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함께 떠나볼 문학여행은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예요. 버스카글리아는 1924년 로스앤젤레스의 이민가정에서 태어나 남캘리포니아 대학에서 20년간 교육학 교수로 재직했어요. 대학에서 지도자로 있으면서 아끼던 제자를 잃었는데, 제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요. 강연할 때 늘 눈을 반짝이고 잘 웃고 대답도 잘하던 제자였는데, 어떠한 고민을 하고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 몰랐다고 해요. 그 충격으로 그간 자신이 무엇을 가르쳐왔는가에 대해 생각했고, 교단을 떠나기로 했어요. 버스카글리아는 학교 밖에서 시민들에게 삶에 대해서 가르치기 시작했고요. 수많은 사람이 한 번 즈음은 고민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강연이었어요.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그의 강연을 글로 옮겨 놓은 책이에요. 책 제목이 참 멋지지 않나요?
저는 어릴 적부터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왜 태어났는지’, ‘성별은 왜 여자이고 왜 둘째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자주 공상에 빠지던 학생이었어요. 한 번은 동네에 있는 서점에 가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책을 뒤적이기도 했는데요. 서점도 처음이었고 도서관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였는지, 엉뚱한 책을 사 들고 왔어요. 책 제목이 《사과 전쟁》이었고, 저자는 기억나지 않네요. 인터넷에 검색해도 아무런 정보가 없어요. 표지에 탐스러운 사과가 그려져 있었는데, 읽어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그때는 제가 난독증이 있는지, 문해력이 떨어지는지 몰랐기도 했지만, 제게는 몹시도 어려운 책이었어요. 언니에게 물었더니 《사과 전쟁》이 미래 과학에 관한 책이라고 하더라고요.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대학에 다니면서 진로 문제로 철학적인 생각과 공상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다시 물음표가 찾아왔는데요. 이 아이가 어떻게 해서 나에게로 왔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육아에 정신없이 지내다 4년 전부터 난독증을 해소하고 독서하면서부터, 언젠가는 한동안 인생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요. 저를 포함한 저마다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음을 알게 되었어요. 왜 태어났는지도 알 수 없어요. 세상엔 알 수 없는 일이 참 많아요. 아무리 찾아 헤매도 알 수 없는 이유는 답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제가 찾은 인생에 대한 답은 별다른 게 없어요.
왜 사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굳이 말하자면, 태어났으니까 사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무어라 해야 할까요? 여기에도 답이 없어요. 사실, 답이 없는데 답을 구한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미지수라고 해도 그 미지수가 무엇인지는 짐작할 수 있잖아요.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책이 그 미지수를 가늠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책 제목 그대로 사랑하며 배우며 살면 되어요. 끝까지 사랑과 배움을 놓지 않고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적혀 있어요.
이 책에서 반복된 문장 몇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것이었어요. “당신은 소중해요.”, “당신이 가진 보물인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알아야 해요.”, “그런 당신이 참 대단해요.”, 하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아서 좋더라고요. 아무도 나에게 당신이 소중하다고 말해 주지 않으면,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잖아요. 알고 있어도 너무 오래 그 말을 듣지 않으면 상기할 기회가 없어서 잊어버리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점점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 듯해서 짧게 쓰려고 노력 중인데 잘되지 않네요. 그래도 A4 2장 내외로 쓰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전엔 한 편의 글을 A4 3장~5장 사이로 썼었거든요. 지금 그 글들을 읽어보면 웃음이 나요. 썼던 이야기들을 반복했더라고요. 글은 말과 같아서 저를 빼닮았다는 걸 알았어요. 말주변이 없어서 언제 말을 끊어야 할지 몰라 종종 반복해 말하기도 하거든요.
제가 쓴 글은 책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에요. 그러니 제 글을 읽어보시고 관심이 가신다면 책을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책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사람인지 자신감을 얻고, 삶에 있어서 사랑과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감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버스카글리아는 1998년 6월 29일 74세의 나이에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다음 날 그의 타자기에서 다음과 같은 글이 찍혀 있는 종이가 발견되었다고 해요.
“불행 속에서 흘려보낸 모든 순간은 바로 잃어버린 행복의 순간이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불행이 제가 잃어버린 행복일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로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엔 버스카글리아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야겠어요. 불행을 통해 잃어버린 행복의 순간을 찾았으니,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