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는 왜 이렇게 길까요?
독일어는 여러 개의 단어를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를 만드는 합성친화성이 높아요. 라틴어와 그리스어의 영향을 받았고, 고유어와 외래어가 들어오게 되죠. 다른 언어들에 비해 명사, 동사, 형용사 등 다양한 품사들을 결합해서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내요.
작별인사Wiedersehen
[Wieder(다시)sehen(보다)]
라거나
생일 선물GeburtTagGeschenk
[Geburt(탄생, 출산)Tag(날)Geschenk(선물)]
처럼 말입니다.
그는 독일어가 독일에서만 쓰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한국어처럼 한국에서만 쓰이는 한국말은 정말 특별한 경우라고. 영어가 미국과 영국에서만 통용되지 않듯이 독일어 역시 다양한 국가들의 공용어로 쓰였다. 이를테면, 몇 해전 들렀던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 스위스를 포함해 룩셈부르크와 벨기에도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었다. 언어와 언어 사용자 간의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더 느슨했다. 미국에서 만난 낭독회 친구들 중에는 독일계 출신이 많았고 그래서 미국인이지만 독일어를 쓰는 사람들이었다.
길고 긴 독일어. 단단한 명사들이 서로 부딪혀도 끄떡없이 견고하게 제자리를 지켰다. 어릴 적 진폐증이라는 뜻의 가장 긴 영단어를 외웠던 기억이 났다.
합성친화성(Kompositionsfreudigkeit)마저 길다니.
Donaudampfschifffahrtselektrizitätenhauptbetriebswerkbauunterbeamtengesellschaft (79글자)
도나우증기선 제1전기공무 하위건설공무원회사 (= 도나우 전기·증기선 공사)
워후, 꽤 길다. 이쯤 되면 즐기는 게 분명해. 툭하면 축약이 일어나는 프랑스어와 달리, 독일어는 되도록 분명히 명시하고 싶어 하는 걸까. 그게 마치 투명함에서 오는 진정성이라도 되는 것처럼. 독일어에는 프랑스와도, 영어와도 다른 점이 있었는데 바로, 성별을 나타내는 관사. 남성, 여성에 이은 중성이라니. 명사에 따라 필요한 정관사가 무엇인지는 몇 가지 규칙을 익히면 알 수 있지만 언어란 결국엔 감으로 완성된다. 직감 같은 것. 성공적으로 낯설다. 완벽하게 어렵다. 맘에 든다. 건너가려고 배우는 언어는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그 지점을 애정한다. 우린 완벽하게 달라. 그래서 외국어가 좋다고, 그는 되뇌인다.
정관사 Die를 요구하는 여성형 명사가 가장 많다고 하니 어쩌면 직감으로도 힘들지 몰라. 프랑스어에선 수염이란 명사에 여성형 관사를 붙이더니.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언어의 개수만큼일까? 눈 snow의 형태도, 노란 yellow 색상도, 어떤 나라에는 수 백 가지나 되지만 독일에는 아기 baby라는 단어조차 없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