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살고 있다.
인생이 헐겁다.
바람빠진 풍선 마냥 쪼그라드는 삶이 처량하다.
동아줄 마냥 잡고 있던 친구들 하나둘 떠나보내고, 행복인줄 알았던 가족 손마저 놓고 나니 인생 참 별거 없다며 허탈웃음이 흐른다.
억척스럽게 살았지만, 정 없이 살았던 건 아니었다 자부했는데 그 사랑 모두 어디가고 이 험난한 삶 길에 나 홀로 남겨졌나..
헛헛한 마음이 하루가 가고, 한주가 가고, 한 달이 되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빈손이 쓰라려 허공을 향해 손짓하지만 뭣하나 잽히지 않는다.
대전으로 가야할 일이 생겨 그곳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내가 간다는 소식에 오랜 내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한가득 차려 두겠다며 나를 반긴다.
뭘 싫어하는지, 술은 얼마나 먹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나에 대해 세세하게도 꿰고 있는 이 사람이 고마워 눈물이 난다.
비워지고 나니 다시 채워지더라는 뻔한 말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남 위해 살던 내게 날 위해 살라 걱정하던 이들이 고요히 내 등 뒤에 남아있다.
다 떠난 줄 알아 부질없는 시간이었다 치부하던 나를 가만히 기다려주는 이가 있었다.
이제야 삶을 좀 알 것도 같다.
나는 그냥 살았던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