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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의 사진관 Feb 20. 2023

다음 소희 _ 청소년과 노동 그리고...

아이의 죽음에 책임지지 못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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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다음 소희'는 청소년과 노동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소개 내용을 보고는 '젊은이의 양지'가 떠올랐지만 더 심도 있게 파고 있으며, 보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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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열정적이고 불의를 참지 않는 18살의 '소희'는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선생님의 말만 믿고 콜센터에 취직을 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은 그 사건을 맡게 되며 처음엔 단순 자살로 처리하려 했지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흔적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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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 다른 시간, 서로 마주쳤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이미 만난 적 있는 그 아이를 떠올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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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를 알아갈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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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춤을 좋아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착한 아이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죽음에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아직 피지 못한 꽃이 꺾였지만 어륻들은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할 뿐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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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습을 보며 '유진'은 수사를 이어가지만.. 결국 아무도 처벌하지 못했다. 이것이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깔린 문제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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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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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수사를 하고 돌아가던 중 했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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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현장실습 말이에요. 나는 처음에 그게 무슨 대학병원 인턴십 같은 건가 했어. 실전에서 기술을 배워야만 완성되는 교육이라는 게 있으니까... 근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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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을 나가던 학생에서 실무자가 되어 현장에서 뛰고 있는 내게 현장실습이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지식으로 배운 것을 현장에서 몸소 배우는 교육의 과정이기도 하며 이론으로 알지 못하는 경험을 해야만 아는 것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저임금 노동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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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거를 돌아보면 실습 혹은 스타지를 했던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해서 좋았으니 너도 반드시 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그저 운이 좋게도 좋은 분들 아래에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 그대로 저임금 노동자로 값싼 인력으로 취급되며, 힘든 노동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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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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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는 실제 있었던 '전주 콜센터 실습생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2017년 1월 전주의 한 저수지에서 졸업을 앞둔 여고생의 시신이 발견된다. 콜센터에서 실습생으로 5개월째 일하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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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수를 채우지 못했어'등 늦게 퇴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메시지와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이중 계약서 그리고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있었을 것이다. "힘들면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의문을 품은 분도 계시겠지만 모두가 쉽게 그만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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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에 발생한 일이지만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 주변에 그 다음 소희가 존재한다. 내 일이 아니라며 나와는 상관없다고 눈도 귀도 닫고 있기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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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책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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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꿈도 펼치지 못한 채 아이가 죽었는데 책임은 커녕 자신들의 안위를 챙기기 바쁘다. 회사에서는 행실이 바르지 못했던 아이로 몰아가며 회사의 피해를, 학교에서는 다음 실습생을 보내지 못할까 취업률이 낮아질까 걱정하고, 학교와 회사를 체크해야 했을 교육청은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며 그런 아이를 일자리로 보낸 학교와 회사를 감시하지 못한 노동부를 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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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간에 소희가 사인한 현장실습 서약서 중 일부를 발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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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실습 중 본인의 과실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하여도 학교 측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음을 보호자 연서로 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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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일부라고 말하지만 학교는 학생을 책임을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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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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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하는 '소희'에게 "오늘 회사는 어땠어.", "힘들지는 않았어?"와 같이 위로를 건네었다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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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달콤한 말보다 모진 말이 약이야."라고 할 수 있지만 단지 공감이 필요했을 뿐인데.. 눈이 내리던 밤 '소희'는 자신을 손목을 긋는다. 다행히 응급실에서 목숨을 건지지만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도중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될까?"라 말하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만약에 그때.. 귀담아들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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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틈 사이로 들어온 햇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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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소희'의 자살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충분히 가능해 보였지만 무엇 때문에? 그런 결심을 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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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차가운 '소희'의 발에 드리운다. 이를 알아차린 '소희'는 무언가에 홀린 듯 밖으로 나아가 눈 내리는 저수지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물속으로 걸어간다. 영화를 한 번 더 보며 생각해 봤지만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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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의 후반에 어느 관객분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희망일 수 있지만 외로움과 고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작년까지 재수 준비를 하다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21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방에서 공부를 하던 어느 날 저녁노을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 외롭고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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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소리를 외면한 어른들 속에서 그녀도 같은 생각을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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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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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죽음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처벌받지도 책임지지도 않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대신 죽은 소희의 휴대폰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시기의 영상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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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 춤을 추며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마지막 영상에는 완벽하게 춤을 마무리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누구보다 밝고 열정적이었던 그녀를 기억하기 바랐으면 하는 감독님의 의도가 엿보였다.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 이들이 많았다. 이제는 없지만 피지 못하고 져버린 '소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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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을 한다고 더 무시해. 아무도 신경을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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