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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Jul 08. 2024

탄핵소추는 국회의원의 책무다

국회의 다수당, 즉 과반수(또는 1/3 이상) 의석을 가진 정당은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의 탄핵 사유(헌법이나 법률 위반의 개연성)에 대하여 탄핵을 발의할 헌법적 책무가 있다. 나는 작년에 2차례 이 주제로 브런치글을 쓴 적이 있다.(2023년 1월 13일, 7월 11일).      


현재 국회에서 실명 확인된 국민 129만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6월 20일부터 7월 20일까지 ‘윤석열 탄핵청원’이 진행 중이고, 지난주에는 야당의 방통위원장과 검사 탄핵이 있어 탄핵제도를 새삼스레 생각해 보았다. 국회의 탄핵 움직임에 앞서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자진사퇴하였다.      


윤석열 탄핵 청원자는 1. 군사법원법 위반 2. 윤 대통령·김건희 여사 일가의 부정·비리 3. 평화통일 의무 위반 4. 대법원판결 부정 5. 국가와 국민의 생명 안전권 침해를 탄핵 사유로 들었는데, 상당히 논리가 있어 보인다.     

이처럼 대통령 자신이나 그의 가족이 결부된 경우는 국회의 탄핵소추만이 해결 방법이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시 헌재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규정(헌법 제65조 제3항)이 중요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강력한 힘으로 실체적 진실 규명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탄핵을 발의하고, 2/3 이상 찬성해야 탄핵안이 의결되고(헌법 제65조),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9인 중 6인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이 결정(헌법 제111조)되는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 (다른 직책은 모두 1/3이상 발의, 과반수 찬성이면 국회의 탄핵안이 성립된다.)     


만일 국회의 탄핵안이 헌재에서 부결되더라도 국회의 탄핵의결은 의미가 있다. 일단 직무수행을 멈추게 해 놓고 그간의 일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과반수(또는 1/3 이상) 의석을 가진 정당이 탄핵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지 알아야 한다. 다수의석을 가지고 활동하지 않으면 다수당의 횡포, 직무유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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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란     


국어사전에서 탄핵(彈劾)을 찾아보면, 두 가지 용법이 나온다.

1. 죄상을 들어서 책망함.

2. 보통의 파면 절차에 의한 파면이 곤란하거나 검찰 기관에 의한 소추(訴追)가 사실상 곤란한 대통령·국무위원·법관 등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일. 또는 그런 제도.     


여기서 1처럼 누구를 책망(비판)하는 것이 원래 뜻이지만, 2처럼 특별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제도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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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를 문책(問責)하는 방법     


우리나라는 권력분립과 임기제로 각자의 권한 행사를 보장한다. 만일 대통령 등이 다른 직위처럼 쉽게 해임되거나 처벌된다면 국가의 계속성 유지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도 다른 고위공직자는 상급기관이 있거나, 탄핵소추 요건이 완화(국회의원 과반수로 탄핵소추 의결 가능 등)되어 있어 문제가 적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범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소추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에 대해서는 형법 각칙 제1장 제87조(내란죄) 등이, 제2장에는 제92조(외환유치), 제93조(여적) 등이 정해져 있다.     


대통령의 형사특권을 배제하려면 오직 국회의 탄핵제도뿐이다. 탄핵은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하므로, 탄핵은 국회에 부여된 막중한 책무이고, 국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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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게는 탄핵의 책무가 있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만이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 만일 어떤 고위공직자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더라도, 국민이 거리에서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을지언정, 그를 탄핵하지 못한다. (국어사전 2의 용법, 제도로서의 탄핵을 말한다)     


탄핵제도를 활용하려면, 국회의 조치를 기다려야 한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지 않으면, 국민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려야 하는데(국민소환제도인데 현재 도입되어 있지 않다), 이도 불가능하니 국민은 고위공직자도, 국회의원도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다.     


공직자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때’에 대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런 판례를 남겼다. 아주 넓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노무현) 탄핵사건 (헌재2004.5.14.헌나1)

헌법은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로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에는 명문의 헌법 규정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확립된 불문헌법도 포함된다. ‘법률’이란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 및 그와 동등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조약,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등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고위공직자에게 탄핵의 의심이 있는데 국회가 탄핵소추에 나서지 않으면,  단순한 직무 해태를 넘어 헌법상 책무인 권력감시를 포기하고 국회의 기능을 망가뜨린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을 제거하는 국회의원 소환제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런치글 『국회가 바뀌어야(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자)』 22년 8월 12일 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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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수당의 책무     


우리 헌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나, 과반수 의석을 가진 정당에 대해 탄핵소추를 발의할 책무를 정해 두었다. 국회가 소추기관이고 헌법재판소가 심판기관인데, 이는 형사사건에서 검사와 판사의 역할분담과 꼭 같지 않나?     


검사가 형사범죄에 대해(100% 유죄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법원에 제소하듯이, 국회는 헌법·법률 위반에 대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으면 탄핵소추를 의결하여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직무수행 중지로 위법상태를 멈추게 해야 한다.      


여·야당이 정치적 이해를 고려하여, 대통령 등의 헌법·법률 위반을 인지하고도 국회에서 탄핵소추(이 경우 공직자는 헌재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직무가 종결된다)를 하지 않으면, 그 위반 행위가 계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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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제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도 거론하려 한다. 현재 국회의원에게 범죄혐의가 있어도 국회 회기 내에는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구속하지 못한다. 이렇게 선출된 몇몇 사람(대통령, 국회의원 등)에 겹겹이 장갑을 두른 나라는 부패하기 마련이다. 이 부분 제도 개선이 급하다.     


헌법 제44조(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폐지하자. 여기에 대해 4월 10일 총선 전에는  여야 대표가 모두 폐지 의사를 표명하더니 또다시 감감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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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탄핵제도다.     


미국은 하원이 탄핵을 소추(1/2)하고 상원이 의결(2/3)하면 탄핵이 종료된다. 이로서 미국 의회는 대통령을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고, 이 때문에 닉슨은 탄핵안이 하원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대통령직을 사퇴하였다(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 빌 클린턴(1998)과 트럼프(2019)도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받은 적이 있다. 우리도 이처럼 탄핵소추를 활성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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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의 탄핵 제도     


헌법 제65조와 헌법재판소에 관한 조문이다. 대통령 등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탄핵은 국회의 제소를 받은 헌법재판소의 9명 재판관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완료된다.     


대통령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한다. 전체 9인 중 3인은 국회의 추천, 3인은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으니 3인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법원장도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9인 중 6명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6인 이상 찬성이 필요한 탄핵결정이 잘 될까 의문이다.     


탄핵은 일종의 정치재판인데, 대통령 등의 탄핵은 미국처럼 국회가 결정하도록 헌법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작년에 2인, 올해 5인의 임기가 종료되는데, 만일 국회가 2/3 다수결로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해도, 헌법재판소 구성이 바뀌고 나면 헌재 재판관 6인 이상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 가능성이 없어질(?) 거라고 한다.     


한편 대법원도 대법원장부터 대법관 전원이 윤 대통령 임기 내(2027년 5월 9일) 내에 교체된다는데, 지금도 검찰공화국 어쩌는데, 이 나라가 어찌 되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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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대한민국헌법     


제65조 ①대통령ㆍ국무총리ㆍ국무위원ㆍ행정각부의 장ㆍ헌법재판소 재판관ㆍ법관ㆍ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ㆍ감사원장ㆍ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②제1항의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③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④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 그러나, 이에 의하여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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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조 ①헌법재판소는 다음 사항을 관장한다.

1.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

2. 탄핵의 심판

3. 정당의 해산 심판

4.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5.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②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제2항의 재판관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④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113조 ①헌법재판소에서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의 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또는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할 때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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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법세기’는 ‘어느 법학사의 세상 읽기’를 줄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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