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과몰입러 노랑 Jun 11. 2022

뮤지컬 카파이즘 관극 후기

관극일 : 22.05.13, 22.05.19

두 사람은 한 사람이 되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진사가 되지만

힘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끊임없이 시험하게 된다, 

특히 전쟁 속에서는 더더욱.

- 노랑의 한줄평


사실 제일 첫 번째 티켓 오픈 기간에 티켓을 잡았을 만큼 기대를 많이 하고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종군 사진기자인 로버트 카파의 이야기를 데려와 만든 저널리즘에 관한 이야기. 포스터도 시놉시스도 주제도 흥미로워서 어떻게 풀어냈을까 기대를 많이 하고 관극을 했더랜다.


앙드레 프리드만과 게르다 타로는 각자의 나라에서 파리로 망명한 망명자 신분이다. 그 조건으로 인해 자신들의 사진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상의 인물 '로버트 카파'를 만들어내고 명성에 힘입어 전쟁을 찍기 위해 종군기자로서 전쟁터로 향하는 그 과정.


작품을 지켜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앙드레 프리드만이 전쟁을 겪으면서 사진에 대한 신념을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는 처음부터 현실에서 조금 더 꾸며진 느낌이 나는 광고사진보다는 현실 그대로를 담되 자신의 생각을 곁들일 수 있는 보도 사진을 좀 더 선호했다. 전쟁을 겪기 전까지는, 누군가의 죽음을 계속 사진에 담기 전까지는. 누군가의 죽음을 오브제처럼 담고, 죽음을 돌려본다는 표현은 정말 계속해서 마음에 남았고 비슷한 생각을 했던 시기가 있어서 공감됐다. A를 찍으러 간 나는 다채로운 모습 중에서 A만 부각해서 찾고 보고 요구하게 되는 그 마음. 때로는 '아, 여기서 저 사람이 A 했으면 작품인데' 생각하게 되는 마음.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 모습을 극에서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작품에서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게르다 타로가 사진을 통해 현실을 다시 한번 마주하기 시작하는 부분이었다. 망명을 결심하기까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녀가 겪어야 했던 많은 배신과 상처들. 그로 인해, 갓 망명한 직후에는 쉽게 사람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앙드레 프리드만을 통해 사진을 시작하고 그녀는 조금씩 아마도 본래의 모습이었을 밝고, (가상의 인물을 만들자는 발상을 할 만큼) 재치 있는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전쟁터로 향한 후 그녀는 사진에 큰 사명감을 느낀다. 그녀가 유대인이라서 받았을 상처를 전쟁에 투영하여 자신의 사진으로 자신같이 상처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그들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녀가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그녀에게 필요한 건 꼭 사진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사진만이 이 현실을 이겨나가게 도와줄 수 있다는 그런 당위성보다는 무언가 기댈 것이 필요했을 때 그 옆에 사진기가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만약 그녀의 곁에 극작가가 있었다면 그녀는 글을 썼을 것이고, 만약 그녀의 곁에 자원봉사자가 있었다면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며 살았을 것이다. 예컨대 그녀에게 사진은 다른 것으로 치환될 수 있는 변수다. 그럼 변할 수 없는 것은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 같은 사람을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 깊은 곳에 있었던 사명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도사진이 사명인 사람과 인류애가 사명인 사람이 만나 만들어낸 로버트 카파. 그리고 자신의 신념 중 중요한 것을 각자 선택하고 그로 인한 영향을 주고받는 두 사람.


두 번의 관람을 하면서 처음 작품을 접하고 내가 너무 저널리즘이라는 특정 방향으로만 기대감을 높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널리즘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은유적인 표현들이 약간은 이질적으로 느껴져서 그 점은 조금 아쉬웠다. 비유하자면 예쁜 종이에 시로 쓰여진 죽음에 대한 고찰 같은 느낌. 그래도 가볍지만은 않게 저널리즘이 다뤄져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뮤지컬 니진스키 관극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