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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GN Mobility Nov 03. 2022

라스트마일 가고 미들마일 뜬다

물류 이동의 미들마일에 관하여




 우선적으로 생소할 수 있는 용어부터 알아보고 갈까요?


 유통업에서의 라스트 마일이란 마지막 배송창고로부터 고객에게 전달되는 최종 배송 단계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미들마일은 이전 단계, 즉 기업과 기업간의 물류단계입니다. 예를 들면 원자재 기업에서 제조 공장으로 원자재를 공급할 때나, 제조 공장에서 각 대리점 등으로 보낼때의 물류단계를 말합니다. 즉 미들마일은 고객과는 다소 접점이 적은, 제품의 이동에서 중간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헬로티


 최근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기업의 관심과 투자가 라스트마일에서 미들마일로 옮겨가고 있는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화물정보를 통합해 제공하는 ‘화물마당’이라는 업체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네비게이션으로 유명한 티맵에서도 YLP라는 미들마일 중개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미들마일에 눈뜨는 기업들?


 그렇다면 라스트 마일과 퍼스트 모빌리티에 관심을 보이던 업계가 왜 미들마일로 시선을 돌리고 있을까요? 그 원인에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라스트마일 시장의 포화입니다. 후술하겠지만 미들마일 시장과 비교해도 작은 규모지만 이미 공유킥보드, 공유자전거, 다양한 택배업체 등이 시장에 진입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기에 이 분야에서의 사업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사람을 수송하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입니다.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당연한 기본권’으로 여기고 있기에 저렴한 대중교통이나 공유자전거 서비스가 공공에서 많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에서 수익을 창출하며 운영해야 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가치가 하락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정부가 진입하지 않은 공유킥보드 시장 또한 안전 문제로 인해 정체되어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더욱 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마지막,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들마일 시장의 규모가 훨씬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운송이 아니기에 법적인 제약도 없을 뿐더러, 국내에서는 경쟁 업체도 많지 않습니다. 육로 운송 시장 규모는 약 33조원에 이르는데, 이 중 라스트마일이 차지하는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의 20%에 불과합니다. 반면 미들마일 시장은 나머지 80%가량을 차지하며 27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즉 기업들은 진입이 쉽고, 경쟁이 심하지 않으며, 시장 규모가 비교적 거대한 미들마일 시장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입니다.




미들마일의 현위치


 택배, 퀵서비스와 같은 라스트마일의 경우 소비자의 니즈가 커지면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미들마일은 아닙니다. 미들마일 시장에서는 업체 간 거래를 수기로 작성하는 등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해 왔는데요. 지금부터는 이러한 미들마일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로지스팟

 물류 시장에서 이동의 핵심은, ‘화주(화물의 주인인 기업)’와 ‘차주’의 연결입니다. 업체마다 생산하는 제품이 제각각이기에 활용되는 트럭의 종류, 화물 운송 기사의 경험 등을 고려하여 차주와 매칭되어야 하는데요. 물류 자회사를 두고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주선운송사나 화물정보망 플랫폼을 활용해 차주를 섭외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미들마일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각 업체가 가진 정보가 체계적으로 축적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현재 화주 정보는 주선사가 보유하고 있는데, 주선사의 대부분이 소규모업체이고 개인사업자가 많다 보니 IT를 도입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아직까지 다양한 정보가 여러 업체에 수기로 작성되어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담당 직원의 노하우 정도로만 남아 있는 상황이죠. 결과적으로 화주와 차주의 매칭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게 되는 것입니다.


@로지스팟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미들마일 시장을 이루고 있는 여러 업체들이 아직까지 비효율적인 아날로그 업무처리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이나 물류비 정산 외에도 대부분의 업무를 수기나 전화로 처리하고 있죠. IT의 미도입은 행정업무 처리에도 불편함을 주지만, 물류 이동의 과정에서 문제를 낳기도 합니다. 화주-차주 간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여 생기는 미배차, 배차지연 등의 문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미들마일, 국내에선? : 로지스팟, 디어


@로지스팟 Facebook

 앞서 미들마일의 현 문제점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 미들마일의 선두기업 중 하나인 로지스팟은 아래와 같이 개선방향에 대하여 제시했는데요. 한번 살펴볼까요?


실시간 가시성 제공

 고객이 화물차가 어디쯤 가고 있고 언제 도착할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있게 가시성을 제공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담은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배차 요청, 수정 및 차량 정보 조회를 여러 부서가 실시간으로 조회 및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이에 포함될 것입니다.


정산업무 및 서류업무 간소화

 모바일 폼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시대에 이른 만큼 거래명세서를 자동으로 마감하고 실비 정산 및 영수증 보관을 전산화하는 기능으로 업무를 간소화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필요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고도화

 앞서 언급한 기본적인 기능만으로도 운송 업무의 많은 부분을 효율화할 수 있지만, 더 복잡한 물류운송 형태를 가진 고객들은 더 많은 기능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다수의 운송사를 이용하거나 자체적으로 직영차 혹은 지입차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차량 종류의 통합관리가 필요하고, 거래처에서 원자재나 물품을 입고하는 기업들을 위해 거래처의 입고차량까지 모니터링하고 입고차량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시간을 배정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운송경로 및 비용의 최적화

 파편화된 시장으로 인해 데이터가 한 곳에 누적되거나 데이터가 있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미배차와 배차지연, 추가 비용이 발생되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의 모든 운송 데이터를 축적하여, 최적의 운송경로와 운임체계를 세워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화물차주가 시간 낭비없이 적절한 코스를 운행하고, 대기시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줄이고, 적정한 운임으로 화주와 차주를 모두 만족시키는 시장 체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습니다.


@링크드인, 디어코퍼레이션

 디어는 그동안 킥보드 공유 서비스 가맹 사업주를 위한 B2B SaaS를 개발하며 관련 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이를 올해부터 신설한 화물 솔루션 사업부에 응용해 신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디어 화물 솔루션 사업부가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캐리’는 미들마일 화물 시장(중간물류시장)에서 주선사의 단순 반복 작업을 전산화해 업무를 최대 10분의 1로 줄여주는 RPA(업무 자동화) 도구입니다. 디어는 '주선사의 비효율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라고 현 상황의 문제를 정의했습니다. 주선자들이 효율적으로 일하게 되면, 화물시장도 훨씬 경제적으로 돌아갈 수 있음과 동시에, 화주는 물류비를 줄여 영업이익률을 제고할 수 있게 되면 차주들의 생계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디어는 '캐리'를 주선자의 업무 대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돕는 '운송 비서'라고 정의합니다. 다른 플랫폼은 화주와 차주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디어는 그 둘을 잇는 주선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한 것이 차별점입니다. 디어 관계자는 “올해 9월부터 거래액 200억원 규모의 베타 테스트를 시작해 캐리의 완성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외의 미들마일 플랫폼 : 우버 프레이트, 만방그룹


 개인이 아닌 기업을 상대하며, 시장 규모가 약 30조원으로 추정되는 미들마일 시장이 뜨면서, 국내에선 이제 대기업들이 수익성이 갈수록 낮아지는 라스트마일 시장에 등을 돌리고 미들마일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반면 국외에선 이미 미들마일 시장의 성장은 물론 세계 최대 규모를 앞다투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우버 프레이트입니다.


@테크스낵

우버 프레이트를 살펴보기 앞서 우선 우버의 사업구성을 보면, 크게 승차공유 서비스인 (1)모빌리티, 음식배달 서비스인 (2)딜리버리, 화물운송중개 서비스인 (3)프레이트. 3가지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버 프레이트는 앞서 언급했던 차주와 화주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로 미들마일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적다고 볼 수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 부문입니다. 예로 프레이트 분야의 예약건수는 우버 전체 예약의 1% 수준이지만, 매출로 비교하면 4%를 차지할 정도라고 하죠. 정리하면 우버는 우버 프레이트로 미들마일을, 우버 이츠로 라스트마일을 커버함으로써 화물운송의 전 구간을 연계, 통합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개인 트럭 운전자를 중심으로 한 화물차 운송은 미국에서만 매년 140억 톤에 달하는 내륙운송 물량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차주와 화주의 소통은 전화 통화나 메시지로만 이뤄졌고, 이 과정에 양측 모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우버 프레이트를 통해 차주들은 화물 운송 일정을 손쉽게 조율, 확정하는 동시에 빠른 대금 결제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금(운송비)를 받기까지 수주가 걸렸지만, 우버 프레이트를 통한다면 48시간 후 운송비가 지급됩니다.) 동시에 화물차 소유 여부 검증 및 등록을 마친 차주들을 대상으로 우버 프레이트에 등록된 화주들과 실시간 운송 매칭 서비스 제공합니다. 해당 서비스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운송 서비스 예약 확정 및 조회 가능합니다.


@뉴스투데이

 중국은 대형 업계 두 곳이 합병하면서 미들 마일 시장 전체를 통합했습니다. 2017년 화물 중개플랫폼이던 윈만만과 훠처방이 합병하면서 만방그룹이 탄생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물류를 담당하는 트럭은 매우 복잡한 구조로 얽혀 있습니다. 자영업자 대부분이 브로커를 통해 물건을 이송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물류 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비효율적입니다. (물류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을수록 효율적인 산업이라고 봅니다.) 높은 물류비용은 국가 경쟁력의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GDP의 8% 수준인 미국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운 비용입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처지기도 하죠.


개인차량으로 쪼개진 물류 시장에서 자영업의 트럭 운전자는 영세합니다. 일하는 시간의 40%는 일거리가 없어 트럭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과 동시에 브로커 수수료는 높아서 수익성이 낮습니다. 이 산업을 혁신하겠다고 나선 물류 연결 서비스 회사가 만방그룹입니다. 만방그룹은 우버 프레이트와 유사하게 화물운송 리스트, 화물운송 중개, 온라인 거래를 포함한 화물운송 매칭 서비스 및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이 회사는 현재 700만대 트럭 가운데 520만대 트럭 운전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125만 물류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거대한 플랫폼 회사입니다. 하루에 물품 약 700만개, 물동량 1300억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운반됩니다.


 만방그룹은 21년 6월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한화 약 10조원에 달합니다. 이 회사의 가치가 높게 책정된 것은 현재 트럭 연결 서비스의 수수료 수입때문이 아닌데요. 만방의 전신 기업인 윈만만은 2013년 트럭 호출 회사 가운데 최초로 클라우드 서비스, AI, 빅데이터 등을 처음 적용시켰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만방은 자율주행 트럭에 의한 미래 물류 컨트롤 회사로서 비전을 세우고 투자 자금을 인재 육성에 쓰고 있으며, 여기에 선두에서 투자를 해준 소프트뱅크는 도요타와 자율주행 개발에 전략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만방그룹이 미래 물류의 혁신 기업 가운데 선두 주자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배경입니다.




마무리하며


 미들마일 시장은 변화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지난 20~30년간 수많은 영역에서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미들마일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죠. 하지만 현재, 미들마일 시장에서 디지털화를 향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선사연합회에서 운송∙배차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에 협업을 요청했고, 카카오모빌리티는 화물마당의 지분을 인수하며 “화물마당의 디지털 전환에 힘을 보태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죠.      


 미들마일 시장의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이 변화하는 미들마일 시장에 대해 이해하고, 그 잠재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Align MSR은 이동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 실현해 나가는 대학생 모빌리티 솔루션 학회입니다.

http://align.oopy.io


작성자 : 백지윤, 전혜린, 최호빈, 홍수현 (MS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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