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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Jun 23. 2022

뮤지컬 웃는남자 관극 후기

관극일 : 22.06.22

친구의 본진님이 오랜만에 무대로 왔다며, 이건 봐야 한다길래 함께 하기로 한 관극! 심지어 친구가 티켓팅까지 잘해서 자리도 좋았고, 그 인파 사이에서도 캐스팅보드까지 야무지게 찍어온 친구. 덕분에 편하게 보고 편하게 후기도 쓴다 :)


대극장 뮤지컬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모차르트가 마지막이었던 거 같은데 그럼 벌써 몇 년 전인지! 차분하게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는 소극장을 평소에 선호하는 편이지만, 오랜만에 자본 맛이 담뿍 담긴 무대를 보니 또 눈이 번쩍 뜨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크고 넓은 무대에 디자인 요소들을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들어진 화려한 무대! 특히 웃는 남자의 심볼같은 저 곡선이 다양한 무대 구성에 베리에이션 되어 활용된 게 완성도도 높게 느껴지면서 무대 보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다.


원래의 신분도 알지 못한 채, 모두가 괴물이라 부르는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간 웃는 남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 배우님들 각각의 퍼포먼스도 너무 좋았고, 받쳐주는 다양한 소리와 연기도 너무 좋았고, 무대도 너무 좋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내용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본 줄거리에서의 엔딩보다 커튼콜 마지막에서 3명이 들어가는 그 모습이 엔딩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분명 그윈플렌과 데이빗이 서로 칼을 겨눌 때, '아 맞다, 네가 데아를...!' 하는 대사가 있었다. 뒤늦게 데아를 떠올린 듯한 그 그윈플렌과 엔딩에서 데아를 따라가는 그윈플렌. '갑자기 왜?' 싶은 이질적인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들었다.


또 하나 줄거리적으로 아쉬웠던 건 (이것 또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데이빗에게 괴롭힘당하는 데아를 구해준 뒤, 왜 아무도 시원하게 데이빗 탓하는 사람이 없는지, 왜 데아에게 슬픔은 흘려보내라고만 위로하는지. 물론 그 씬은 너무 아름다웠지만. 신분 때문에 때릴 수 없다면, 저놈이 잘못이고 너는 아무 잘못이 없고 저놈은 천벌받을 거라고 한 마디만 강조해서 말해줬어도 이렇게 찝찝하진 않았을 것 같다. 내 근처에 앉은 관객 중에 어린 친구가 있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그 눈을 떠' 넘버. 늘 그렇듯 '웃는 남자'를 보러갈 때도 거의 정보 없이 관람하러 갔는데 그럼에도 '그 눈을 떠' 넘버만은 한번 듣고 갔었다. 그래서 어떤 흐름에서 나오는 걸까 궁금했는데 쭉 관람하다가 그 넘버를 접하니 확실히 벅찬 느낌이었다. 물론 퍼포먼스가 좋아서도 있지만, 극 중에서 그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진 혼란에서 이전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표출해내는 모습이 하나의 각성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게 아쉽기도 하면서도 현실적이기도 하면서 그렇게 우리도 눈을 떠야 하는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적어도 한 명의 눈은 뜨게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큰 용기로 한 명이 한 명을, 또 한 명이 한 명의 눈을 뜨게 하다 보면 모두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올까 싶기도 하고. 참 많은 생각이 드는 넘버와 장면이었다.


돈이 좋긴 좋구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던 오랜만의 대극장 관람! 웃는 남자만 알고 갔는데 여공작도 우르수스도 그 외에도 많은 다채로운 캐릭터가 매력 있게 나와서 더 풍성하게 즐긴 것 같다. 바이올리니스트분과 곰 탈을 쓰고 공 위에서 묘기 대행진 하시던 분도 대단했고. 원 없이 커튼콜에서 박수도 쳤지만 풍성한 무대 보여주신 많은 분들께 글로나마 또 한 번 박수를.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층은 가끔 대사가 잘 안들리기도 하고 음향이 쾌적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시야만은 정말 만족했다. 오글 없이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서 보기도 좋고 시야방해도 딱히 없었고 자리도 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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