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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Nov 19. 2022

구름산책자

리움미술관 | 2022.09.02 - 2023.01.08

최근 많은 매체에서 기후 위기, 지구 환경, 팬데믹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광주에서도 지속된 가뭄으로 지자체가 나서 물 절약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구에 사는 우리의 삶의 위기에 처하는 것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옆에서 우리 가족과 이웃에게 생기는 문제일 겁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시각의 전환과 상상력이 필요할 겁니다. 최근 예술계는 환경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를 다양한 방면에서 바라보고 비판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번 리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름산책자> 역시 이러한 맥락의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에서 구름은 우리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구름'과 인터넷을 통해 접속하여 컴퓨팅 자원(CPU, 메모리, 디스크 등)을 가져다 쓸 수 있는 서비스인 '클라우드'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리움은 전시에 참여하는 분야의 예술가들을 클라우드 세계를 활보하며 동시대와 미래사회 문제를 새롭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산책자(walekr/flâneur), 실천가(worker/doer), 공상가(dreamer/visionary)로 나누며 지구와 기술의 상생과 이에 대한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현남, <쌍둥이>, 2021

전시에서 작가들을 산책자, 실천가, 공상가로 나누었듯이 전시장의 작품들도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전시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자연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현한 작품들이다. 이들의 작품을 '산책자'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재현적인 작품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카타기리 카즈야의 <종이 사구(沙丘)>입니다. 전시장에 새하얗고 거대한 종이 덩어리는 유연한 물성의 종이 모듈로 구성되어 우리가 사진으로 보곤 하는 사막의 거대한 모래언덕과 닮아 있습니다. 종이와 사막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상 변화와 인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토지가 사막과 같은 환경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사막화(沙漠化, Desertification)'이라고 하는데, 가장 큰 인위적 요인이 바로 벌목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막화를 저지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한쪽에서 나무를 베어내면 다른 쪽에서는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종이의 원재료 나무와 종이로 만들어진 모래 언덕은 이 작품에서 하나의 거대한 자연의 일부를 재현함으로써 떼어낼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종이 사구>는 종이를 재료로 하였기 때문에 '제로 웨이스트'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산책하며 발견한 종이와 사막의 관계성을 그린 카즈야의 작품처럼 히말리 싱 소인, 현남 등 작가들의 재현된 자연에 대한 시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카타기리 카즈야, <종이 사구>, 2022 | 히말리 싱 소인 <스테틱 레인지>, 2020
돈 탄 하, <물 위의 대나무 집>, 2022 | 루 양, <도쿠-헬로우 월드>, 2021

두 번째로 기술과 환경 즉, 생존을 위한 결합과 공생의 시선에서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리움이 제시한 '실천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최첨단의 기술이자 모두가 할 수 있는 간단한 활동까지 이러한 면모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돈 탄 하의 <물 위의 대나무 집>입니다. 베트남 남부의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수상가옥으로 전시장에서도 이 집의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집 내부에서 상영되는 루 양의 <도쿠(獨)-헬로우 월드>는 3D 버츄얼 모델에 아시아 전통예술인들의 춤, 몸짓, 표정을 따라 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모델은 마치 일본 SF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의상과 붉은 단색 배경, 성별을 알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어 전통예술의 몸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루 양은 여러 예술인과 작가 자신까지 혼합된 이 3D 모델은 디지털로 홀로 환생된 작가 자신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전시장에 이 두 작품이 함께 전시되며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환상이 증폭됩니다. 극단적으로 발달한 기술은 인류를 버츄얼 세계에 환생시켰지만, 지구온난화를 극복하지 못해 페트병에 의존해 물 위를 떠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간의 재현은 기괴하고 공포스러움까지 불러일으킵니다. 이러한 예술 작품들을 통해 기후 위기가 가져올 재앙의 시나리오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자연의 요소들을 섬유예술로 재현한 나카자토 유이마의 <바이오스모킹>나 버섯의 균사체를 키우는 A.A. 무라카미의 <C-타입 하우스>와 같이 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미래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실천가들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문경원(feat. 김지우), 프라미스파크_용산: 플레이스케이프, 2022
나카자토 유이마,<바이오스모킹>, 2022

마지막으로 컨트롤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극도로 인공적인 자연환경과 이를 대하는 작가들의 자세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공상가'들의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지하에서 시작하는 전시의 경로에 따라 한 층위로 올라온다면 가장 먼저 예술 듀오 A.A. 무라카미의 <영원의 집 문턱에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약 40억 년 전 가열된 물을 분출하는 심해 열수구에서 최초의 지구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가설을 토대로 기계를 고안해 냈습니다. 전시장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둥근 연기들은 작품 뒤에 위치한 영상 작품 솔라리스와 결합되어 마치 과거 지구라는 행성의 기원을 연상시키는 풍경을 연출합니다. 인간이 철저하게 통제하는 인공적인 요소들이 모여, 가장 반대되는 환경이라 볼 수 있는 태초의 자연을 묘사하는 점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전시장 한쪽에 신비로운 보랏빛 조명으로 가득 차 있는 로렌스 렉의 <네펜테 존(Leeum)> 가상현실이라는 가장 인공적이고 미래적인 공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면 속 공간은 게임으로 제작되어 실제로 컨트롤러를 통해 둘러볼 수 있습니다.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신비로운 자연은 리움이라는 건축물과 만나 익숙한 듯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실제 공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호수와 건물 안까지 존재하는 거대한 돌들은 

A.A. 무라카미, <영원의 집 문턱에서>, 2021-21
트로라마, <솔라리스>, 2020
로렌스 렉, <네펜테 존(Leeum)>, 2022

많은 선진국들은 탄소 국경세, 탄소 조정세들을 주장하고 이에 대해 개도국과 새로운 갈등의 조짐을 보이며, 일명 '녹색 전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 속 전 세계의 정세를 모두 읽어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인류가 살아갈 지구의 환경을 지키고 공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세계의 흐름 속에서 예술의 역할 또한 변화해야 하기에 <구름산책자>가 리움에서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들을 모아 대중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미래세대와 우리 모두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할 지구의 문제들을 예술가들의 태도를 관찰하고, 공간들을 경험하여 새로운 시각을 확장해 나가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전시 제목: 구름산책자

전시 위치: 리움미술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전시 날짜: 2022.09.02 - 2023.01.08

관람 시간: 10:00 - 18:00 (매주 월 정기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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