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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Sep 09. 2024

로봇 복강경 수술 그 후 & 지금

로봇 복강경 수술 기록 3


수술 후 비용은 총 1,560만원 정도가 나왔다. 비급여 항목만 1,320만원 정도였는데 다행히 나는 실비 보험과 종신 보험이 있어서 거기에서 수술과 관련한 상당 부분의 비용이 해결되었다.

수술 확인서, 입원 사실 증명서, 진료비 영수증 상세 내역을 모두 준비해서 보험 청구를 하고 거의 바로 보험금을 지급 받았다. 메리츠화재 최고...! 심사도 빠르고 클리어 하고 보험 지급에 어려움이 없다. 


나는 이번 수술이 다시 한번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수술을 기점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일을 해나가게 되었고, 최근에는 브런치에서 내 수술 기록을 보고 경희의료원에서 연락을 주셔서 로봇 복강경 수술 경험에 대한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실제로 글이 게재된 잡지도 보내주셨고 맨 앞 페이지에 내 글이 실리게 되었다!


'쉬운 수술, 간단한 수술이 어디 있어요?!'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이 글은 경희의료원의 매거진 9월 호에 실리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곧 암 환우 완전 탈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1983년 병원나이 40세 작가 찌니입니다. 저는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어떤 삶의 여정이 내 삶의 궤적을 새롭게 바꿔내는 큰 획이 된다는 것을 30세의 젊은 나이에 유방암을 겪으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생명을 지켜내려고 최선을 다한, 어떤 ‘극복의 힘’을 가지게 된 놀라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히 자신의 삶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작년 늦가을, 한번 더 삶의 궤적을 또 한번 바꿔내게 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작년 10월 31일, 저는 로봇 복강경 수술로 자궁과 나팔관 절제, 난소의 일부 병변의 절제를 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난소암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결론은 자궁내막증의 문제였던 걸로 판명되었죠.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로봇 복강경 수술을 선택한 것이 매우 잘한 선택이 되었습니다. 사실, 난소암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개복을 선택하는 것이 옳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복강경 수술 중에 난소암으로 판단되면 개복으로 전환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담당 선생님이 난소암이 아닐 경우도 생각해서, 환자분 몸에 데미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먼저 선택해보자고 해 주신 말씀을 믿고, 수술 후 회복이 비교적 빠른 복강경을 선택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로봇 복강경을 선택한 이유는 일반 복강경은 직선으로 병변 부위를 잘라내는 반면, 로봇 복강경은 아주 세밀하게 병변 부위만 최대한 잘라낼 수 있어서 멀쩡한 부분은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제 몸에 데미지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몸이 원래 가지고 있는 부분을 지켜내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저는 2014년 2월, 병원나이 30세일 때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았고, 반년여의 항암 치료 끝에 2014년 8월 무려 10시간 반이 걸린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왼쪽 가슴을 전부 절제하고, 자가복원술로 가슴을 다시 만드느라 복부의 팬티라인 부분을 끝에서 끝까지 절제했고, 지금도 상반신 전체에 큰 상처들이 남아있습니다.

수술 자체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회복 기간이 정말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수술 부위가 일단 너무 아팠고 거동이 너무 힘들었어요. 2주 내내 화장실 한번 가려면 눈물, 콧물 다 쏟아내야 했습니다. 수술 부위도 지금은 흐릿해졌지만, 당시에는 크리스마스의 악몽 캐릭터들의 입 모양과 똑같은 제 상처들을 마주하는 게 지옥과 같았어요.

그 때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상황에서, 다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한다는 것은 저에게 이미 경험한 공포여서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경험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술 방식의 선택이 클리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조건 돈 보다 우선 시 되는 것이 내 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저는 몸에 데미지가 가장 적고, 나만 노력하면 빠르게 회복하여 사회에 빨리 복귀할 수 있는 방향을 선택하겠다는 기준이 명확했습니다. 다행히 로봇 복강경은 의료 보험은 적용되지 않지만, 개인이 가진 보험은 적용되기 때문에 저는 그 혜택도 받을 수 있어서 걱정이 크지 않았구요.

저는 당일 입원해서 바로 수술을 받았고 2박 3일 일정으로 입원했습니다. 이전에 개복 수술을 했기 때문에 유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고는 이미 들었는데, 저의 경우 유착이 상당히 심했다고 해요. 이에 더해 담쟁이넝쿨처럼 뻗어 나가는 자궁내막증 특성상 장기 여기저기에 뻗어 나가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 2시간 반 정도 예정되었던 수술이 5시간 반이나 소요되었죠.

첫날은 정말 아팠지만, 한번 자고 일어날 때마다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정도로 회복이 빠르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수술해주신 선생님이 시간은 꽤 걸렸지만 로봇 복강경의 특성상 세밀하게 수술이 가능해서 구석구석 아주 깨끗하게 잘 마무리했다고 말씀해 주셔서 굉장히 안심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라도 같은 건으로 또 다시 수술하기는 싫었거든요.

입원 기간 내내 간호사 선생님이 주신 안내서에 따라서 호흡 운동과 걷기 운동 등 매 시간해야 하는 것들을 빼먹지 않고 했고, 퇴원 후에도 안내서에 따라 병원에서의 행동을 유지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수술 7일차에 집에서 화상 회의를 할 수 있었고 그 다음주에는 외부에 미팅도 갈 수 있었습니다. 수술 후 한달이 지났을 때는 하지말라는 운동을 하면 안되는 것 빼고는 일상과 거의 다름없이 지낼 수 있었어요.

물론 로봇 복강경이라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닙니다. 상처 부위가 작다고 해도 수술이니까 당연히 아픕니다. 그리고 작다고 해도 3초 정도 쳐다보면 뭔가 수술했구나 라고 알 수 있는 상처가 남습니다. 그러나 개복 수술에 비하면 모든 게 덜 하죠.

그렇다고 개복 수술을 해야 하는데 로봇 복강경으로 해달라고 우기시면 안됩니다. 1차적으로는 전문가인 의료진이 치료 방식과 수술 방식을 결정할 것이고, 거기에서 2차적으로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는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에서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저에게는 로봇 복강경 수술이, 제가 중요시하는 내 몸과 시간에 대한 부분에서 적합한 선택이었지만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수술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입니다. 수술을 받는 사람은 자신의 명운을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이, 수술을 하는 사람은 남의 명운을 내 손에 맡는다는 것이 무겁고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무거운 책임감을 손에 쥐고 환자에게 최선의 방향을 제안해주는 의료진을 믿는 것을 대전제로 하여, 수술을 받는 환자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두고 선택하시길 바래요.

그럼 모두 건강하시고 삶을 지속하기 위한 일상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쓸 때, 정말 신기할 정도로 술술 잘 써져서 기분이 좋았었는데, 읽기에도 좋았는지 초안을 보낸 그대로 수정도 없이 담당자님 컨펌을 받았다. 더불어 원고의 내용과 담긴 메시지가 매체 기획의도와 너무 잘 맞고 무엇보다 술술 읽혀서 감탄했고, 이런 소재로 이렇게 경쾌하게 글을 담아내는 것이 부럽다며 내공이 느껴졌다는 피드백을 받아서 뿌듯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수술을 안 겪는게 가장 기쁜 일이 되겠지!


앞으로 더더더 건강에 신경 쓰면서 살아야지. 우리 모두 이런 정보는 불필요하도록 건강하게 살길 바라며...오늘도 모두들 건강 화이팅!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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