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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Jun 08. 2022

뮤지컬 니진스키 관극 후기

관극일 : 22.05.28, 22.06.02, 22.06.05

살아서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이 의미가 없으면

과정 속에서 느꼈던 어떤 행복감도 의미 없는 걸까?

-노랑의 한줄평


너무나도 흥미롭게 봤었던 뮤지컬 디아길레프의 연작이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 니진스키. 디아길레프 단장님의 입장을 들었으니 이번엔 니진스키 이야기도 들어봐야지- 하면서 부지런히 프리뷰 기간부터 표를 잡았다. 인물 삼부작이라는 명칭답게 뮤지컬 디아길레프와 뮤지컬 니진스키는 비슷한 타임라인으로 구성되어있지만 비어있던 부분을 다른 극이 채워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이야기 다음에 그때 그 이야기가 들어가는 거구나! 하는 느낌? 다만 타이틀이 니진스키인 만큼 비슷한 타임라인이지만 니진스키의 감정선에 집중해볼 수 있었다.


천재성을 가진 인생의 빛과 그림자, 니진스키를 보면서 든 인상은 그랬다. 같은 발레리노의 입장이라면 너무나 동경했을 그의 재능, 하지만 그 재능에 페널티라도 받듯이 그에게는 너무 춥고 가혹한 일들이 일어났다. 믿고 따를 수 있어야 할 역할의 사람들이 그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지 않고, 외로운 마음을 숨기며 재능을 발휘하다가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온기에 이끌리듯이 다가가고 자신이 가진 정서적 결핍을 채우고자 한다.


정서적인 안정을 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첫 번째 페널티라면 그에게 주어진 두 번째 페널티는 타인과의 교류에 다소 서툰 면이 있다는 것. 어린아이처럼 확 몰입하고 어린아이처럼 생각을 확 내뱉는 모습. 그런 직설적인 모습을 그가 악의를 가진 것이 아닌 그저 순수한 '성격'이라고 이해하고 나면 그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바뀌게 된다. 일례로 뮤지컬 디아길레프를 볼 때 니진스키 대사 중에서 '당신이 나한테 뭘 해줬는데' 같은 대사가 있었다. 그걸 들을 때마다 관객인 내가 다 상처받는 기분이었는데 뮤지컬 니진스키를 보면서 그것을 그의 순수한 표현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 나름대로 채워지지 않았던 지점이 있었던 거구나 이해하게 되었다.


채워지지 않았던 지점,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문제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이 주는 오해에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말을 들었을 때 성숙한 예술가와 어린아이같은 예술가가 머릿속으로 이해한 '하고 싶은 대로'는 분명 다를 것인데 운이 나쁘게도 니진스키는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예술가였던 것. '조금만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까?' 말하는 대사에서 느껴지는 디아길레프의 너그러운 성격을 생각하면, 분명 차분히 이야기를 서로 해본다면 오해를 풀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파리의 관객은 참지 않았고 누군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니진스키를 세 번 보면서 느꼈던 생각은 맨 위의 한줄평처럼 <살아서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이 의미가 없으면 과정 속에서 느꼈던 어떤 행복감도 의미 없는 걸까?>하는 생각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의 결론은 '의미는 그 과정에 있다'는 것. 인정받진 못했지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표현해낸 예술도, 과정 속에서 느꼈던 행복도 분명 의미가 있다. 어느 날엔가 로몰라에게 너무나 감정 이입이 되었던 날이 있었는데, 내가 동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위태로웠던 어느 순간에 내가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축복받은 일인가 생각했다. 사실 말의 결과는 언제나 반반의 확률이다. 내 생각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알 수 없는 반반의 순간에서 로몰라는 그를 도왔다. 머릿속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를 혼란에서 구했다. 물론 그의 인생이 그 덕에 더 잘 풀리고 행복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에 서로 다정함을 건넬 수 있는 것 자체는 너무 행복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또 여러번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엇갈린 다정함은 항상 아프고 사람을 울게 만든다.


+ 어느 날의 커튼콜데이에서 찍은 사진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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