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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Aug 23. 2024

수술 그리고 퇴원 후

로봇 복강경 수술 기록 2


수술을 한지 벌써 어느새 1년이 다가오고 있다. 시간이 왜이리 빠르지...? 다시 정신을 다잡고 나의 싸운 흔적을 남겨두자며 수술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나는 당일 수술 후 입원으로 진행이 되어서 2박 3일 입원이긴 했지만, 왠지 1박 2일 같은 느낌이었다. 아산병원은 진행 과정에 대한 안내가 여러번 상세하게 진행되다 보니 여러모로 불안함이 상쇄되어서 좋았다. 

아산병원 벽면에 안내되어 있던 부인과 수술 진행 과정


참...수술 받기 좋은 날이군!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수술하러 가는 기분은 의외로 덤덤했다. 왠지 수술이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입원 기간이기도 하고, 9년 전 암수술 때 1인실의 좋은 점을 경험한터라 이번에도 1인실에 입원했다. 나는 수술을 받으러 가느라 수술이 끝나고 나서 입원실을 처음 봤고, 간병을 해준 동생이 먼저 1인실 곳곳의 사진을 찍어놨다. 필수품들이나 세안용품 등 세세한 어메니티들도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특히 빨대가 있는 물병은 최고...! 

예정된 수술 시간인 2시간 반 보다 3시간이 더 걸려, 5시간 반만에 수술을 끝내고 아주 늦은 시간에 병실로 올라 온 나 때문에 동생은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갔다고 한다. 워낙 장기 유착이 심했기에 제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출혈이 많았던지라 철분 링겔도 맞아야 한다고 해서 맞았는데, 나는 철분이 이런 무시무시한 색깔인지 처음 알았다. 일단 맞는 내내 혈관이 아파서 힘들었다.

무통 주사도 있고 수술 부위는 나의 첫 수술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술은 수술이라 매우 아팠다. 아침 일찍 와서 아픔에 눈을 뜨니 한밤이 되어 있는 밖을 보며, '그래도 또 이겨냈다. 살았다. 장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데미지를 최소화하는 수술 방식이라고 해도 수술인 이상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열이 계속 오르고 혈압은 계속 떨어지고 새벽에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비명을 지르고 울기도 했다. 동생은 그런 나를 보고 참을성이 많은 언니가 이 정도면 얼마나 아픈거냐며 대신 아파줄 수 없는게 힘들다며 엉엉 울었다.


나는 아파 죽겠지만 간호사 선생님들도 의사 선생님들도 매 시간 마다 호흡 운동과 걷기 운동을 해야만 한다고 하셨다. 동생도 시간을 맞춰두고 잠도 거의 자지 못하면서 안내 받은 대로 한번도 빼먹지 않도록 도와줬다. 그렇게 해선지 신기하게도 퇴원할 쯤에는 혼자 걷는게 아프긴 해도 무섭지는 않을 정도로 몸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불가능 할 것 같던 2박 3일 뒤 퇴원이 실제로 가능해졌고 당일날 아침에 피통 주머니가 연결된 곳을 수술용 스테이플러 같은 걸로 마취 없이 찝는 시술을 할 때가 나의 마지막 비명이자 눈물이었다.

동생이나 나나 아무 생각없이 퇴원 준비를 해준다고 선생님을 따라 갔다가 황망하게 당하고(?) 나왔는데, 나도 모르게 동생의 손을 꽉 잡아서 동생이 내 고통을 고스란히 같이 느껴버렸다.


집에 가도 괜찮을까? 이대로 더 입원해야 하는거 아닐까 하면서 퇴원 후 집에 왔는데, 집에 오고 나니까 먹는 것도 쉬는 것도 훨씬 편해졌고 회복이 잘 되었다. 그리고 확실히 이전 수술 때와는 다르게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집에 와서도 안내 받은 대로 최소 2주 ~ 한달 간 호흡 운동과 걷기 운동을 하라고 안내 받은 방식대로 꾸준히 했다. 그래서인지 확실히 하루하루 몸이 나아지는게 느껴졌다.


상처 부위의 확인과 스테이플러 제거는 동네에 있는 병원에 가서 했다. 선생님이 아주 잘 아물고 있다면서 안내 받은 대로만 잘 지켜도 빨리 회복할 수 있으니 힘내라고 응원해 주셨다.

수술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나서는 재택으로 일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2주 정도 지나서는 밖에 미팅을 하러 갈 수도 있게 되었다. 한달 정도가 지나고 나서는 이전 일상의 80% 정도의 생활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굉장히 빠른 속도의 회복이었다.


그리고 수술 후 10개월차인 지금은 날이 궂을 때 수술 부위가 쑤시고 몸이 피로해지는 것 빼고는 매우 좋은 편이다. 그리고 오히려 10년 전 수술 부위가 아직 가장 아픈 부위라서 이번에 새로 수술한 데는 아픈지도 잘 모르겠다.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은 슬프지만 그래도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여러모로 일상 생활에서는 편해진 부분이 많아서 굳이 수술 후 좋은 점을 찾으라면 이 점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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