 읽지 않았고 목적 없이 읽어기에 책 읽는 것이 내 삶에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그건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였다. 책에서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찾지를 않았다. 책에 보물이 있는 줄 안다면 책을 읽는 행위가 보물을 찾는 일이고 금광을 찾기 위해 땅을 파는 작업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것보다 승률이 높은 도전이다.


찬양하는 팀들 중에 ‘꿈이 있는 자유’라는 팀이 있다. 이들의 노래도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팀명이 더 좋다. 요즘은 더 자주 생각한다. 자유라는 말과 꿈이라는 단어가 함께 공존하는 팀명이 참 좋다. 꿈을 꾸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은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자유할 것이다. 언젠가 나는 그 꿈의 자리에 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사람은 지금 있는 그곳이 좋고 나쁨을 떠나 설레지 않을 것이다. 그냥 어제의 그 하루와 같은 하루를 보낼지도 모른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어제와 오늘은 다른 날이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꿈을 이루기 위해 사용한 시간만큼, 노력만큼 더 꿈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책 쓰는 것이 꿈이라면, 글을 써야 한다. 그러면 내가 완성해야 할 책의 조금씩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책 한 권을 다 완성한 날의 감격을 누리고 싶다. 그 기쁨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든 날도 있다. 요즘은 대체로 쉽게 일어난다. 읽어야 할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제 못 다 읽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다음이 궁금하다. 좋은 책을 만나는 날은 일어나는 시간, 책을 읽는 동안 꿈을 꾸는 것 같다. 커피를 마시고 떠오르는 내 속의 뭔가들을 받아 적다 보면 하루가 간다. 오후의 서쪽 햇빛이 창가를 비추면 내면에서 올라오는 뿌듯함으로 마무리한다. 하루에 1-2권 읽는데 2번째 책을 못 끝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내용이 재밌다. 그러면 자러 가지 않고 더 읽고 싶은 걸 참고 자러 가야 한다. 그다음 날은 아주 그냥 침대에서 달려 나온다. 어제 못 읽은 책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책을 최대한 읽고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책을 읽고 받은 감동을 전하며 책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이런 책도 있어요 한다. 아, 잘 모르는 책이구나 소개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읽으며 배우는 책 읽기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서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래서 책 읽는 기쁨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책을 읽다가 자기가 궁금한 주제를 찾아도 잘 못 찾아서 직접 책을 쓰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 나만의 경험과 삶의 지혜가 녹아든 책을 쓰는 사람이 나와서 생각지도 않은 인생의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땀과 고민의 시간을 보냈을까? 그 책을 나는 열심히 읽고 또 읽어서 작가에게 리뷰하고 싶다. 당신의 글이 살아서 내 삶에 힘을 더해줬다. 당신 책 덕분에 내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고맙다. 그렇게 인사하고 격려하고 싶다.


꿈이 없다는 젊은 사람들에게 꿈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스페인 길을 걷고 왔다. 일정이 길지 않아서 400킬로 정도 걷고 왔다. 아쉽단다. 다음에는 내가 걸었던 930킬로를 다 걷고 싶단다. 처음 길 걷기를 준비하면서 들떠 있었다. 막상 출발을 며칠 앞두고 둘째가 걱정이 되었든지 울었단다. 잘 걷고 왔다. 그리고 걷는 것에 대한 좋은 경험들을 안고 왔다. 작은 도전들이 인생을 도전하는 일들이 잘 쓰이길 기도한다. 또래의 한 명의 경험이 다른 또 한 명에게 전해질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의 경험으로 다가갈 때 한계가 분명히 있다. 또래의 경험은 훨씬 설득력이 있다. 이번에도 우리 아이 2명과 2명의 다른 애들이 합류해서 다녀왔다. 힘들기도 했고 좋기도 했나 보다.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갈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그 자신의 꿈을 갖게 해 주고 달려가게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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