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후배님과 개인 레슨을 진행했습니다.
학교나 직장의 후배는 아니고요.
인생의 후배님과 함께 수업을 했습니다.
낯설었습니다.
보통 1:1 개인레슨은 인생의 선배님들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어린 분과 수업을 하긴 하지만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수험생이나 무용 등 특별한 움직임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로
수업의 주제가 꽤나 명확합니다.
하지만 어제 수업의 경우, 들어오시는 모습이나 마주 앉아 이야기를 진행하면서도
별다른 통증이나 문제점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려웠습니다.
우선 그동안 했던 움직임들을 여쭤봅니다. 그 경험들이 어떠했는지를 이야기 나누면서
자신의 움직임과 몸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나 감정을 확인했습니다.
역시나 큰 문제는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트 위에 누워서 몸을 감각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서 골반을 움직이고, 옆으로 돌아누워서 견갑의 움직임을 맞추었습니다.
움직임의 질이나 감각이 모두 너무나 좋았습니다.
보통 자신이 느끼는 것과 제삼자가 확인하는 것에서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고유수용감각이 떨어져 있거나 굳어진 패턴으로 인해 기준점에 왜곡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본인 몸에 대한 감각과 인지가 매우 섬세하고 반응적이었습니다.
"오늘 이 분이 나와 매트 위에서 만난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내내 마음속에 떠다녔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들을 했습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동작이나 자세,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환경, 수면 습관 등
그러면서 자연히 그분에 대해 더 알게 되었습니다.
몸과 움직임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고민과 생각과 감정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그분이 오늘 저와 만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인생의 선배님들과 1:1 개인레슨을 하면서, 얼마나 많이 의지해 왔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제가 힘든 줄도 모르고 힘들던 날, "아 오늘은 좀 쉬엄쉬엄 하고 싶네~" 하면서
"오늘 내가 낯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시던 회원님
무언가 더 좋은 걸 드리고 싶어서 잔뜩 준비했는데, 그것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함을 숨길 수 없던 날 "원래 그렇게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야~ " 해주시던 회원님
상대방을 느끼고 살피는 넉넉하고 깊은 마음,
함께 있는 사람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한 부드러운 지혜와 위트,
그분들께 기대어, 이날 이때까지 무럭무럭 자랐구나.
저 혼자 똑똑해서 만족스러운 수업을 한다고 생각한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받아 온 것이 그렇게 많으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내놓아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마음이 뚱땅거렸습니다.
힘이 되는 말, 위로가 되는 말을 해드리고 싶은데
자칫 가르치는 말, 참견하는 말이 될까 봐 입술만 멈칫멈칫했습니다.
오늘 제가 할 수 없는 것은 단념하고, 다만 드릴 수 있는 것을 듬뿍 드렸습니다.
다행히 오늘 너무 좋았다고 이것저것 질문해 주셨습니다.
우연히 다른 강사님이 나가시는 그분을 만났는데
"방금 나가신 분 수업 엄청 좋았나 봐요~ 표정이 진짜 좋으시던데요?"라는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잘 쓰는 강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음(사랑)을 잘 쓸 줄 아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