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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Aug 01. 2022

뮤지컬 시데레우스 관극 후기(프리뷰)

관극일 : 22.07.29, 22.07.31

사실 내가 뮤지컬 시데레우스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고는 '할 수 있지? 그러엄~'이라는 대사가 가장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인터넷 세상에서 누군가의 필모를 따라가다가 들었던 노래 몇 소절 정도. 하지만 이런 소박한 사전 지식뿐이라도 극을 즐기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방심했어서 더 크게 감동하고 좋았던 걸지도 몰랐다.


갈릴레오와 지동설. 누구나 교과서 어디에서나 보았을 짧은 단어들. 뮤지컬 시데레우스에서는 갈릴레오가 어떻게 그런 천동설이 당연했던 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할 수 있었는지 엿볼 수 있다. 성경, 우주, 천동설, 지동설, 극의 큰 갈래를 이끌어가는 단어들을 뽑아보면 뮤지컬 시데레우스가 너무 학구적이고 딱딱해 보일 것 같지만 그 학구적인 내용들을 담백하게 일상적으로 다루어서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갈릴레오와 케플러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특히 케플러의 캐릭터가 굉장히 밝아서 그 밝음이 갈릴레오를 물들이는 과정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번 프리뷰 기간 동안 두 번 관람하면서 두 번 모두 많이 울었다. 내 눈물이 스스로도 의문스러웠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갈릴레오와 케플러, 마리아의 이야기인데 대체 왜? 그 순수한 학구열과 시대상,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일들이 너무 사람을 울컥하게 한다. 무언가를 성취해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열망,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고 스스로의 계산에서도 어긋나도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연구를 계속해나가는 도전정신, 누군가의 열망이 애써 숨겨둔 또 다른 누군가의 열망을 깨워 서로의 불이 활활 타도록 도와주는 관계 등을 보고 있자면 내 현실 속 어떤 일, 어떤 사람, 어떤 과거가 떠오른다. 

어렵사리 얻은 어떤 성취를 양보하고, 희미해진 낭만도 버려두고 떠나야 하고, 그래도 누군가의 믿음에 위로받는 그 모든 과정이 너무, 너무 너무했다.


무언가를 해서 성취하고 인정받는 것이 본래의 순서라면, 우리는 어느새 성취하고 인정받기 위한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진 않았을까? 이걸 해서 뭐해, 차라리 도움이 되는 저걸 하자-. 뮤지컬 시데레우스를 보다 보면 성취나 결과 등 미래의 일들보다 지금 당장 이걸 너무 하고 싶다고 외치는 내 안의 불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할 수 있지? 그러엄~' 하는 케플러의 마음을 현실 어디에선가 같이 떠올려보게 된다. 극이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때 어떤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극을 보러 온 모습을 보았다. 이 아이들은 그러엄~ 하는 케플러와 갈릴레오의 마음을 오래 기억하길. 그래서 어느 날들에 내가 온 마음을 다했던 꿈과 낭만을 버려두고, 희미해지도록 묻어두고, 떠나고, 오래 후회하는 그런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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