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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May 07. 2024

바꿔 말하는, 재능


나에겐 말을 바꿔 전하는 재능이 있다. 출발 언어를 목표 언어로 바꾸는 번역과 달리, 이 재능은 모국어 화자 사이에서 특히 유용하다. 그들은 자신이 외계어를 쓰는 타국인임을 자주 잊고, 아예 모른 채 이곳을 떠나기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나조차도 내게 그런 재능이 있다는 걸 아주 늦게서야 알았다.


나와 네 살 터울인 남동생은 20대, 그러니까 한창 학업에 매진하던 대학생이었는데 엄마와 대화를 나누면 둘 중 하나는 답답하거나 서운해지기 일쑤였다. (앞선 쓴 적이 있지만 나 또한 엄마와의 대화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라 이런 글을 쓴 것은 아니며, 여기서 말하는 재능도 그때는 없었다.)


하지만 제삼자의 눈에는 꽤 많은 것이 보인다. 아들은 '인지적 평화'를, 엄마는 '마음의 평화'를 원했다. 논리와 감성은 제 갈길을 갔다. 매일 알을 깨고 나오는 자와 내려다보며 품는 자의 언어가 같을 리는 없다. 다만, 그걸 알기 쉬운 모국어로 바꿔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어떨까?


"아, 그런 뜻이었어?"


동생은 엄마가 하는 말의 뜻보다 방향을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더 이상 논리적으로 따지지 않았고, 이해하지 못하고도 이해한 것 같았다.  


내게 말을 바꾸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덤으로 알게 된 것이 있다.

1. 우리는 모국어에 몹시 서툴다. 이 사실을 간과한다.

2. 자신과의 관계에서 언어가 잘 정립된 사람도,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서툴 수 있다.

3. 우리는 같은 방향을 향해 가면서도 (언어가 달라) 생각 다르다고 답답하 느 때가 있다.

4. 스스로 오해를 만드는 화법을 쓰면서, 상대의 오해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사실을 깨달으면서 내 삶은 전반적으로 달라졌다. 내 재능이 필요한 순간이 곳곳에 널려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하고자 하는 말로 바꿔주는 재능, 억지 낙관이 아니라 실재하는 희망으로 바꿔 말하는 그런 재능 말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재능이 있지 않을까.


노력한다면, 그런 사람으로 곁에 남겠다고 결심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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