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다.
팔월 일일 아침 여섯 시 새로운 달의 시작이다. 해마다 반복인 날짜와 시간이다. 오늘 아침은 알람이 울 기한 시간 전에 눈을 떴다. 내면에 있는 내가 나를 깨운 것이다. 지난 칠월 중순 기말고사가 끝나고 시작된 길 것만 같던 방학이 한 달 남았다. 젊은 학생들 따라 공부하는데 혼이 반쯤 나가 있을 때 맞이하는 방학이라서 그런지 여름날 입고 있던 털옷을 벋은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내 인생 예순셋에 다시 방학을 맞이하는 기분은 홀가분했다. 넋 놓고 놀고 있던 중에 브런치를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하는지 상세하게는 모르지만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인 것은 분명했다. 반가운 마음에 지원을 했다. 다음날 메신저 와함께 이메일이 왔다. 축하한다고․… 내 사주에 노년에는 행복한 일만 남았다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인 듯하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글은 내 친구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나 혼자만 열심히 말할 수 있고 내가 잘못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심한 말을 하여도 자판은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 슬플 때, 화날 때, 억울할 때 그리고 기쁠 때도 내 말을 그냥 주워 담는 귀여운 보따리이다. 어제나 십 년 전이나 무작정 퍼부었던 언어의 폭력을 누가 볼세라 고스란히 담아두었다가 내가 보고 스스로 반성하게 만드는 글 보따리 친구. 그 친구와 늘 생각한 것이 지난 글이나 앞으로의 글 등 나의 일생을 잘 정리하자였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에, 아니 모태에 잉태되는 순간에 사연들을 담은 구슬이 함께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구슬을 엮는다. 모두들 자기 인생을 글로 쓰면 책이 몇 권은 나온다고 자기가 엮은 구슬들을 이야기한다. 사는 것이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손가락의 지문들처럼 같은 사연은 없다. 시간과 날짜가 지나가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꾸 쌓이지만 쌓이는 만큼 망각이라는 놈이 따라다니면서 지운다. 이 망각의 훼방이 없으면 몹시 괴롭고 힘든 속에서 호흡곤란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아직 뇌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억들을 꺼내어 보석으로 다듬을 생각이다.
지난 기억과 살아가는 일상을 글로 표현하여 나만의 책을 만들고자 한다. 지금 마음은 저 앞에 달려가고 있는데 몸은 유체이탈이 되어 유희만을 즐기고 있는 현실. ‘옛말에 하던 일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는 것처럼 지금 그 멍석을 브런치가 깔아주었는데, 그것도 이 여유로운 방학 동안에 내가 하고 싶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깔아주었는데 나는 정작 멍석 위에 올라가지를 못하고 용만 쓰고 있다가, 지금 이 순간! 용기를 냈다. 일단 제목도 나중에 달고 목차도 나중에 적자. 우선은 한발 앞으로 나가는 작업부터 하기로 했다. 그날이 오늘이다. '다시 구월부터 2학기 시작이면 학교 다니기도 바쁠 텐데' 생각하며 시작한다. 작심삼일이 안 되도록 이 글을 바로 올릴 것이다. 우선 과거를 뒤지지 말고 현제 오늘 하루를 기록하는 일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완성된 사람은 없다. 당연 완성된 인생 구슬도 없다. 계속 생기는 사연 구슬을 중간중간 점검하여 인생을 뒤돌아보며 사연마다 단락마다 엮어서 완성시키는 재미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