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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Jul 18. 2022

연극 더 헬멧(룸서울 스몰) 관극 후기

관극일 : 22.07.02, 22.07.09

22.07.02(왼) , 22.07.09(오)

방 두 개로 나뉘어서 진행되는 형태의 연극 더 헬멧에서도 룸서울 이야기 중 스몰! 너무 표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집념으로 어떻게든 구해서 관람했다. 빅룸에서 볼 때마다 스몰룸의 서사가 너무너무 궁금했는데 헬멧 B의 두 배우를 스몰룸에서 모두 볼 수 있어서 나는 다 이룬 것만 같다. 그리고 이 벅차고 슬프고 아픈 마음들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후기를 쓰면서도 막막하다. 후기 글을 쓰다가 지웠다 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글은 너무 좋은 수단이지만 때로는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만 하는 것들도 있기에. 그래도 일단은 최선을 다해 적어본다.


룸서울 스몰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크게 느낀 두 갈래의 이야기가 있는데, 첫 번째는 원망은 복수하면 되는가-에 대한 의문, 또 하나는 어떤 편견에 대한 여성의 태도이다.


원망은 복수하면 되는가-는 사실 더 헬멧 룸서울과 룸 알레포에서 둘 다 느꼈던 생각거리이다. 하지만 그 의문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와 싸워가는 한 인물에 대해 온전히 집중하여 볼 수 있는 것은 더 헬멧 룸서울 중 스몰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헬멧 B는 민주화운동, 올바른 세상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만 그것이 피부에 와닿게, 작품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네 이유'가 절실하게 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헬멧 E(a.k.a 떡볶이 선배)와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서 막연함을 사라지고 더불어 피부를 찌르는 것 같은 큰 분노도 함께 생긴다. 원망, 분노 등에 휩싸이면서, 헬멧 E와 한 약속들을 계속해서 상기한 뒤 만난 헬멧 C. 그리고 그녀와의 대화. 미친 것처럼 찾아 헤매던 원망의 대상을 만났을 때도 그녀는 복수심에 스스로가 잡아먹히지 않도록 만년필을 계속 부여잡고 누군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나 힘든 과정 끝에 헬멧 B가 무언가 결정을 내렸을 때, 그것이 헬멧 C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헬멧 B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너무 멋지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특히 마지막 즈음에 그녀가 책상에 올라 외치는 말들. 그 말들을 내뱉기 위해 그녀가 감내해왔고 때로는 흔들렸을 순간들을 생각하면 정말 저절로 벅차오른다.


그리고 여성의 태도. 아무래도 룸서울 스몰은 헬멧 E도 있긴 하지만 헬멧 B와 헬멧 C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받았던 공감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에일리언, 문선, 커피 등 하나하나 자세히 풀면 다 스포가 될 것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결국은 그것이다. 이런 모습이 특정 성별이다-라고 하는 세상의 편견과 그에 대한 개개인 여성들의 태도. 왜 이렇게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투덜거리는 것이 전부였던 캐릭터가 세상에 맞서고 짖어가면서 미친개라는 별명을 얻고, 아직 편견에 맞서보지 못한 또 다른 여성에게 짖고 침을 뱉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대사와 그 말을 들은 헬멧 C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다. 좋게 좋게 넘어갈 필요도 없고 싫으면 싫다고 하고 개소리 같으면 같이 짖으면 되는 것인데.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된다'는 누군가의 말이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어떤 문을 발견하게 해주는. 이후의 헬멧 C 뿐 아니라 관객으로서의 나, 혹은 같은 공간에 있었을 누군가도 어떤 순간에 '그래도 된다'는 시고니의 말을 떠올릴 것이다.


어린 헬멧 B에게는 너무나 든든했고 고맙고 미안했을 헬멧 E도 애, 어린 헬멧 C에게도 너무 중요한 걸 알려준 헬멧 B도 애. 그 앳됨을 숨기고 나오는 용기들이 너무 대단하고 멋지고, 그럼에도 그런 상황에서 모두가 애라는 것이 더없이 마음 아프다. 두 명의 시고니들을 만났으니 다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또다시 선배의 '너는 꼭 졸업해라'는 말도 듣고 싶고 시고니의 '그래도 된다'는 말도 듣고 싶다. 뒤돌아보지 말고 달리라는 말까지도 뒤로한 채 멋지게 달려 나가는 시고니의 뒷모습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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