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니 Jan 29. 2024

수술 전

로봇 복강경 수술 기록 1

지난 이야기들에서 이야기 했듯이 공식적인 암 탈출 1년을 앞두고 갑자기 난소암 이슈가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방암 환자인 나는 반년에 한번 산부인과 검진을 받고 있었는데, 작년 8월 검사에서 난소에 혹이 이상한 모양으로 변화됨에 따라 갑자기 사태가 무섭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난소암이 의심되면서 난소 적출 또는 절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자궁근종도 너무 큰 상태에 자궁내막증도 있어서 자궁까지 적출하는 방향으로 수술이 결정되었다. 또한, 원래 담당의 선생님 마저 난소암 쪽에 전문인 분으로 재배치 되었다.




자궁/난소 쪽의 수술 방식 3가지 중 하나 결정하기


9월 중순에 수술 방향성이 정해지고 10월 말에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개복 수술, 일반 복강경 수술, 로봇 복강경 수술 3가지 수술 방법 중 로봇 복강경 수술을 받기로 했다. 어차피 선생님이 베스트안을 결정해서 주시는데 비용 이슈가 있긴 해서 환자의 의사를 물어보기는 한다. 


개복 수술은 원래 수술비가 복강경 수술 보다는 저렴하고 의료 보험도 적용되어 수술비가 가장 저렴하고 여는 부위가 넓기에 아주 확실하게 수술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몸에 데미지를 가장 많이 주고 입원 기간이 일주일로 길다는 단점이 크고, 담당 교수님이 보셨을 당장 개복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해 주셨기에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환자 몸에 데미지를 최소화 하는 것이 더 중요시 되기에 반드시 개복할 상황이 아니라면 개복 수술은 최대한 지양한다고...


남은 건 일반 복강경 수술과 로봇 복강경 수술이었는데, 일반 복강경 수술은 12월 말에나 가능했기에 난소암이 의심되는 상황에 12월 말에나 잡을 있는 일반 복강경을 기다리기는 어려웠기에, 10월 말로 가장 빠른 일자에 수술이 가능한 로봇 복강경 수술로 결정이 되었다.

로봇 복강경 수술은 일반 복강경 보다 세밀하게 수술을 해낼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매우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로봇 복강경은 의료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복강경의 10배 이상의 수술비가 붙게 된다. 나는 실비 보험이 있었기에 90%의 비용을 보험 처리 가능해서 다행이었지만, 보험이 없다면 로봇 복강경을 선택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일반 복강경도, 로봇 복강경도 입원 기간은 2박 3일이고 수술 부위는 3군데로 동일했다. 수술 내용에 따라서 1군데만 뚫기도 한다는데 나는 자궁에 난소까지라 최소 3군데로 예정되었고 추가로 1-2군데를 더 뚫거나 상황에 따라 개복 수술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로봇 복강경 수술 비용에 더해서 개복 수술에 대한 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고 안내를 받았는데, 비용은 둘째치고 내 몸에 데미지가 너무 큰 내용이다 보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간절히 빌 뿐이었다. 


수술 전 준비할 것들


수술 2주 전쯤에 수술 전 검사를 받아서 몸이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상태인지 검사를 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어서 수술을 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안내를 받는데, 입원할 때 필요한 준비물도 유인물을 통해 세세히 알려주신다. 안내된 준비물들을 잘 챙겨가면 되는데, 몇 가지는 우리가 알아서 유도리있게 챙겨가야 한다.


수술 후 아래로 피가 계속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생리대를 준비해 오라고 하는데, 수술 경험이 있는 지인의 말을 들으니 입는 생리대가 제일 편하다고 해서 나는 입는 생리대로 준비해갔다. 환자복이 있으니 갈아입을 옷은 속옷 포함해서 필요 없었는데, 일반 생리대를 사용한다면 팬티를 챙겨가야 같긴 하다.

수술 후 물을 먹어도 된다고 허락을 받고 나서 허겁지겁 물을 먹었다가는 기침과 함께 수술 부위의 극도의 아픔이 찾아오기 때문에, 빨대와 작은 용량의 물통을 챙겨가서 안전히 천천히 먹는 것이 좋다. 누워서 물을 마시지에도 편하다.

나는 평소에도 발이 찬 편이라 수면 양말을 챙겨갔는데 이게 신의 한수였다. 수술 상황에 따라 피를 많이 흘리면 수혈을 해도 혈압이 낮아진 상태가 좀 유지되는데 이 때 손발이 매우 시려지며 저린다. 이 때 수면 양말이 도움을 줬다. 미리 챙겨가서 나쁠 건 없으니 꼭 챙기시길...보들보들해서 잠도 잘 온다.

그리고 수술 다음날부터 걸어다니라고 하기 때문에 폭신폭신하면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 슬리퍼를 구매해서 가면 좋다. 쿠팡에서 구름 슬리퍼라고, 층간 소음 방지해주는 슬리퍼를 사갔는데 효과 만점이었다.

그리고 지퍼팩이나 작은 바가지 같은 것도 챙기면 좋다. 왜냐면...처음에는 무통이고 나발이고 그 어떤 진통제를 맞고 있어도 아파서 일어날 수 없기에 양치를 화장실 가서 못하기 때문이고 약 때문에 토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꼬질꼬질하기 싫어서 얼굴 닦는 물티슈, 땀이 불시에 막 난다고 해서 닦는 물티슈, 밑에 닦을 목적의 여성 청결 물티슈 등도 쿠팡에서 일괄 구매해서 챙겨갔다. 얘네 덕분에 상쾌하고 뽀송뽀송한 기분으로 입원 기간을 보냈고, 특히 퇴원 후 샤워를 하지 못했던 1주 동안 몸 닦는 물티슈와 여성 청결 물티슈가 없었다면 우울하고 꾸질함에 힘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병원은 철저하게 환자 위주라, 간병을 하는 보호자에 대해서는 거의 챙겨주는 것이 없다. 안내도 마찬가지다. 극세사 담요 얇은 것과 작은 베게도 미리 챙겨서 나의 보호자도 조금은 편하게 있게 해주는게 좋다. 

사실 저 담요는 내가 썼다. 병실의 온도가 환자에게나 적당하지 보호자에게는 좀 더운 온도였던 문제와 더불어, 병원 이불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첫날은 '지혈 때문에 이렇게 무거운건가'하며 혹시 몰라 참았지만 다음날부터는 무거움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담요를 썼는데 천국이었다. 잠을 잘 자니 회복도 빨라진 것 같다.

하여튼, 나는 동생이랑 둘이 노는 기분(아니...그런 건 불가능하다...아파 죽겠으니까!)으로 지내고 싶어서 1인실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동생이 여러모로 매우 불편함을 감내했던지라 다인실을 쓴다면 더 힘들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휴대폰 충전기, 치약, 칫솔, 세안 물품은 챙겨가도 되고 병원 지하에서 구매해도 된다. 손톱이고 발톱이고 매니큐어는 일절 칠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안내 받은 것은 철저히 지키고 기 경험자들의 조언도 받아서 캐리어에 모든 준비물을 욱여넣었다.




수술 전날 저녁은 금식을 해야 하는데, 나는 수술 전날 하루 종일 죽과 삶은 감자만 먹고 밤 8시부터 금식을 시작했다. 밤 12시부터는 물도 안된다고 해서 그냥 일찍 잤다. 남편을 위한 카레도 만들어 두고 반찬도 이것저것 준비해두고 입원 수술을 준비를 만반에 갖췄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이전글 본편 12개월(12월) 회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