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화 Mar 20. 2024

편리하지만….

                           편리하지만…. 

                                                                        

  쳇 GPT로 과제를 해결한 적이 있는 사람.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 손들어보라 한다. 제일 앞에 앉은 나는 뒤로 돌아보았다. 대학생들 대부분이 손을 들고 있었다. 엄청나다. 이 조사를 왜 할까. 스스로 연구해서 해결하려 들지 않고 다른 사람의 지식을 훔친다고 한마디 하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교수의 말은 달랐다. 

  세상의 변화가 너무나 빠른 현 사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는 암기식 교육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공부해야 하는 시기라는 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두주자가 AI니까 나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단어이다. 어느 틈엔가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그중 하나가 팔뚝에서 나의 심박수를 재고 건강 상태를 체크 한다. 우리는 이런 편리한 사물인터넷 기기에 빠져 사람이 하여야 할 모든 일 들을 하나씩 내어주고 있다.      

  2024년 갑진년 새해, 신문 전면에 인공지능 이야기가 실렸다. 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처음으로 20년 뒤의 인간 사회를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AI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도구다.”

  이미 AI가 인간을 능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해서는 AI 발전 속도에 맞춰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미 AI는 현실이다. 알파고가 인간을 바둑 왕좌에서 끌어 내린 것이 2016년이다. 지난 8월 AI가 그린 그림이 신인 디지털 아티스트 부문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사실이 생각났다. AI가 그린 작품이라고 문제는 되었으나, 디지털 기술을 창작 과정의 일부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주장에 따라 AI가 그 자리를 지켰다.

  정작 사람이 누리던 특권의 자리를 AI에게 내주어야 하는가, 한 번은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기계가 대신 할 수 없다고 믿었던 문학 창작물도 이제는 모두 인간의 것만은 아니다. 이미 인간 이상의 글쓰기 능력을 갖춘 쳇 GPT가 등장했다. 그 기기가 시를 쓰고 소설도 쓴다. 그것을 인간이 읽고 감동에 젖는다면 이것이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 수필은 관조 문학이지만, 고요한 마음으로 현실을 관찰하고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사람의 감정을 인공지능에게 내어 줄 수 없다는 고민을 몇 날 며칠을 하다가 벌떡 일어났다. 비록 작은 한 편의 글이지만 사람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

  수필은 인문학, 더 섬세하게 인간학이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기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흔히 신변잡기라고 여타 문인들에게 소외당하지만, AI를 이길 수 있는 문학은 수필이다. 시나 소설 등은 형식에 얽매여 있어서 자료를 모아 계산해서 얼마든지 비슷한 글을 만들 수 있다. 하나 수필은 무형식의 글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필은 정해진 형식 없이, 살아가면서 경험을 자유롭게 서술하는 것이다. 수필은 삶의 경험을 녹여낸 글이다. 수필에는, 인간만이 보고 생각해서 다르게 해석하는 그 아름다운 삶의 과정이 남는다. 자유로운 글, 자유로운 생각, 그 표현, 그것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나만의 독창적 존재와 마찬가지이다. 수필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바둑의 왕좌를 내주고도 많은 사람이 바둑을 두듯이, AI가 그린 그림을 감상하며, 로봇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사람을 부리는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닌지 ….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니 몸이 오싹해진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발전을 계속하게 되면, 다 수의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쳇 GPT를 글 쓰는 도구로 사용할 것이다. 당연히 글 쓰는 사람들의 입지도 점점 좁아질 것이다. 인간이 쓴 글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문학의 명맥은 이어가겠지만, 다 수의 문인들이 붓을 꺾을 것 같다. 

  그러나 단 한 순간의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은 과거나 추억이 없다. 어떤 슈퍼 인공지능이 와도 넘보지 못할 수필은 오로지 사람의 것이다. 수필의 재료는 생활 경험, 자연 관찰, 또는 사회 현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 무엇이나 다 좋을 것이다. 하지만 AI가 수필을 쓰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도 하나의 수필의 재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상상과 사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