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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몰입러 노랑 Aug 13. 2022

뮤지컬 유진과유진 관극 후기

관극일 : 22.07.22

뮤지컬 〈유진과 유진〉(~22.08.28)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 정말 아쉽게도 그 힘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지는 않다. 생채기를 받고 받고 받다가 어느 순간 그런 힘이 아주 자그마하지만 나에게 생긴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어린 시절 같이 상처받았던 두 유진이들이 그런 자그마한 치유의 힘을 처음 갖게 되는 그런 순간을 볼 수 있다. 담백하지만 슬프고 아름답고 의미 있는 너무 좋은 작품. 언젠가,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유진이들을 같이 보고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어떤 상처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외면하고 묻어버리면 그 속에서 너무 커다랗게 커져 나가고 곪아간다. 그리고 그 상처를 받은 대상이 어린 아이라면? 아이가 상처때문에 아파하고 괴로워해도 어른들의 눈에는 그게 너무 사소해 보인다. 충분히 위로해주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면 모두 지나갈 일이라고 사소하게 치부해버리기 쉽다. 그리고 그런 반응에 아이는 그 상처가 자신이 조심하지 않아서 생긴 게 아닐까? 하고 잘못을 스스로에게서 찾는다. 스스로에게서 잘못을 찾는 것, 이것은 사실 아이라서가 아니다. 당장 나만 해도 내가 잘못인가 생각했던 상처들이 있다. '왜' 이런 일을 '내가' 겪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깊게 하다 보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잘못을 돌리는 단계로 이르기 마련이다. 사실 이 극의 내용도 너무 좋았지만, 특히 좋았던 부분은 내가 필요 이상으로 상처 준 사람들의 사정을 헤아려줄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스스로에게서 잘못을 찾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상대의 행동을 나 스스로가 변명해주는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런 변명거리가 될 만한 배경들이 배제된 채 오롯하게 아이들의 마음, 생각, 누군가에서 행동으로 든 의문 등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후반 즈음 '일이 문제야?' 하며 유진을 살피는 엄마 대사가 나온다. 일도, 학원비도 아무것도 혼나지 않고 유진의 마음이 최우선이 되는 것. '항상 편이야'라는 말을 직접 듣는 것. 아이의, 그리고 어쩌면 모든 인간의 발밑이 단단해지는 그런 진심 어린 다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을 보면서 유진이들의 연극치료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극을 다 본 뒤는 나도 연극치료의 한 부분처럼 같이 위로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너희는 아무 잘못 없어, 너희가 스스로를 탓할 필요 없어, ... 그리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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