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말과 나의 생각
인간은 누구나 이상한 버릇을 하나쯤 갖기 마련이다. 오랜 관계를 유지하며 정말이지 깊이 느껴왔다. 이 이상한 버릇을 없애려 드는 순간, 관계가 망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가까워질수록 그 사람의 인생에 깊이 관여하려 드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갖고 있는 습성이지만 의식적으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
사실 애초에 딱 맞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면, 앞으로 함께 할 날들은 차이점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일 것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이 다른 부분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나의 욕심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온전히 나의 편협한 사고에서 나온 거니까. 그 사람은 언제나 그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결점이 아닌 이상, 사랑하는 사람의 결점을 미덕으로 여기지 못한다면, 그건 그토록 소중한 사람조차 온전히 포용하지 못하는 본인의 작은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중한 상대임에도 결점에 지독히도 집착하게 된다면,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결점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면을 눈여겨보고 나를 사랑해 주는 마음에 충분히 감사함을 느낀다면, 이것이 오만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큰 기대를 하지 않되 얕잡아 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를 우상화하고 틀리지 않을 것이라 맹신한다면, 그건 잘못된 믿음이라고 확신한다. 모든 인간은 부족하고 못난 구석이 있다. 상대도 그런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너무 큰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상대가 완벽하기를 바라는 본인의 욕심일 것이다. 굳건한 믿음이 없다면,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옳은 판단을 하려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은 필수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가 옳다'라는 믿음이 아니라 '옳음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임'을 믿는다는 것이다.
정신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가 비례한단 말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얼마나 자주 보느냐, 떨어져 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처한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보느냐, 얼마나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느냐,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사정 속에서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만남의 주기가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가까이 있다고 생각 드는 것 같다. 최선의 물리적 거리임을 아니까. 객관적으로는 빈도가 잦지 않아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많지 않아도, 나에게는 이보다 더 가까이 느껴질 수 없을 만큼 가깝다 느껴진다.
내가 안정감을 잘 느끼는 사람인가 했는데 그건 좀 자만인 것 같다. 물론 나도 불안을 쉽게 느끼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런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항상 말과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주는 상대에게 많이 고마움을 느낀다.
꼭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작은 친절과 나를 향한 마음들을 놓치지 않고 소중해하고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그걸 실수하는 순간 인생 잘못 살고 있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런데 나는 바쁘고 정신없으면 은혜를 잘 곱씹지 못할 때가 있다. 스스로가 그런 습성을 알아서 의식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래서 당시엔 놓쳤던 해야 할 말들을 불현듯 자기 전에 쏟아내곤 한다. 조금 용기를 요하는 일이라 힘들기도 하고 이런 내가 찌질해보이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말 못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찌질한게 나으니.
사랑받기 위해 사랑했던 때가 있었다. 그게 진정 상대를 사랑했던 건지 이제 와 헷갈린다. 물론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없지만, 사랑받는 것을 우선적인 목적으로 사랑해선 안됐던 것 같다.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좋아했다니, 그 주체는 내가 아니었다.
열정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열정을 활용하여 나의 능력을 적합한 곳에 태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