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의 슬픔
30대 중반 하얀 얼굴에 새초롬한 여성분이다.
골반에 만성적인 불편함으로 요가와 필라테스, 자이로토닉 등을 꾸준히 하셨지만
나를 찾아온 이유는 어깨의 통증 때문이었다.
골반의 불편함과 체력 단련을 위해서 바쁘고, 힘들어도 늘 운동하는 시간을 따로 두었지만
이번에 어깨통증으로 인해 대부분의 운동 동작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심지어 옷을 입는 것도 악- 소리가 날만큼 아파 찾아오셨다.
그녀의 직업은 중학교 국어교사이다.
교사는 직업병이 많은 직업 중 하나이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분들이 가지는 몸의 증상과 더불어
서서 일하는 분들이 가지는 몸의 증상이 같이 나타난다.
거기다가 목(성대)의 이슈는 언제나 디폴트이다.
그리고 판서로 인한 증상이 가장 특징적이다.
판서를 하는 동작을 생각하면, 어깨, 척추, 골반 어디 하나 무리가 가지 않을 수 없다.
한 손에는 교재를 다른 한 손에는 필기구를 잡고 수직으로 선 칠판에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불편하다.
턱은 들리고 고개는 젖혀지며 손가락과 손목엔 과도한 힘이 실린다.
거기에 판서를 하면서 고개를 돌려 학생들을 바라보는 자세는 척추와 골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병원에서는 회전근개 염증이 심하고 석회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고
약과 주사와 함께 석회를 부셔서 빼내는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셨다.
회전근개란 어깨의 움직임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4개의 근육(극상근, 극하근, 견갑하근, 소원근)을 의미한다.
이곳이 기능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염증이 생기고 파열될 수 있다.
건과 인대 등의 염증은 석회와 같은 물질의 생성 원인이 된다.
비슷하게 어깨충돌증후군은 견갑골의 견봉뼈가 이 회전근개와 부딪혀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즉, 어깨충돌증후군이 지속되면 회전근개 염증과 파열로 이어지며 증상(통증)은 유사하다.
"그것을 하지 마세요. 그것을 중단해야 낫습니다."가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이 직업병의 슬픔이다.
내가 아프다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를 위해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해주지도 않는다.
내일 아침 출근을 하면 나는 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그 일을 해내고 집에 와 끙끙 앓는다.
그리고 다음날 또다시 반복된다..
"제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니까 그걸 하지 말고 좀 쉬래요. 일주일만 쉬다 오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레슨을 시작했다.
우선 당장 통증이 있고 염증이 있는 어깨는 움직임에서 배제시킨다.
(염증이 있는 곳은 가능한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골반과 흉곽 등 옆구리 측면을 함께 사용해서 어깨에 무리가 되지 않는 움직임을 함께 했다.
매트 위에서 하는 특정 exercise라기보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하는 동작들을 함께 하며
어깨의 사용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특히, 오른손으로 판서를 하는 자세에서 오른팔을 들어 올릴 때
몸의 오른쪽 측면이 전체적으로 길어지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 체중은 오른발에 싣고 왼발은 가볍게 한다.
오른쪽 어깨와 팔이 올라가는 만큼의 균형을 맞추어 왼쪽 어깨와 팔은 아래로 내려간다.
전체적으로 오른 옆선은 길어지고, 왼쪽 옆선은 수축하는 모양이 된다.
몸의 한쪽이 길어지면 딱 그만큼이 어디선가 짧아져야 한다. 균형이다.
판서하는 자세에서 어깨의 높낮이를 허락하고 그로 인한 머리의 변화를 인지하는 것,
척추의 모양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체중을 기능적으로 분산하는 것을 함께 했다.
예전에 손목에 통증이 심한 사회과 선생님을 레슨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주로 앉아서 손목 움직임을 타깃 했지만 이번에는 거울 앞에서 서서 레슨을 진행했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서서 했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서 있는 것도 힘들고 벅차다고 했던 선생님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씀해 주셔서 기뻤다.
몸은 기능적으로 움직이면 힘이 들지 않고 가뿐하다.
기능을 거슬러 움직이면 쉽게 지친다.
움직임(자세)을 만들 때는 가능한 몸의 모든 부위들이 그 움직임(자세)에 참여해야 한다.
특정한 부위가 참여되지 않기 시작하면, 보상을 위해 과도하게 사용되는 부분이 생긴다.
어쨌든 의도한 움직임은 완성이 돼야 하므로..
그러면 그것이 일종의 패턴으로 굳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쓰이지 않는 부위는 쓰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이
과도하게 쓰이는 부위들은 무리해서 생기는 과부하 문제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아픈 부위만 보는 것은 크게 효과를 보기 어렵다.
당장 움직이는 그 순간에는 마치 효과를 느끼는 듯도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어김없이 다시 패턴으로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참여하지 않던 곳이 참여해야, 무리했던 곳이 쉴 수 있다.
무리했던 곳을 덜 사용해야, 사용되지 않던 곳이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움직임을 통해 통증을 완화시킬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믿음 중의 하나이며,
실제로 눈에 띄게 변화를 만드는 원리이다.
만약 몸의 특정 부위에 불편함, 통증, 불안감이 느껴지신다면
그 부분을 과도하게 쓰고 있지 않은지 면밀히 관찰해 보세요.
그 주위에 어떤 부분이 참여하지 않아서 그 부분만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걸까요?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하는 동작들에서 천천히 살펴보세요.
가능한 모든 부분이 참여하여, 조금씩 맡아해 줘야 무리하는 부분이 쉴 수 있습니다.
(우리 직장, 회사, 사회에서 일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 무임승차 하는 곳을 찾아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