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필름 사진만의 사진적인 경험은 디지털 이미지와는 다르지 않을까?
카메라는 정말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카메라 그 자체가 패션으로서 다양한 상황과 잘 어울리고, 한두 대 정도의 카메라라면 비교적 짐이 되지 않아 꾸준히 이어가기 좋다. 적어도 책이나 옷보다는 짐이 덜하다. 사진을 더 깊이 탐구하면 개인전을 열거나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할 수도 있다. 물론 큰돈이 되는 직업은 아니지만, 재미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매일 조금씩 사진을 기록하면 나와 사물의 관계,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그날의 시간과 공간을 기록하고 회상할 수 있다. 회상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기억을 재구축하고 또 한 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나도 그런 감각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닌 지 5년 정도 되었다. 그러다 최근 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에게 사진이란 무엇일까?”
사진을 찍는 방식이나 카메라 종류는 다양하지만, 나에게 사진적인 경험이란 흑백 필름으로 찍었을 때 회상되는 기억과 같은 이미지이다. 필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흑백 필름 사진은 컬러 사진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색을 없앰으로써 더욱 극적인 표현이 가능하고, 한 장의 사진이 깊은 여운과 메시지를 남긴다.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필름 카메라는 즉시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 필름 한 롤을 다 찍고 현상할 때까지 어떤 순간을 기록했는지 알 수 없다. 이 과정은 마치 시간을 ‘흘러가는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 디지털이 현재의 즉각적인 도구라면, 필름은 시간으로부터 독립한 타임캡슐과 같은 도구다.
흑백 사진은 색이 사라짐으로써 본질적인 메시지와 예술성을 돋보이게 한다. 돋보이는 듯한 흑백 사진을 우리는 감상하게 된다. 컬러 사진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몽환적이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이미지를 흑백이 구축한다. 흑백의 세계는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가끔 좋은 문장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한다.
재미있는 점은,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그 자체로 더 큰 애착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디지털로 찍은 사진과 시각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필름 사진은 더 선명한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필름 카메라가 주는 촉각적 경험과 기다림의 과정이 사진 한 장 한 장에 특별한 의미를 더하는 듯하다.
흑백 필름 사진 한 장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보는 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주는 흑백 사진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나는 이런 흑백 사진의 세계에 매료되어 있다.
한 장의 흑백 필름 사진은 단순히 이미지를 넘어, 삶을 기록하고 감정을 이야기하는 힘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