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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현 Sep 10. 2023

작문

글도 사랑도

오래 쓰기만 하여

작문은 쓴 맛이렵니다


손마디 사이에는

두드러지는 잉크의 향기

이따금 눈물로 번지는데


자취로 남은 슬픔에도

작문을 곁에 두는 이는

그리-움마저 지워지는 것이

쓰-움으로 추억하는 까닭입니다



밤하늘 어둑한 글귀 사이로

무수히 놓은 마침표들은

부끄러움에 밤새 지워보았으나


「 둘이서 별로 ••• 」

함께 머무른 서두는

둘과 서로를 쓸어내면

이별이 남아

그대로 두었다



글도 후회도

쉬이 적어지지 않아

작문은 잊는 일이렵니다.




어렵게 쓰여진 시


담백한 글은 매우 어렵다.


••


어릴 때부터 유난히 그림과 글 짓기를 좋아했다. 글 중에도 특히 시를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5학년쯤 시를 지어 상을 받기도 했었다. 이때부터 ‘시 짓기’의 즐거움을 느낀 것 같다. 이따금씩 글에 복잡한 생각을 적어 정리하곤 하는 것이었다. 어엿한 아기작가 출신이다.


글을 쓸 땐 주제에 관계없이 가장 중요한 구절이나 내용부터 틀을 잡는다. 점점 살을 붙여나가며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자르지만,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떻게든 이어 붙인다.


글을 쓰면 항상 턱 하고 막히는 구간이 있다. 그림은 지우고 고쳐내면 되지만, 작문은 아무리 고민해도 매끄럽게 잇기 힘든 것이었다. 노력을 거듭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찌어찌 글을 완성해도, 발행한 뒤 다시 읽어보면 이상한 부분이 반드시 있다.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글은 퇴고로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


그저 한 번 읽어 내릴 글조차도 수십 번의 고민과 애정이 담겨 있다. 하물며, 서로를 잇는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얽혀 있을까.

일상의 다양한 어려움도 작문과 닮아있다.

실패, 반복, 혹은 사랑이 작문과 닮아있다.

눌러 적은 작문이 삶과 닮아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해 볼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뜨겁고, 또 쓸쓸할 누군가의 작문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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