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머리에는 3가지가 있다는 걸

by 심지훈

1.

머리에는 3종류가 있다. 공부 머리, 일머리, 마음 머리. 공부 머리, 일머리는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일머리는 얼마나 중요한지 네이버 오픈사전에 명사로 등재돼 있다. 마음 머리는 생소할 것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공부 머리는 10대~20대에 필요한 머리다. 이해력과 암기력이 핵심인 것처럼 보이는 공부 머리의 본질은 ‘순전히 그 나라 시험제도가 나와 맞느냐, 맞지 않느냐에 따라 공부 머리가 좋다, 나쁘다고 평가될 뿐’인 것이다.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면 공부 머리가 좋다고 하고, 성적이 나쁘면 공부 머리가 없다고 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 어른이란 자들, 특히 교육계 종사하는 선생이란 자들은 오답에 줄 그어버리듯 두 번 생각 않고 쓱 그어 버리고 만다. 그렇게 창의적인 인재는 싹부터 싹둑 잘려나간다. 이 나라에 창의적인 인재가 여태 드문 이유다.


일머리는 30대~50대에 필요한 머리다. ‘공부 잘 한 놈이 일도 잘한다’는 게 상식처럼 우리 사회 퍼져있지만, 일머리의 본질은 ‘실은 전혀 다른 차원 즉 세상물정을 파악하는 안목과 근면, 성실’에 있다. 실제 학교 공부는 잘 못했어도 사회에서 장사로 큰돈을 벌거나 다른 방식으로 세상 살아가는 요령을 잘 터득한 사람은 찾아보면 부지기수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공부를 잘해 가방끈 긴 친구들보다 노후도 훨씬 풍요롭다. 자본주의라는 신이 이 땅에 내린 가장 큰 시혜는 ‘배운 놈이 아니라 돈 많은 놈이 장땡이라는 것’이다.


마음 머리는 인간의 일생 동안 필요한 머리다. 헌데도 대다수 사람들은 이 머리에는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다. 특히 대한민국은 조선의 신분제사회, 일제식민지, 한국전쟁 등 지난(至難)한 역사 때문에 오로지 공부만이 상층부로 가는 사닥다리라고 신앙처럼 여겨온 탓에 마음 머리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대는 10대다운 아름다운 마음씨를 낼 수 있어야 하고, 20대는 또 20대 대로, 30대, 40대, 50대, 60대… 죽을 때까지 그 나이에 맞는 인간내 폴폴 풍기는 마음 머리를 갖고 살아야 한 가정이 정상 가정이 되고, 한 조직이 정상 조직이 되고, 한 국가가 정상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 나라가 내년이면 한국전쟁 발발 70돌인데, 전장의 포성소리는 아스라이 까마득한 옛 이야기 같은데, 좌우 이념논쟁은 어제 전쟁 끝난 것처럼 살의(殺意) 담긴 언어의 칼부림이 끊이지 않는 것은 모두 마음 머리를 못 배웠기 때문이다. 이 땅 현대사의 비극이다!


2.

이들 머리를 이해한 다음에 세상살이를 논할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엔 세 가지가 있다. 둘은 찾아보거나 들어보면 비교적 선명하다. 마지막 하나는 이 둘을 골몰해 따로 뽑아내야 한다. 선명한 삶의 방식 중 하나는 쇼펜하우어의 지침에 따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장자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마지막 셋은 이 둘을 적절하게 융합해 각기 삶에 투영하는 것이다.


염세주의 철학의 창시자 쇼펜하우어는 생전 참으로 멋진 말을 남겼다.

“우리는 두 가지 인생을 살아가는데 어떤 삶이 더 나은 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른바 ‘본문 인생’을 사는 사람과 ‘각주 인생’을 사는 사람 중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마땅히 ‘본문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생각해 봐라. 자신의 삶을 본문보다 각주가 많은 인생을 살면 얼마나 기형적인가. 공부를 해 본문을 채워야지, 생의 전선에 뛰어들어 귀동냥으로 세상을 아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부해 알아가는 것보다는 가치가 덜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말은 이 땅의 ‘돼지맘(돼지mom·교육열이 매우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하여 다른 엄마들을 이끄는 엄마)’들이 열렬히 박수치며 찬동할 법하다.


헌데 대척점엔 공자와 달리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섭리를 중히 여기는 장자가 있다.

장자는 역사적 위인(제나라 환공과 수레바퀴 만드는 장인 윤편)을 논의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야기의 힘을 과시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책이 왜 쓸모없는지 알려주고 있다.

“환공이 마루 위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윤편이 마루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다. 윤편이 몽치(=망치)와 끌을 내려놓고 환공에게 말했다.

-감히 묻자온데, 공이 읽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환공이 대답했다.

-성인의 말씀이네.(聖人之言也.)

윤편이 다시 물었다.

-성인이 살아 있습니까?

환공이 대답했다.

-이미 죽었네.

윤편이 말했다.

-그렇다면 공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사람들의 찌꺼기군요.(然則君之所讀者, 古人之糟魄已夫.)

환공이 말했다.

-과인이 책을 읽는데 수레바퀴 기술자 따위가 어찌 왈가왈부하는가? 나를 설득한다면 무사히 살려두겠지만 설득하지 못하면 죽게 되리라.

윤편이 대답했다.

-저는 제가 평소에 늘 하는 일로 살펴보겠습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많이 깎으면 헐렁거려서 꽉 맞물리지 않고, 덜 깎으면 빡빡해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 깎지도 않고 덜 깎지도 않게 하는 것은 손

보통 글밥 199

감각으로 터득해 마음에 흡족할 뿐이어서 입으로 말할 수 없으니 바로 그 사이에 비결(기술)이 존재합니다. 저도 이를 제 자식에게 일깨워줄 수 없고, 제 자식도 저에게 그것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나이가 70이 됐지만 늘그막에 아직 수레바퀴를 깎고 있습니다. 옛사람은 전해줄 수 없는 것과 함께 죽었습니다. 그렇다면 군주께서 읽고 있는 것도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입니다.

환공은 그 길로 남의 지식이 담긴 책을 덮고 자기 공부를 시작했다. 제나라 황제에 오른 비결이다.”

그러니까 장자는 윤편과 환공의 대화를 통해 ‘세상살이 방편이 책 속에 있다는 착각에서 어여 벗어나라’ 알려준다. 대한민국 돼지맘들 한 마디로 ‘정신 차려라’라고 일갈하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생각이란 걸 해보자. 서양의 대표 철학자의 지침을 따라야 할까, 동양의 대표 철학자의 가르침을 따라야 할까. 멍청한 사람은 양자택일하고 만다. 필시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했을 것이다. 공부 머리만 있는 자는 쇼펜하우어 쪽을 따르겠다고 할 것이다. 일머리만 있는 자는 장자 쪽을 따르겠다고 할 것이다. 범인(凡人)은 누구나 제 유리한 걸, 편한 걸 옳은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하나 마음 머리가 있는 비범한 자라면 둘의 중간지대를 점유하려 들 것이다. 양쪽의 장점을 취사선택해 제3의 삶의 방편을 만들어서는 오로지 인간다운 삶을 향유하며 살 궁리에 골몰할 것이다.


나는 묻는다. 귀하는 공부 머리가 좋은 사람인가, 일머리가 좋은 사람인가, 마음 머리가 좋은 사람인가.

이전 07화작가의 집 사유의 집(作家家 思惟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