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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의 사진관 May 09. 2023

흐르다 _ 처음이라 서툴었던, 아버지 그리고 딸

나의 꿈, 당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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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흐르다'는 20대 취업 준비생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자 아버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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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진영'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비춘다. 고집 세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문득 들었다. '남편 혹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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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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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워홀을 준비하던 취업 준비생 '진영'은 갑작스레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된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에도 문제가 생긴 그녀는 아버지를 외면할 수도, 워홀을 포기할 수 없다. 보이지 않은 '가족'이라는 끈에서 풀려나지 못하는데.. 풀리지 않는 깊은 감정의 골과 영화의 제목처럼 흘러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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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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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골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을 보며 '감정의 골이 곪고 곪아 터지기 직전의 상태인데 왜 제목이 흐르다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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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아버지 '형석'과 결혼 후 집을 떠나 '진영'에게 아버지를 부탁하는 언니 '소영'은 각자의 선택의 삶을 살아가지만 가족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정체되지 않고 흘러간다. 가족이라고 해서 전부를 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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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당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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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홀을 꿈꾸는 '진영'은 자신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한다. 어머니가 떠나고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두고 쉽게 떠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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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자신의 말보다 '네가 뭘 아냐'라며 꾸짖는 아버지의 모습에 그녀는 속상하기만 하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떠나야 하지만 자신의 고집을 추구하는 아버지가 눈에 밟혀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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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지만 결국엔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남에게는 꿈이 더 중요하다고 말을 하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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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되는 것도, '딸'이 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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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매 순간 처음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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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견을 완고히 밀고 나가는 모습 속에서 바로 곁에 있는 딸에게는 "네가 뭘 아냐?"라며 윽박지르는 모습이 단순히 영화를 위한 장치라고만 생각했는데... '형석'역을 맡은 '박지일' 배우님의 인터뷰를 들으며 이해하게 되었다. 그 역시 '아버지'가 되는 것은 처음이기에 서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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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선으로 이어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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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으로 이어져 있더라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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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진영'에게 말하지만 자신의 가정을 돌보기 바쁜 언니 '소영'.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해 두해 자랄수록 각자의 경험이 달라지고 가족이 소중한 만큼 개인도 그만큼 소중하기에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고 해서 옳지 않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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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것을 겪었다고 해서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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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이해한다면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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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하고 한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뇌리에 남는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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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울지 않았던 '진영'은 연수원에서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길에 그동안 참았던 감정들을 쏟아내는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지만 속은 얼마나 문드러졌을지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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