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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May 02. 2024

적의 민낯

뾰족, 아픔, 성찰


요즘 내 하루의 화두는 '뾰족함'이다. 영어로 하면 Sharp로 번역될 수도 있지만, 은유적으로는 Sensitive, Sensible, 심지어 Unique로도 바꿔 말할 수 있을


뾰. 족. 함.


어째서 나는 뾰족하지 못할까?

(나는 왜 여전히 나다움을 찾지 못할까?)


아니, 무엇보다 왜 뾰족해지는 걸 두려워할까? 그런 걸 원하긴 하는 걸까? 뾰족함은 찾아야 하는 걸까? 그저 발견하는 순간이 있는 것 아닐까?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애초에 내가 의미한 건 신원 확인용 뾰족함은 아니었으니까.


버튼이 눌린 날에 대해 쓰고 나서부턴 내 감정이 한결 정리가 잘 되는 느낌이 들었지만 여전히 생각의 촉수는 짱짱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유독 용납하지 못하는 그 부분이 뾰족해서 나를 찌르는구나. 뾰족하지 않은 게 아니라 뾰족해진 면이 성에 안 차니 아파서 외면하는 거구나.'


나는 (실질적인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암묵적/도의적인 책임을 지나치게 떠 앉는 사람, 번역/편집/외국어 분야에서 특히 촉수를 드리우는 사람이었다.


마치 내가 그 상황과 분야 그 자체인 것 마냥.


다시, 거리를 두고 찔리지 않을 공간을 확보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고요하고 하얀 밤을 떠올린다.


하나 더, 난 그 뾰족함으로 다른 사람을 찌르느니 나를 찔러버리는 미련한 사람이다.


버튼에 이어, 촉수를 잘 간수해야겠다. 나의 섬세함은 마인드 리딩과 우아한 피드백을 만들어내지만 양날의 검과 같아서 제 칼에 베일 수 있다는 걸.


나를 사랑하는 법을 좀 더 알게 된 것 같아 여기 기록해 둔다. 나의 뾰족함을 잘 다듬으면 예민과 섬세는 나만의 뾰족함이 될 것이라고 기억해 둔다.







제목 피드 인용 출처: <에디토리얼 씽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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