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년 10월 25일
오키나와 현은 동서 1000km 길이의 바다에 펼쳐진 16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이 사는 섬이 40여 개인데 이중 20곳에는 최소 1인 이상의 의사가 상주하는 진료소가 설치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지역 의료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의대 지역정원제를 써 왔다. 2009년부터 본격 시행된 지역정원제는 의대 졸업 후 해당 지역 의료기관애서 근무할 학생을 선발·교육하는 제도를 말한다. 의대 졸업 후 9~11년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의대가 설치된 80개 일본대학 중 71개 대학에서 지역정원제로 학생을 뽑았다.
일본 오키나와 현 류큐대는 매년 약 110명의 의대학생을 모집하는데, 이 중 15명(13%)을 지역정원재로 뽑는다.
지역정원제 학생은 교육과정부터 일반전형으로 들어온 입학생과 다르다. 학부 3학년 때 외딴 섬, 벽지 등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1~2주씩 현장 실습을 간다. 이때 의료 실습뿐 아니라 금연 캠페인, 아동 의료, 교육 봉사까지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의무기간을 채우지 않을 때의 패널티도 세다. 그동안 받았던 자원금을 모두 상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재취업에도 제한이 있다.
독일도 의대 정원 중 최대 10% 가량을 주 정부권한으로 ‘지역 의사 할당제’로 뽑는다. 의대 졸업 후 10년 간 주 정부가 지정한 의료취약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일할 것을 약속하는 입시제도다.
지역 의사가 되기로 한 의대생은 독일의 대입 자격시험인 ‘아비투어’점수 없이 의학고사(Test für medizinische Studiengänge) 점수만 있으면 의대에 입학할 수 있다. 대신 학업 중단 등으로 절차를 위반하면 벌금으로 25만 유로(3억 7000만원)을 내야 한다.
지역의료 붕괴 위기에 처한 한국 역시 지역정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안동시의 공공의료기관에서는 내과 의사 채용에 연봉 4억 5천만원을 제시했지만 결국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도 지역,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일본 지역정원제 운영의 다양하고 유연한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