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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천권 Oct 03. 2023

나의 절박함2



캐나다로 와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했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조건이 되면 영주권 진행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일하는 곳의 조건이 영주권 신청 조건과 맞지를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영주권 진행이 가능한 회사를 찾아서 이직을 했습니다.


1년이 지나고 영주권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우리 가족이 캐나다 온 뒤로 법이 바뀌어 영주권을 신청 시 자녀의 나이가 상향 조정이 되어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진행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하게 있는 것은 아니고요.


좋은 이주공사를 만나서 제가 생각한 업종보다 더 쉬운 업종을 찾아줬습니다. 열심히 일을 하며 영주권 신청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굉장히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했었습니다. 우리가 캐나다 오기 전에 태국에서 2년 반을 살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범죄경력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어지간히 준비를 했었는데 모자란 서류를 하나하나 준비했습니다.


영주권 준비를 할 때 영어는 아이엘츠나 셀핍 시험 성적으로 준비를 하게 됩니다.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손으로 글씨를 쓸 필요가 없는 셀핍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셀핍은 전체 시험을 컴퓨터로 진행합니다. 시험 응시를 위해 인터넷으로 시험 장소와 날짜를 선택하고 결재를 합니다.


시험장에 도착하면 한 사람씩 확인을 하고 자리를 안내받습니다. 이때 내 옆에 사람이 없는 게 좋은데 그게 아니면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오는 게 그나마 덜 긴장하게 됩니다.  영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시험을 봅니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읽기는 무난히 통과합니다. 쓰기, 듣기, 말하기 순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나는 한국에서도 영어로 말하는 건 그럭저럭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별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듣기 성적 올리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캐나다에 살면서 시험 준비를 하느라 라디오도 듣고 영화도 가끔 봤습니다. 그리고 캐나다에 실제로 살다 보니 영어로 말하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만나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듣기는 통과가 되었고 오히려 영어로 말할 기회가 적어서인지 말하기 점수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결국 시험을 여러 번 보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우리 아이들의 나이 제한에 문제가 되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에 시험을 마치고 나면 결과가 1주일 후 화요일 즈음에 나옵니다. 그게 제가 다운타운에서 일을 마치고 차를 몰고 시내를 벗어나는 시간입니다. 폰으로 연락이 오면 시계 화면에서도 연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듣기에서 1점이 모자랐습니다. 나중에는 듣기는 점수가 패스가 되었지만 스피킹에서 매 번 1점이 모자랍니다. 시험을 볼 때마다 거의 한화로 30만 원 가까이 돈이 듭니다. 결과가 나쁘면 가족들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영어 시험 때문에 영주권 신청을 못하는 것도 미안하고 또 돈을 날려서 미안합니다.


영어 시험에서 말하기도 높은 점수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영주권 진행만 되는 그 점수만 넘으면 되는데 매번 시험을 잘 보려고 하다가 실수를 합니다.  내가 왜 실수를 하는지 원인을 찾아서 공부도 추가하고 연습도 했습니다.


시험 당일 최종적으로 마음을 잘 다독여야 하는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나를 보면서 식구들에게 제대로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또 시험 일정을 찾아서 등록을 합니다.


시험장은 한국의 칸막이 독서실 같아요. 그래서 옆 자리에서 누군가 나보다 시험을 빨리 보고 스피킹 시험을 보기 시작하면 내가 너무 느린가? 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잘하는 사람들이 옆 자리에 있으면 주눅이 듭니다.  가끔은 백인들이 시험을 보는데 이 사람들은 영어권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도 있어요. 유튜브에서 아이엘츠 스피킹 시험 영상을 볼 수 있는데 12점 만점에 10점 혹은 11점 맞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런 영상을 보면 완전히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정신을 차리고 더 낮은 점수 사람들의 영상을 찾아서 봅니다. 그러면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험장에 가면 갑자기 알던 단어들도 생각이 나지 않고 그냥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스토리 라인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시험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영어 시험을 자주 볼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돈도 시험장도 자리가 금방 차서 날짜가 자꾸 밀리고 있었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4번은 본 거 같아요. 힘들게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시험을 망치고 시간은 가니까 가족 모두에게 미안함까지 더해서 여러 가지로 아주 많이 힘든 시기였습니다. 겨우 영어 시험을 패스한 점수를 받고 어찌나 눈물이 나든지…


영어 성적표를 받아서 이주공사에 보내어 영주권 신청을 했습니다. 내 서류 접수 타이밍이 잘 맞아서 금방 픽업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주정부 승인이 잘 진행되도록 기다리고 그 후엔 연방정부까지 잘 마무리되어서 우리 가족 손에 영주권 카드가 딱 오기만 하면 됩니다.


1년의 시간이 걸려서 영주권 진행 막바지가 되었고 국경으로 랜딩을 하러 갔습니다. 2020년 2월 20일 딱 맞춰서 갔는데, 캐나다 살면서 국경 이민국 가는 거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요 좋은 경험들이 많지 않기도 하고 긴장되는 일들로 국경을 가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우리 가족이 국경을 갔는데, 그날 시스템이 다운이 되었답니다. 국경 전체가 그래서 오늘은 해 줄 수가 없답니다. 결국 다음날 가서 랜딩을 마쳤습니다. 여전히 제 손엔 카드가 없습니다. 그 카드는 우편으로 다시 옵니다.  국경에서 랜딩을 무사히 마친 가족들은 신나 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기쁘지 않은 건 아닌데 갈길들이 많이 남아 있다 보니 나를 누르는 환경 때문인 거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기쁨은 그 순간엔 누렸어야 했다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 순간을 놓치면 그 기쁨을 다시 누릴 수가 없습니다. 모든 순간에 누려야 할 기쁨은 그 순간 바로바로 누려야 합니다.


우리의 캐나다 랜딩의 절박함은 여기서 끝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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