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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20대였던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었다. "난 가사 없는 음악이 좋더라." "왜? 난 가사가 좋은 노래가 꽂히던데." 그때는 몰랐다. 우리 각자에게 가사가 어떤 의미였는지. 가사는 내 마음을 읽어주는 일기 같기도 하지만, 나를 읽어버리면서 가둬버리기도 하니까. 어쩌면 언니에겐 가사 없는 음악은 자유를 의미했는지도. 언니의 전쟁터 같은 육아와 가사의 현장에서 '가사 없는 음악'을 떠올렸다. 너무 내 것이라서, 너무 내 것 같아서 '없었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서. 요즘 가사 없는 음악을 즐겨 듣는 쪽은 오히려 나다. 아름다운 것을 찍고, 듣고 싶은 것을 듣자고 다짐하고 보니 그게 뭐였더라 곰곰이 생각에 잠기다 쉽사리 찾지 못한다. 가끔은 꿈이 더 현실적인지, 현실이 더 꿈같은지 헷갈린다. 얼마 전 시친구가 기획한 시음감회 영상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질투를 느꼈다. 나도 아름다운 것을 기획하고 촬영하고 리듬을 타면서 어깨를 들썩이고 싶어. 그것은 현실 같은 꿈이고, 꿈같은 현실이다. 나는 이제 모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가사가 있든 없든 무관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