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ptain가얏고 Aug 09. 2024

어른을 위한 동화(별을 닮은 아이)

문이 잠긴 교실

(문이 잠긴 교실)


 해가 중천인 일요일 늘어지도록 늦잠을 자는데 훼방꾼이 나타났다. 자꾸만 얼굴에 달라붙는 파리 한 마리에 온통 신경이 곤두섰다. 이불을 끌어다 덮었는데도 자꾸만 주위를 맴돌며 귀찮게 한다. 갑갑해져 다시 얼굴을 내밀면 여지없이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놈이다.      


“잠 좀 자자.”

“저리 가.”


잔뜩 짜증이 나 이불을 홱 걷어차고 파리채를 찾는다. 


“널 잡고야 말 테다.”

“미안.”

“그만 일어나라고 그런 건데.”     


잠이 덜 깬 아이가 눈을 비비는데 눈앞의 파리도 양손을 따라 비비더니 양발까지 비벼댄다. 용서를 구하는 건지 약을 올리는 건지 모를 파리를 향해 냉큼 파리채를 날렸다.     


“어라? 잘도 피했겠다?”     


저만큼 날아간 파리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아이를 내려다본다.     

 

“잡을 테면 잡아보라지?”

“내려오기만 해 봐라.”     


바짝 약이 올라 씩씩거리며 한참을 쏘아보는데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이젠 관심 없는 척 딴청을 부렸더니 주변을 맴돌다가 겁도 없이 아이 다리에 붙었다. 


"요놈 봐라."

"너 딱 걸렸어."


잠깐 주저하다 인정사정없이 내리치는데 그 틈을 내빼는 날쌘 놈이다.


“아야!”


파리 대신 매를 맞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쪽 벽면에는 오래된 괘종시계가 째깍거리다가 ‘데엥 데엥 뎅...’ 묵직이 존재를 알리는데 소리가 영 시원치 않다. 시계의 문을 열고 구멍에 열쇠를 꽂아 천천히 돌렸다. 빡빡할 때까지 태엽을 감고는 시계 큰 바늘을 막 돌려본다. ‘댕댕댕’ 이제야 기운이 났는지 조그만 망치가 힘차게 종을 친다.   

   

  동생들은 요즘 무슨 꿍꿍인지 연일 밖으로 나간다.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뒤 따라나서기도 자존심이 상한다. 아무도 없는 집안 시계 초침 소리만이 더욱 커진다.


'아휴, 심심해.'


 무료함에 지친 아이가 학교까지 뛰었다. 인기척 하나 없는 학교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이 흐른다. 여느 때처럼 창문을 통해 안으로 잠입할 작정이다. 비밀 통로를 찾아 돌아섰는데 뭔가 이상하다. 깨진 창문에는 어느 틈에 새 유리가 끼워졌다. 이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다. 혹시나 하고는 빈틈을 노려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학교 건물은 철통같은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과학실로 들어가지 못해 실망한 미진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발길을 돌린다.


‘나, 들킨 건가?’

작가의 이전글 800년 느티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