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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력이 필요할 때

by 뭉클


DAY 3(2025. 10. 5)


오사카에 도착한 날은 소진된 체력에다 교토의 서정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한 탓에 오사카라는 도시에 대해 우리 둘 다 지레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아직 새 도시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사람들처럼. 어느새 어두워진 거리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난바의 중심가..) 발 붙일 곳 없이 말 그대로 사람들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멀미가 날 것 같았다.






교토에서 비싼 일본 음식에 부담을 느꼈던 우리는 오사카의 길거리 음식보다도 먼저 일본의 김밥천국이라는 요시노야에 들렀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짝꿍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던 '일본 현지에서 아식스 러닝화 사기'를 실행에 옮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설마 우리가 일본에서 러닝을 할까?' 싶었다.


러닝 코스는 주로 난바의 강가나 오사카성 근처라고 들었는데, 이 날 밤 절대 난바에서 러닝 하는 일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어제 가모강가를 거닐 때만 해도 주변에 러너들이 가볍게 뛰는 모습에 동요하긴 했는데...




DAY4(2025. 10. 6)



그러나 오사카성에 들른 건 러닝을 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저, 오사카성이 궁금했을 뿐. 오사카성은 셋쓰국 히가시나리군 오사카에 있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권을 장악한 아즈치모모야마 시대부터 에도시대의 성이다. (1603년 에도 막부가 성립된 후에도 히데요시는 오사카성에 머물면서 셋쓰를 지배했다)


가모강가를 건너던 오전 한 때를 제외하면 교토는 온통 비였는데, 오사카는 비는커녕 해가 쨍쨍했다. 여행은 날씨가 전부라던데, 이제 진짜 우산 없는 여행이 시작되는 걸까.







오사카성은 역사적인 면모를 잘 꾸며놓은 상업적 전시장이었다. 역사 자료관인 천수각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관련된 유물과 전국시대 자료를 소장하고 있었고 그의 생애와 전투 상황을 알기 쉽게 전시해 놓았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기록될 관점들. 조금 불편했어.


오사카성 전망을 보고 내려와 고자부네 뱃놀이를 하러 걷기 시작했다. 날씨가 화창했고 뱃놀이를 하기에 더없이 완벽했다.




"우리 팔자 늘어졌네. 뱃놀이를 다 하고, 이 좋은 날."


말할 땐 몰랐는데 적고 보니, 신선놀음에 꽤나 신났었나 보다. 뱃놀이 중에는 사람의 얼굴을 닮은 인면석을 찾는 미션이 있었다. 황금빛 배를 타고 20분을 파랗게 유영한 기분 참 좋았지.


이 날의 신나는 경험은 사실 여기서부터 인데, 고자부네 뱃놀이를 끝내고 나오던 우리에게 누군가가 홍보 팸플릿을 건넸다. 우리의 여행 일정과 엑스포 기간이 겹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상기했고. 교토 시청에 무작정 들렀듯이 우리는 엑스포 전시장에 들르게 되는데...


입구 쪽 분위기는 실로 의아했다. '여기에 들어가도 되나? 운영이 되긴 하는 건가?' 하고. 그런데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갖가지 종류의 일본 음식을 파는 창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우리는 메뉴를 고르고 주문만 하면 되는 것. 각지에서 참여한 맛집들이 엑스포 전시장의 푸드 마켓에 모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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