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생님이 스승이진 않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 또한 나의 행운

by 다인

선생과 스승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어학사전에 검색하면 선생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스승을 ‘나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학생을 가르치는 모든 사람을 통틀어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참된 사람은 스승이라 부른다.


내가 중학교 때 겪었던 일이다.

중학교 2학년, 우리 학년의 체육선생님은 중년의 남자 선생님이었다. 가끔 고된 체력훈련을 시켜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냥 그럭저럭 괜찮은 선생님이었다. 하루는 강당에서 비비탄 총 같은 것으로 사격 수행평가를 봤다. 강당 커튼에 종이표적을 붙이고, 그 표적에 총을 쏴 맞추면 되는 수행평가였다. 아이들은 모두 번호대로 서서 한 명씩 수행평가에 임했다. 수행평가를 마친 아이들은 종이표적을 떼어서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 곳에 모여서 수다를 떨었으며, 문제는 여기서부터 생겨났다.


“학교가 장난이야?!”

갑자기 들려온 선생님의 큰 목소리에 모든 아이들이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선생님의 시선과 목소리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수행평가를 끝마친 아이들이 모여있던 구석 자리. 아이들은 다 쓴 종이표적으로 비행기를 접으며 놀고 있었고, 그 모습을 선생님한테 들키게 된 것이다. 선생님은 수행평가를 진행 중이던 아이들에게 잠깐 멈추라고 말을 하고선 비행기를 접고 놀던 아이들을 째려보았다.


“엄연한 수업시간인데, 너희 수행평가 끝났다고 이렇게 놀아도 돼?”

“애들 모두 수행 끝나면 표적 점수 확인해야 되는데 그 종이를 잡아서 비행기를 날려?”

“너희가 초등학생도 아니고.”

“지능이 떨어지는 거야, 뭐야.”


물론 수행평가 시간에 평가 종이를 접으며 논 것은 당연히 그 아이들의 잘못이다. 그러나 지능이 떨어지는 거냐는 선생님의 질문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저급한 질문이었다. 적어도 선생이 학생한테 사용할만한 말은 확실히 아니었다. 그렇게 강당은 서늘할 정도로 조용해졌고, 아직 수행평가를 끝마치지 못한 아이들의 사격 소리만이 넓은 강당에 울려 퍼졌다.


수행평가가 모두 끝나고 쉬는 시간 종이 치기까지 5분 정도 남았을 무렵,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아 수행평가 등급 기준을 한번 더 알려주고서는 이만 교실로 들어가 보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흩어지기 직전,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아까 선생님에게 혼난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아까 저희가 종이표적을 갖고 비행기를 접은 행동은 정말 잘못했고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까 선생님이 한 말 중 지능이 떨어지냐는 말은 조금 아닌 것 같아서 사과해주셨으면 해요.” 나는 이 친구가 정말 정중하게 선생님한테 잘 말했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발언은 정말 잘못된 발언이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내가 듣게 된 선생님의 대답은 정말 뒤통수를 띵 하게 맞은 듯한 대답이었다.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몇 년 전 일이라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말 만은 정말 선명히 기억난다. 그리고는 계속 도돌이표였다. 선생님은 너희들이 잘못한 거 맞는데 왜 사과해야 되냐는 입장이었고, 친구는 잘못한 건 인정 하지만 선생님의 발언은 사과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 뒤로 몇 분을 더 논쟁을 펼쳤지만 결국 사과는 듣지 못하였다. 그렇게 그 친구보고 잠깐 남으라는 선생님의 말을 끝으로 나는 교실로 돌아갔다. 결말을 말하자면 이 친구는 끝내 사과를 받지 못하였다.


내 생각에 이 선생님은 정말 자신이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 있게 같은 말만 되풀이했을 것이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냥 차마 학생한테 사과하기가 싫었던 선생이거나.


아마 이 분은 선생님은 될지 언정, 절대 스승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선생님을 몇 년이 지나도록 기억하고 있던 이유는 이런 선생은 이 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분들은 다 정말 나를 올바르게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 스승이라는 말이다. 참된 스승을 만나는 것도 정말 행운이다. 만약 우리 인생의 딱 한 분이라도 기억나는 좋은 스승님이 있다면, 우리 인생은 빛나는 인생이라 해도 된다.


가장 좋은 교사란 아이들과 함께 웃는 교사이다.
가장 좋지 않은 교사는 아이들을 우습게 보는 교사이다.
- 닐