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극일 : 22.07.22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 정말 아쉽게도 그 힘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지는 않다. 생채기를 받고 받고 받다가 어느 순간 그런 힘이 아주 자그마하지만 나에게 생긴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어린 시절 같이 상처받았던 두 유진이들이 그런 자그마한 치유의 힘을 처음 갖게 되는 그런 순간을 볼 수 있다. 담백하지만 슬프고 아름답고 의미 있는 너무 좋은 작품. 언젠가,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유진이들을 같이 보고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어떤 상처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외면하고 묻어버리면 그 속에서 너무 커다랗게 커져 나가고 곪아간다. 그리고 그 상처를 받은 대상이 어린 아이라면? 아이가 상처때문에 아파하고 괴로워해도 어른들의 눈에는 그게 너무 사소해 보인다. 충분히 위로해주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면 모두 지나갈 일이라고 사소하게 치부해버리기 쉽다. 그리고 그런 반응에 아이는 그 상처가 자신이 조심하지 않아서 생긴 게 아닐까? 하고 잘못을 스스로에게서 찾는다. 스스로에게서 잘못을 찾는 것, 이것은 사실 아이라서가 아니다. 당장 나만 해도 내가 잘못인가 생각했던 상처들이 있다. '왜' 이런 일을 '내가' 겪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깊게 하다 보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잘못을 돌리는 단계로 이르기 마련이다. 사실 이 극의 내용도 너무 좋았지만, 특히 좋았던 부분은 내가 필요 이상으로 상처 준 사람들의 사정을 헤아려줄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스스로에게서 잘못을 찾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상대의 행동을 나 스스로가 변명해주는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런 변명거리가 될 만한 배경들이 배제된 채 오롯하게 아이들의 마음, 생각, 누군가에서 행동으로 든 의문 등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극 후반 즈음 '일이 문제야?' 하며 유진을 살피는 엄마 대사가 나온다. 일도, 학원비도 아무것도 혼나지 않고 유진의 마음이 최우선이 되는 것. '항상 네 편이야'라는 말을 직접 듣는 것. 아이의, 그리고 어쩌면 모든 인간의 발밑이 단단해지는 건 그런 진심 어린 다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을 보면서 유진이들의 연극치료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극을 다 본 뒤는 나도 연극치료의 한 부분처럼 같이 위로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너희는 아무 잘못 없어, 너희가 스스로를 탓할 필요 없어, ... 그리고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