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일기장과 브런치 개설

28년만에 만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

by Dancing with God

엄마는 내 초등학교 때 일기장을 장롱 서랍 속에 하나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계셨다. 그 일기장을 지난 주말에 받아 근 30여 년 만에 읽게 되었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1. 하나님께서 여리고 모든 게 미완성이었던 나를 그때부터 인도하여 여기까지 오게 해 주셨다.

: 좋은 선생님을 만나 글쓰기를 배우게 하셨고, 문과에서 이과로 옮기는 결정 가운데 가고 싶은 대학을 소망하게 하시고, 그 꿈을 이루게 하셨다.

2. 어릴 때의 나는 꽤 예민했고 친구 관계, 공부,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 지금은 이 모든 항목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사실 완전히 자유로워지지는 못했지만, 원하는 것을 성취함으로써 마음이 더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찾아 만나게 되었다. 찾겠다는 마음을 갖고, 인터넷으로 쉽게 연락처를 알게 되고, 같은 아파트에 살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스케줄이 놀랍게 잘 맞아 곧장 뵙게 되고, 이상하게 두 권이나 가지고 있던 문집 한 권을 드릴 수 있게 되었던 우연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 우연 덕에 다시 공개된 공간에 글을 써보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학생 때까지 블로그를 쓰다가 전공의가 되면서 이후로는 시간을 투자해서 글을 쓸 여유가 생기지 않았었다. 공개된 곳에 글을 쓴다는 것은 혼자 쓰는 일기와는 많이 달라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직까지 그럴만한 여유는 생기지 않았지만, 여유를 기다리다가는 앞으로 몇십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1. 나의 삶의 여정이 나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으로 가능했다는 것을 나는 마음속으로 분명하게 알고 있다. 내가 큰맘 먹고 입 밖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그래도 네가 열심히 한 거지"라고 하고, 남편은 "하나님이 해주셨다는 자기 암시가 너무 강화되어서 심각한 수준이다"라는 식으로 비아냥(?) 거리지만, 나의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 나 자신이다. 그리고 우리 과 김교수님께서 선물로 주신 두 권의 책(고백/평안)을 읽으면서 작가처럼 잘 쓴 글이 아니더라도 나의 삶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2. 나는 현재 내년부터 시작되는 2년 간의 미국 연수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의 후기들과 블로그들을 통해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때 그때 경험담들을 적어놓으면 나중에 나와 비슷한 길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3. 해외에 있는 동안 가족들과 친한 지인들에게 나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4. 초등학교 때 나는 글짓기에 관심이 많았고 열심히 노력도 했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을 뵈면서 가끔씩 짧게라도 제대로 된 글을 쓰는 시도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하다. 이 과정도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것이라 믿는다.


2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