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야 하는데 더위를 느낄 때,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
날씨는 쌀쌀하고 추웠다. 가을날씨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나의 하루는 늘상 같다. 만약 갑자기 벼락이 쳤는데 내가 그 벼락에 맞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50년 후에도 똑같은 일상을 살아갈 것 같다. 7시 반에 일어나 8시부터 교열업무를 보면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순삭’이다. 12시 반부터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기 위해 헬스장에 간다. 나는 런닝머신을 탈 때 가장 짜릿함을 느낀다. 무조건 ‘30분’동안 강도 높게 ‘아무 생각 말고’ 뛰기 나 자신과의 깰 수 없는 약속이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운동을 하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해서’다. 신기하게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면 기분전환도 되고 영감이 잘 떠오른다. 항상 같은 요일에 정해진 시간, 나는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늘 그렇듯 항상 깔끔하다. ‘만약 이 방이 지저분하고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건 이 분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징조로 받아들여야지’ 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죠?” 대화의 시작은 항상 심플하다. 나는 천둥이 오늘 나를 죽이지 않았으므로 내 생활 패턴을 말하고 이러이러하게 지내고 있으며, 무엇무엇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문제는 ”내가 이러이러해서 싫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감췄다. 나에게 문제란 항상 한 뭉텅이다. ‘오늘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내가 유지하고 있는 건강이 악화되는 것이 문제였다. 어제는 내가 지원한 회사에서 전부 나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그제는… 그러므로 결론은 내 자신이 항상 문제 덩어리다’라고 나는 속으로 털어놓았다. ‘만약 이 분이 독심술을 배우셨다면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텐데..’라는 상상을 하며 내 걱정은 순간적으로 +1이 되어버렸다. ”나는 문제아+1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저도 요새 추워요 이건 제 문젠가요?“라고 전혀 내 의도와 다른 대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답은 사실 모순적이다. 왜냐하면 가을은 단풍이 들고 나뭇잎이 하나둘씩 세상을 하직하는 계절이므로 나뭇잎들은 자신의 장례를 준비하고 있는 게 일상이며, 따라서 사람도 자연스레 이에 ‘동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날씨가 추워져서 나도 춥다’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자연스런 현상 중 하나인 것이다. 나는 방을 나오면서 ‘나는 오늘 지극히 정상적이었어’라고 생각하며 문을 닫았다. 정상은 또 다른 정상을 낳고 또 다른 나의 정상은 또 다른 공간의 정상을 낳을 것이다. 즉, 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나고 콩을 심으면 콩이 나는 것은 전혀 비정상적이지 않으며, 오리가 오리알을 낳고 닭이 달걀을 낳는 것은 만물의 순리다. 그러므로 나는 정상인데 정상적인 상황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문제를 떠 안고 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나는 증발하고 싶을 뿐이다. 어항 속에 가득찬 물처럼, 다만 물이 증발하는 것을 물고기들은 모를 뿐이다. 다만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