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일 : 22.06.09, 22.06.15
작품의 이름만 많이 듣고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는데 작품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엄청 화려한 무대는 아님에도 분위기로 꽉 채워지는 느낌이 드는 한 편의 영화 같은 느낌?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영화 중경삼림을 맨 처음 봤을 때의 느낌도 들었다. 빗소리가 어울릴 축축한 날씨에 술을 한 잔 기분 좋게 마신, 행동 하나만 충동적으로 행하면 그동안 당연했던 모든 걸 바꿔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아슬아슬하고도 나른한 분위기, 그리고 일렁이는 마음,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밤 같은 것. 그리고 사랑 같은 것.
뮤지컬 사의 찬미를 보고 있노라면 (아마도) 사랑 아래에서 각자의 캐릭터가 얽히고설키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창의적인 사고, 창조적인 삶'을 꿈꾸는 극작가는 누군가가 정해진 결말을 향해 글을 써 내려가고, 탐미적인 사랑을 원하고 찰나에 살고자 하는 소프라노는 안정감을 주지 않는 한 남자를 떠나지 못하고 애증이 쌓여간다. 그리고 목적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내가 문득 혼자 탱고를 추는 모습은 자꾸만 누군가와의 시간을 떠올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들은 서서히 변화한다. [강요받는 결말이 무엇이든 중요한 건 너와 나 / 그걸 깨닫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는 대화가 후반부에 나오는데 그 부분을 볼 때마다 참 묵직한 인상을 받는다(그래 우진아 넌 좀 너무 오래 걸린 것 같긴 해). 내가 생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생이 나를 끌고 가는 것 같은 순간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내 선택.
이 극을 보면서 나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캐릭터는 단언컨대 윤심덕이었다. 그 보수적인 시대를 살면서도, 그 시대에 여성으로 살면서도, 자유를 꿈꾸고 당당한 인물. '나 윤심덕이 고국 무대에서 노래하기로 정했어' 같은 대사에서도 느껴지듯이, 누군가의 강요보다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행동하는 인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들을 에둘러 표현하기보다는 분명하게 말로 전하는 인물. 하지만 시대와 다르게 특별할수록 많은 번민을 겪게 되는데 그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결국은, 끝의 끝에는 본래의 그 특별한 당당함으로 선택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
넘버도 너무 매력적이고, 분위기 있고 몰입감 있게 볼 수 있는 극이면서도 여기저기에 여백이 있어서 어느 날과 또 다른 어느 날의 인상이 다르고, 결말 이후의 모습을 다르게 상상해보기도 한다. 이래서 오랫동안 사랑받았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제 두 번 봤는데 앞으로의 관극도 기대가 된다. 실황오슷을 향해 파이팅!
+ 여담이지만 사의찬미와 웨스턴스토리에서 같이 쓰인 그 멜로디. 웨스턴스토리를 먼저 봤던 나는 그 멜로디마다 웃음을 참느라 고군분투해야했다... 자꾸 그 사이사이에 조니~ 하는 속삭임 추임새를 넣고 싶고... 선인장에 찔려 따가워 죽었어! 이런 것도 하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