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일 : 22.06.28
연극열전 작품은 다 봐야지 마음먹고선 극이 막을 내리기 이틀 전 부랴부랴 관람한 연극 보이지 않는 손! 막을 내리기 전에 봐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더 일찍 봤으면 여러 번 봤을 거라는 아쉬움이 공존했다. 그만큼 머리 띵 울리는 생각거리가 많은 좋은 작품! 역시 연극열전!
태초에 자본주의가 있었을까? 허기짐을 달래는 것이, 사냥에 성공하는 것이, 어떤 사람 혹은 동물의 습격에서 목숨을 보전하는 것이 전부이던 시절부터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곳엔 자본주의는 없다. 화폐조차도 좀 더 시간이 지난 뒤 간신히 생겨난다.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이지 않고, 누군가의 것을 훔치지 않고- 등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법들이 간신히 생기고 도덕성과 인권, 양심 등의 개념도 생겨난다. 그렇게 자본주의는 무언가를 토대로 그 위에 세워졌는데, 토대가 너무 당연해진 시대에는 오히려 그 구조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돈을 엄청나게 벌 수 있다면 토대는 중요하지 않을까? 돈은 모든 개념의 우위에 있을까?
이 모든 생각거리들은 닉의 상황을 차례로 따라가다 보면 함께 고민하게 된다. 파키스탄 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 투자 전문가 닉은 무장단체에서 정한 자신의 몸값을 스스로 벌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의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옵션거래를 바시르와 함께 진행하며 바시르(와 관객들)이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대해 배워간다. 여기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국인인 닉은 그런 토대가 갖춰진 상태에서 경제 활용을 익혀나갔지만, 바시르는 그렇지 않다. 전쟁, 테러 등이 익숙한 바시르. 그런 바시르가 금융 시스템에 익숙해지며 돈으로부터 이기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럼 닉은? 그에게서 너무 당연한 존엄성, 법 등의 개념은 무력 앞에서는 무기가 되어줄 수 없다. 그렇게 토대 위에 자본주의가 있던 그 구조가 뒤집힌 세상을 보게 된다. 닉이 바시르에게 말했던 '우리 손에 피를 묻힌 건 아니니까'하는 대사가 뒤집혀서 '당신 손에 피를 묻힌 건 아니잖아요'라고 돌아온 순간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연극 '보이지 않는 손' 티켓 위에는 애덤 스미스 국부론의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성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의 이기심에 호소한다.'
그렇다. 이기심. 결국은 인간의 이기심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 그렇게 커진 이기심이 무얼 먹어 치울 수 있는지, 그렇게 잡아먹힌 인간은 어떻게 되는지를 극 중 네 명의 인물을 통해 비추어볼 수 있다. 엔딩도 정말 압권이지만 극 후반부 닉이 점점 날 것이 되어가던 모습에 정말 충격을 받았다. 셔츠가 너무 잘 어울리던 그가 원초적인 모습이 되어 노력을 기록해두었던 종이를 어떻게 하는지. '돈 최고!'를 외치는 물질 만능시대에 우리가 무한정 이기심을 부풀려 나가며 중요한 것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너무 좋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