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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Apr 28. 2023

쉼...

올 초부터 회사일이 너무 힘들고 일에 능률도 오르지 않고 그냥 모든 게 벅차고 힘이 들었다.

예전엔 힘이 들고 바쁘더라고 뭔가 열정이 있어서 그런지 어떻게든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능동적으로 임했는데.. 지금은 힘들고 바쁜 게 날 지치게만 하고 내 삶이 오히려 무기력해지는 게 회사에 출근하려고 생각만 해도 숨이 가빠오고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는 속도가 100M 달리기 한 사람처럼 쿵쾅거리며 뛰었다. 그래도 회사는 가야 하니 불안 초조에 좋다는 약을 먹고 간신히 몸을 달래고 출근했지만, 약 효과가 금세 사라지거나 효과를 볼 수가 없어 미치기 일보 직전에 정신과를 가서 공황장애 진단으로 약을 받고 힘들 때 먹으면 바로 효과가 있었다.

회사가 3월까지는 정신없이 바쁘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약 먹으며 간신히 버틴 후에 겨우 정리가 될 즈음에 회사에 연차를 내고 3박 4일 동안 자연 휴양림을 예약하고 그곳에서 지냈다. 여행 첫날부터 반가운 비가 내려 더욱 운치가 있었고 이틀은 많이 춥지도 않고 비만 내려서 너무나 힐링이 되었다. 이제야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보상을 받은 느낌이랄까.. 나만의 시간을 갖으며 음악도 듣고 잠도 실컷 자고 빗속에서 흩날리며 떨어지는 벚꽃도 멍 때리며 보고

아무튼 자유로움이 나에게 보상의 선물로 다가왔다.

매번 연차를 내고 여행을 다닐 때는 혼자 가기가 맘에 걸려 친정엄마와 아이들 데리고 다녔는데 그건 쉬는 게 아니었다. 계속 누군가를 신경 써야 해서 또 다른 업무의 연장으로 느껴졌다. 

작년에는 이맘때 제주도에 혼자 다녀왔는데. 혼자 여행을 가니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가다가 쉬고 싶은 곳에 잠시 차를 세워 놓고 바다를 멍하니 보기도 했다. 차에 나 혼자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노래 크게 틀어놓고 신나게 부르며 예쁜 제주 도로를 거침없이 달렸다.

먹고 싶으면 먹고 먹기 싫으면 맥주 한 캔 따서 과자를 안주삼아 배를 채우기도 하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단지, 한 가지 내가 겁이 좀 많아서 혼자 자려니 무서워서 잠을 설치고 또 구경하고 펜션에 들어가서 혼자 있으니 좀 심심했다.... 혼자 다니는 건 너무 좋았지만 좀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 혼자 안 가고 울 막내아들과 체험학습 신청하고 같이 둘만 떠났는데. 휴양림에서 비도 오는 날 엄마랑 어린 아들이랑 3박 4일을 왔다고 하니까 좀 의아해하셨다... 심심할 텐데... 라면서....... 일하시는 분의 의심(?)스런 눈빛을 뒤로하고 나와 아들은 도착하자마자 신나서 짐정리 후 캠핑 의자를 꺼내놓고 비 오는 걸 구경하면서 음악을 들었다. 아들이랑 난 서로 쉴 때는 건들지 말고 먹고 싶은 거 있음 알아서 먹자고 미리 말한 후에 서로에게 쉼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하게 때론 신나게 춤을 춰 가면서 놀았다. 

아침에는 일하시는 분들이 우리 쪽 숲 속의 집을 힐끔 거리시면서 마치 아무 일 없는 걸 확인하는 듯 보시고는 가셨다....

 난 속으로 외쳤다...‘우리 안 죽어요!!!! 걱정 마세요!!! 진짜 쉬러 온 것뿐입니다.’

요즘 세상이 워낙 힘들고 흉흉하기도 해서 그런지 평일에 그것도 비가 엄청 오는 날 3박 4일을 둘이 오니 혹여나 무슨 일을 벌일까 생각하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틀 동안을 연속으로 기웃거리셨으니 말이다....^^;

그래... 맞아. 나 정말 힘들어서 여기 왔다... 회사도 싫고 집도 싫고 만사가 귀찮고 힘들었었다. 솔직히 죽고 싶은 생각은 안 했지만, 잠시 모든 거 버리고 훌쩍 떠나고 싶었던 건 맞았으니까.

근데, 사람은 오래 쉬지 않아도 단 며칠이라도 제대로 쉬면 그동안의 힘든걸 어느 정도 털어버릴 정도의 힘은 생기는 것 같았다.

3박 4일의 ‘쉼’ 여행이었지만 잘 쉬다 왔고 잘 쉬니까 다시 일할 힘이 생기고 여유가 생겼다.

난 그저 며칠 쉬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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